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송일수 감독의 관리야구가 실체를 드러냈다.
변수가 많은 두산 마운드. 6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4.26으로 3위. 4.26이란 수치가 객관적으로 좋은 건 아니다. 그러나 올해 상대적으로는 좋은 수치다. 송일수 감독이 변수와 약점이 있는 마운드를 전략적으로 끌어간다. 특히 지난해까지 안정적이지 않았던 불펜을 송 감독이 상당 부분 제 궤도에 올려놓았다.
시즌 초반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두산 필승조가 자리매김했다. 윤명준 정재훈 이용찬의 기본 뼈대에 좌완 이현승이 상황에 따라서 투입되는 방식이다. 이들은 5일 잠실 두산전서 선발 크리스 볼스테드가 5이닝을 막고 내려가지 연이어 1이닝씩을 책임지면서 팀 승리도 책임졌다. 최근 이들은 두산이 리드를 잡은 경기에 꾸준히 동반 출격 중이다. 두산 불펜의 힘이 이들의 맹투로 극대화됐다.
▲ 예측 가능한 야구
넥센 염경엽 감독은 항상 “상대가 예측 가능한 야구를 하고 싶다”라고 했다. 상대가 뻔히 예측을 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만들겠다는 것. 21세기 최강자 삼성야구를 살펴본 염 감독의 결론. 삼성은 누구나 예측가능한 강력한 불펜 운영으로 장기전과 단기전을 모두 지배했다. 지난해 강호로 도약한 넥센 역시 조상우 마정길 한현희 손승락 등 상대가 예측 가능한 불펜 운영을 하고 있다.
두산도 서서히 이 대열에 합류할 조짐이다. 송 감독은 최근 반드시 잡고 싶은 경기서 윤명준 정재훈 이용찬 필승조를 조기에 투입하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정재훈은 최근 5경기, 이용찬은 최근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윤명준 역시 3일 잠실 LG전서 2이닝 2실점했으나 시즌 초반에 비해 눈에 띄게 안정감이 생겼다.
송 감독의 철저한 관리가 동반됐다. 송 감독은 이들을 경기 중반 박빙승부가 아닐 때는 절대 기용하지 않는다. 근소한 리드 시에만 예외 없이 투입한다. 연투도 가급적 지시하지 않는다. 사실 두산 불펜은 여전히 왼손과 사이드암 라인이 불안하다. 송 감독은 투수 유형에 집착하기보단 구위와 제구의 안정성을 믿고 가기로 했다. 이현승이 5일 6회 투입됐으나 필승조가 아닌 전형적인 왼손타자 표적 등판이었다. 두산 불펜은 믿을만한 계투요원 부재로 골머리를 앓은 지난 몇 년간의 모습이 더 이상 아니다. 불펜 필승조 자체가 탄탄해졌다.
▲ 송일수표 관리야구의 요체
왜 불펜 필승조 구축이 강팀에 필수조건일까. 필승조를 리드하는 경기에 투입해 착실히 승수를 쌓을 경우 시즌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페넌트레이스는 단순히 3~4경기를 지켜본다고 해서 전체적인 순위변동 혹은 팀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2~3주, 혹은 1달 단위로 보면 흐름이 미묘하게 변화하는 게 보인다. 이기는 경기에만 안정적으로 마운드 힘을 쏟아 붓는 팀의 경우, 시즌 내내 비교적 꾸준히 좋은 흐름을 탈 수 있다. 그 흐름을 잘 관리하는 팀이 결국 승자가 된다.
지난 3년간 삼성 류중일 감독이 그 흐름을 잘 관리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관리의 중요성을 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송 감독 역시 마찬가지. 마운드 힘의 분배와 집중이 돋보인다. 객관적인 마운드의 위력이 리그에서 절대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마운드의 효율적인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두산이 그런 팀이다. 송 감독은 시즌 초반 홍상삼의 필승조 투입 등 적지 않게 엇박자를 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팀을 제 궤도에 올렸다.
타선에서도 고정라인업을 선호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유연한 변화에 능하다. 대신 바뀐 포지션, 바뀐 타순에 들어간 선수가 100%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는다. 지금 송 감독은 여전히 야수운영의 폭을 시험 중이다. 번트, 히트 앤 런 등 송 감독 특유의 작전야구에 능한 선수와 타순도 찾아가는 과정이다.
송 감독은 일본야구를 오래 경험했다. 1~2회부터 희생번트를 대는 등 확실히 스몰볼을 선호한다. 선취점을 중시하고 1점 짜내기를 위해 다양한 작전을 활용한다. 마운드에서도 1~2점 리드를 지켜야 할 때, 대량 득점으로 추격이 필요할 때 등 상황에 따라 운영을 달리한다. 극단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야구다. 역시 필승조 재구축이 단연 가장 큰 변화다. 최근 몇 년간 두산 야구는 불펜이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러나 송 감독은 세밀한 약점을 극복하고 마운드를 안정 궤도에 올려놓았다. 송 감독의 관리야구. 두산은 중위권에 머물러있지만, 언제든지 상위권으로 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송일수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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