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의 최강뒷심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5승11패. 삼성이 지옥의 9연전을 잘 통과하고 있다. 첫 경기였던 3일 대구 NC전 패배 이후 4연승. 어느덧 NC-넥센 양강을 바짝 추격했다. 눈에 띄는 건 4연승 중 2승이 역전승이었다는 점. 그것도 패색이 아주 짙은 게임을 경기 후반 거짓말처럼 뒤집었다. 심지어 벤치에서도 경기를 사실상 포기한 상황. 심리적 추격 마지노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나온 기막힌 반전. 혹자들은 “그게 통합 3연패를 차지한 삼성의 저력”이라고 말한다.
야구에서 역전승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1~2점 박빙 승부가 아닌 이상 경기후반 뒤집기 승부가 나오는 건 흔하지 않다. 대부분 팀의 불펜이 불안해 경기 후반 타격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경기 초반 선취점의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 하지만, 삼성은 트렌드를 역행한다. 뭔가 말로는 설명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 삼성 뒷심 얼마나 대단한가
삼성은 올 시즌 26경기 중 고작 10경기서 선취점을 얻었다. 결과는 9승1패. 선취점을 얻고 지켜내는 능력은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부분. 놀라운 건 선취점을 빼앗긴 경기가 선취점을 얻은 경기보다 많은 16경기라는 점. 성적은 더욱 놀랍다. 6승10패. 선취점을 얻고 지키는 능력 이상으로 선취점을 빼앗긴 경기서 승부를 뒤엎는 저력이 뛰어나다. 이것이 삼성이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치고 올라온 저력이다.
삼성이 6회 이후 경기 후반 승부를 뒤집은 것도 6경기였다. 그 중 선취점을 빼앗긴 채 끌려간 건 3경기. 4월 1일 대전 한화전서 2-5로 뒤졌으나 8회 2점, 9회 2점을 뽑아내면서 6-5 역전극을 일궈냈다. 또한, 4일 대구 NC전서 0-3으로 뒤졌으나 7회 1점을 추격한 뒤 8회 3점을 뽑아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그리고 7일 인천 SK전. 삼성은 8회말까지 0-4로 끌려갔다. 그러나 9회 대거 5득점해 드라마틱한 5-4 역전극을 일궈냈다. 두고두고 회자될 역대급 대역전극이었다.
삼성의 경기 후반 뒤집기 6승 중 역전시점은 8회와 9회 2차례, 6회와 연장 10회 1차례였다. 전체 15승 중 33.3%인 5승을 7회 이후 뒤집기로 일궈냈다. 또한, 삼성은 2012년 5월 24일 대구 롯데전부터 7회 리드시 132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에도 12연승. 삼성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고작 2.93. 삼성을 제외한 8개구단 중 불펜 평균자책점 3점대 팀도 없다. 삼성의 9회 타율도 무려 0.365로 리그 1위다. 한 마디로 경기 후반 삼성의 투타 밸런스는 리그 최강이다.
▲ 심리적 좌절 상태를 뒤엎는 저력
야구에서 경기 막판 투타 밸런스가 좋은 게 쉽지 않다. 더구나 4일 대구 NC전이나 7일 인천 SK전의 경우 역전 직전까지 타자들이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삼성 벤치에서도 내부적으론 포기한 게임. 경기 시점, 점수 차 등 명확하게 “이제 경기가 힘들겠다”라고 누구도 정하지 않았다. 프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게 의무. 하지만, 현장에선 “아, 오늘 게임이 쉽지 않겠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타선이 무기력하고 마운드에서 실점을 거듭할 경우 선수들의 집중력이 느슨해지게 돼 있다.
7일 경기의 경우 0-3으로 뒤진 상황서 6회 이재원에게 솔로포를 맞을 때가 사실상 추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꺾이는 순간이었다. 벤치에서도 불펜 필승조를 쉬게 해주고, 주전들도 하나, 둘씩 빼주기도 한다. 승산이 낮은 경기를 포기하고 다음 경기에 대비해 에너지를 응축하는 것. 장기레이스서 어쩔 수 없는 부분. 삼성도 그런 수순을 밟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추격의 동력마저 잃은 상황에서 2~3점 이상을 극복하는 건 놀라운 일이다. 경기 초반부터 치고 받다가 승부를 뒤집는 것 이상으로 힘든 일이다.
이런 부분은 단순히 정형화된 기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저 “삼성의 저력”이라고 표현되는 부분.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예전에 타 구단 코치는 “어지간하게 크게 앞서지 않으면 절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팀이 삼성”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코치는 “물론 삼성불펜이 강해서 역전승을 거두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삼성 불펜은 예전만큼 난공불락은 아니다. 오히려 타자들이 뒤진 경기서도 8~9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힘이 더 대단하다. 류 감독님이 부임한 뒤 생긴 삼성만의 컬러이자 아우라”라고 평가했다.
▲ 투타밸런스 회복기
삼성은 시즌 초반 투타밸런스가 극도로 맞지 않았다. 지금도 완벽하진 않다. 선취점을 내주고 끌려가는 경기가 선취점을 따낸 경기보다 많다. 어떻게 보면 선발진이 불안하다는 의미도 된다. 정말 투타밸런스가 딱딱 맞아떨어진다면 드라마틱한 역전극이 일어날 일도 없다. 놀라운 건 투타 밸런스가 조금씩 맞아떨어지면서 역전승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4월 15일~16일 대구에서 두산에 2연패 한 뒤 18일 NC와의 원정 3연전부터 본격적으로 투타 밸런스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임창용을 중심으로 불펜이 견고해졌고, 타선도 점점 집중력을 높여가고 있다.
벤치에선, 이런 드라마틱한 승부를 그리 원하진 않는다. 류 감독은 예전에도 “역전승을 해야 역전승이지 역전하기 전까진 불안하다”라고 했다. 심지어 류 감독은 4월 25일 목동 넥센전서 14-2로 대승한 이후에도 “마음 편했다고? 절대 아니다. 감독은 항상 최악을 생각해야 하니까”라고 했다. 경기를 운영하는 감독 입장에서 경기막판 역전승하기 전까지는 분명 최악의 상황이다. 역전승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까진 미래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선취점과 추가점으로 리드한 뒤 불펜의 힘으로 상대를 누르는 게 확률상 가장 안정적이다. 투타 밸런스가 좋고 전력이 최상 수준에 올랐다는 의미. 삼성은 지금 이 과정을 밟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극적인 대역전극도 괜찮다. 한 시즌 내내 투타밸런스가 좋을 수 없다. 극심한 순위다툼 속에서 반드시 역전극이 필요한 경기가 있다. 정말 전력이 약한 팀은 이런 드라마틱한 승부를 이끌어낼 힘이 없다. 15승 중 7회 이후 역전승만 5승. 삼성 야구가 그만큼 단단하다는 또 다른 증거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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