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말 최선의 선택일까.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이 애런 헤인즈의 귀화를 추진 중이다. 국가대표운영위원회(이하 국대협)는 지난 2월 이상범 코치를 미국에 파견했으나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결국 국대협은 귀화선수 대상을 KBL 경력 외국인선수로 급선회했다. 9일 농구계에 따르면, 대한농구협회가 헤인즈의 에이전시에 헤인즈의 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사실상 헤인즈가 남자농구대표팀 귀화선수로 결정됐고, 본격적으로 절차를 밟는 일만 남았다.
지난 8일 남자농구대표팀 15인 엔트리가 발표됐다. 이들은 19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에 임하는 멤버들. 물론 이들의 8월 스페인월드컵과 9월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이 100% 확정된 건 아니다. 지난해에도 유 감독의 의중과 선수들의 컨디션 여부에 따라 존스컵 이후 엔트리 교체가 일어났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15인이 월드컵, 아시안게임 참가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보면 된다. 이 명단에 귀화혼혈선수 문태종이 빠졌다. 결국 헤인즈의 귀화를 염두에 둔 사전작업이었다.
▲ 왜 헤인즈인가
일단 헤인즈의 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는 KBL 장수 외국인선수다. SK는 다음 시즌에도 헤인즈와 재계약을 하는 것으로 사실상 합의를 한 상태였다. 그 정도로 헤인즈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다. 헤인즈는 SK의 사상 첫 정규시즌 우승은 물론이고, 과거 삼성, 모비스, LG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한 해결사. 삼성 시절엔 2라운드 픽을 통해 KBL에 입성했지만, 시즌을 거듭하면서 KBL 톱클래스 외국인선수임을 입증했다.
사실 한국에 가장 필요한 포지션은 정통 빅맨이다. 중국과 이란의 높이를 압도할 수 있는 빅맨이 필요하다. 기존 자원들로는 애매하다. 그러나 KBL 경력이 있는 외국인 빅맨 중 누구도 귀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태극마크를 달기 싫다는 사람을 등 떠밀어서 대표팀에 합류시킬 순 없다. 반면 헤인즈는 귀화 의사가 분명하다고 한다. 일단 동기부여는 확실한 셈이다. 헤인즈와 기존 토종 빅맨들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 골밑 위력도 좀 더 좋아질 여지가 있다.
중요한 건 헤인즈의 기량이 아시아에서 통할 수 있느냐다. 9일 통화가 닿은 한 농구인은 “아시아에선 헤인즈의 해결사 능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표팀은 월드컵에도 참가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헤인즈가 세계무대서는 통하지 않더라도, 아시안게임서 한국에 확실하게 금메달을 안겨줄 수 있으면 된다.
헤인즈는 201cm, 90kg을 자랑한다. 호리호리한 몸매다. 그러나 골밑 위치선정과 골 결정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순간적인 돌파능력이 일품이다. 그리고 안정적이면서도 화려한 골밑 테크닉으로 자신보다 신장이 크고 몸집이 좋은 빅맨을 요리할 줄 안다. 3점슛 능력은 없지만 중거리슛 능력도 보유했다. 제공권 장악 능력도 좋다. 적어도 아시아권에선 경쟁력이 떨어질 카드가 아니다. 더구나 유 감독이 헤인즈를 직접 데리고 있어봤다. 유 감독은 헤인즈를 잘 안다. 헤인즈 역시 한국농구를 잘 안다. 대표팀 적응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량만 보면 헤인즈는 대표팀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 불편한 시선 걷어낼 수 있나
헤인즈는 지난 시즌 김민구(KCC)를 고의로 가격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KBL로부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스스로 자숙의 시간도 가졌다. 그런데 헤인즈를 향한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다. 팬들은 헤인즈의 기량은 인정하지만, 나머지 부분에선 헤인즈를 인정하지 않는다. 농구인들에 따르면, SK와 헤인즈가 오히려 이런 부분 때문에 귀화를 결심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대표팀서 보란 듯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한국 국민과 농구 팬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올해 초부터 앰버 헤리스의 귀화를 추진 중이다. 아직도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 해리스는 귀화하자마자 곧바로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에 합류한다. 사실 오리지널 외국인의 특별귀화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대한체육회의 추천 및 동의와 법무부의 승인 절차는 매우 조심스럽고, 비밀스럽게 진행된다. 헤인즈도 이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한체육회와 법무부의 태도가 중요하다. 이 농구인은 “헤인즈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게 좀 걸린다. 한국 귀화에 동의해줄지는 잘 모르겠다. 국대협에서 대처를 잘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했다. 때문에 국대협으로선 최악의 경우 헤인즈 귀화가 불발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아직 헤인즈의 귀화가 100% 확실한 건 아니다.
헤인즈가 실제로 귀화 절차를 밟는다면, 아시안게임 이후 KBL에서의 신분도 정리해야 한다. 현재 SK가 외국인선수 헤인즈를 다음 시즌에 재계약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헤인즈가 국내선수가 될 경우 이 부분이 애매해진다. WKBL의 경우, 해리스를 여자프로농구에선 외국인선수로 분류하기로 했다. 대신 삼성생명에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줬다. 전력평준화를 위한 조치. KBL도 SK, 나머지 9개구단과 이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 일단 귀화절차를 밟은 뒤 논의할 일이지만,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다.
[헤인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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