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카도쿠라 코치하고 잘 맞더라.”
삼성 외국인투수 릭 밴덴헐크는 4월 15일 대구 두산전서 선발 등판했으나 1회를 마친 뒤 곧바로 교체됐다.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기 때문. 밴덴헐크는 그날 이후 1군엔트리에서 빠졌다. 지난 8일 인천 SK전서 1군에 복귀하기 전까지 약 3주간 재활에 임했다. 밴덴헐크는 재활을 하는 동안 카도쿠라 켄 투수코치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효과가 있었다. 밴덴헐크는 복귀전서 7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류중일 감독은 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밴덴헐크가 정말 좋았다. 밴덴헐크가 좋지 않을 땐 팔이 옆에서 처져서 나오는데, 어젠 팔이 위에서 아래로 때리는 모습이었다”라고 했다. 팔 각도가 높아진 것인데, 더 이상 팔꿈치가 아프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류 감독은 “밴덴헐크는 꼭 카도쿠라 코치하고 잘 맞더라”고 했다.
▲ 밴덴헐크와 카도쿠라 코치의 찰떡궁합
밴덴헐크는 작년에도 전반기보단 후반기 활약이 좋았다. 한국시리즈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재계약에 성공했다. 숨은 사연이 있다. 류 감독은 “작년에도 전반기에 밴덴헐크가 좋지 않았는데, 올스타 브레이크 때 카도쿠라 코치와 얘기를 나누고 돌아오더니 후반기에 확 달라졌다”라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같은 외국인이니까 잘 맞는 게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외국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도 두 사람의 찰떡궁합은 의외다. 카도쿠라는 현재 3군 투수코치다. 공식직함은 B.B 아크 투수 운영위원. 사실 1군투수 밴덴헐크와 3군코치 카도쿠라는 어지간해선 대화를 나눌 기회도 없다. 그러나 카도쿠라 코치가 1군에서 말소된 투수들과 이런 저런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다고 한다. 류 감독은 “저번엔 백정현한테도 조언을 많이 해주더라”고 했다.
▲ 코치들의 상호보완적 역할
카도쿠라 코치로선 그럴 수밖에 없다. 류 감독은 “눈치가 보여서 대놓고 1군에서 말 못하지”라고 웃었다. 삼성 1군 투수코치는 김태한 코치다. 기본적으로 삼성 1군 투수진 관리는 김 코치가 도맡는다. 개개인에 대한 지도 및 조언은 물론이고 투수운영까지 류 감독과 상의한다. 카도쿠라 코치는 주로 유망주 투수들에 대한 관리 분야에서 김 코치와 의견을 주고 받는다. 카도쿠라 코치가 1군 투수에 대해 너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건 자칫해선 월권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카도쿠라 코치는 1군에서 갖가지 이유로 말소된 투수들과 주로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김 코치로서도 이런 점은 반갑다. 자칫 자신이 챙기지 못한 디테일한 부분을 카도쿠라 코치가 건드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카도쿠라 코치가 김 코치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카도쿠라 코치는 2011년 삼성에서 선수생활을 잠깐 했다. 그는 지금도 많은 삼성 투수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점은 삼성만의 강점이다. 삼성은 9개구단 중 코치가 가장 많다. 코치 개개인이 자칫 짚고 넘어가지 못한 부분을 다른 코치가 짚어줄 수 있는 팀이 삼성이다. 그 유기적인 역할분담과 커뮤니케이션이 인상적이다. 기본적으로 류 감독이 김 코치의 의견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편이고, 김 코치가 2군 양일환 코치, 3군 카도쿠라 코치와도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코칭스태프들의 원활한 소통과 이해, 역할분담이 없었다면 밴덴헐크의 부활은 불가능했다.
▲ 선수관리의 시스템화
류 감독은 “매일 2군과 3군 B.B 아크에서 선수단 동향 보고를 받는다”라고 했다. 삼성은 올 시즌부터 3군 운영의 시스템화를 선언했다. 단순히 코치를 많이 뽑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관리 및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군게임서 뛰지 못한 많은 선수를 3군에서 제대로 만들어보겠다는 의미. 카도쿠라 코치는 3군에서 유망주 투수 육성을 하는 게 기본적인 임무다.
류 감독은 “카도쿠라 코치를 원래 1군에 데리고 다니려고 했다”라고 귀띔했다. 그만큼 류 감독은 카도쿠라 코치를 신뢰한다. 류 감독은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고심 끝에 카도쿠라 코치를 3군에 전념하게 했다. 대신 류 감독은 카도쿠라 코치에게 힘을 실어줬다. 삼성은 최근 고양 원더스에서 투수 김동호를 영입했다. 김동호는 최근 3군에 합류했다. 류 감독은 “카도쿠라 코치에게 일단 맡길 예정이다. 그 이후 활용방법을 결정하겠다”라고 했다.
그만큼 삼성의 선수관리가 세련됐다. 류 감독은 “나는 코치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많은 코치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체계적으로 선수관리를 하는 게 더욱 인상적이다. B.B 아크 역시 설립 당시 주목 받았던 거창한 이름이 전부가 아니다. 실제로 유망주 육성에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밴덴헐크 등 재활 및 부진한 선수들의 관리까지 척척 도맡으니 1군 코칭스태프로선 선수 관리가 한결 수월하다. 이런 것들이 삼성의 숨은 저력이다.
[카도쿠라 코치(위), 밴덴헐크(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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