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심리적인 부분이 문제다.”
두산은 11일 잠실 삼성전을 끝으로 지옥의 9연전을 마친다. 현재까진 4승4패. 송일수 감독은 “결과에 만족한다”라고 했다. 사실 5할 승률이니 100% 만족스럽다고 볼 순 없다. 송 감독이 그런 코멘트 속에는 4승 4패라면 선전했다는 현실론이 깔려있다. 왜 송 감독은 그런 발언을 했을까. 17승 16패. 5위를 달리는 두산이 사실 불안요소가 크다고 본 것이다.
역시 마운드 때문. 두산은 11일 현재 팀 타율 0.291. 공격에선 걱정할 게 없다. 그러나 팀 평균자책점은 5.15로 7위. 확실히 타선보단 마운드가 고민이다. 송 감독은 올 시즌 초반부터 누누이 “마운드가 관건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시범경기서와 시즌 초반엔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많은 선수를 테스트하며 최적의 구성 및 조합을 찾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 1달을 훌쩍 넘긴 지금도 전반적인 마운드 구성은 불안하다.
▲ 필승조 구축하니 선발마저 난조
송 감독이 특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불펜이다. 시즌 초반 홍상삼을 셋업맨으로 썼다가 실패하자 곧바로 보직을 선발로 바꿨다. 대신 흔들리던 윤명준에겐 꾸준히 기회를 줬다.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로 복귀한 이용찬에게도 절대적인 믿음을 드러냈다. 결국 개막 1달이 지나면서 윤명준-정재훈-이용찬이라는 필승조 구축에 성공했다. 두산은 현재 경기 후반 박빙 승부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다. 송 감독은 과감하면서도 꼼꼼한 투수 교체 및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마운드 운영을 선보인다.
그런데 불펜이 안정감을 찾자 믿었던 선발진이 줄줄이 무너졌다. 두산 선발진은 실질적 에이스 유희관을 제외하곤 불안 요소가 컸다. 4년차를 맞이한 더스틴 니퍼트는 확실히 타자들의 눈에 익숙해졌다. 노경은과 크리스 볼스테드도 기복이 있었다. 5선발로 점 찍었던 이재우와 홍상삼은 연이어 무너졌다. 현재 두산은 사실상 고정된 5선발이 없다. 불펜보다 선발이 안정적일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두산이 ‘핸드볼 스코어’로 패배한 경기들을 살펴보면 불펜만큼 선발진의 난조가 눈에 띈다. 최근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선발진이 무너지면 감독으로선 경기운영이 쉽지 않다. 송 감독이 “4승4패에도 만족스럽다”라고 한 건 이런 이유가 있다. 적임자를 찾지 못한 롱릴리프와 불안한 좌완 계투진 등은 그 다음 문제. 현재 두산은 불안한 마운드를 화력의 힘으로 최대한 보완한다. 장기레이스에선 안정성이 매우 떨어지는 구조다.
▲ 기술 아닌 심리와 멘탈
그런데 불안한 두산 마운드에 대한 송 감독의 처방은 사뭇 신선하다. 보통 투수가 무너질 경우 구위 혹은 제구, 경기운영에서 문제점을 찾아낸 뒤 코치에게 수정 작업을 지시하는 게 감독의 역할. 그러나 송 감독의 경우 두산 투수들의 문제점을 기술이 아닌 심리적인 난조와 멘탈의 문제로 봤다. 심리적인 편안함, 멘탈의 강화를 강조한다.
송 감독은 “니퍼트는 그동안 좋은 피칭을 했다. 그런데 스스로 조급하다. 마운드에서 여유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경은을 두고서도 “마음이 급하다. 여유를 찾아야 한다. 심리적으로 불안하다 보니 서두르면서 몸이 빨리 열린다. 그러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라고 했다. 송 감독은 유희관의 9일 경기 부진을 두고서도 “1년 128경기 중 1경기일뿐”이라며 감쌌다. 심지어 선발투수들에게 “3이닝만 버텨주면 편안하게 갈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불펜 투수들에게도 대부분 비슷한 지적을 한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얻어맞는 것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심리적인 문제도 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다만, 송 감독은 기술보다는 심리적인 문제에 주목했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심리적으로 안정만 되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란 믿음이 있다. 실제로 마인드를 바꿔서 성공한 투수는 수 없이 많다. 안타를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지 못하는 투수는 성장하기가 힘들다. 불펜에선 좋은 제구력을 지녔는데 마운드에선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한 가운데로 몰린 공을 던지는 투수 역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송 감독이 선발투수들에게 “3이닝만 버텨라”고 주문하는 건 3이닝만 버티면 좋은 타선이 지원을 해줄 테니 마음 편하게 공을 던지라는 의미다. 5~6회 이상을 버텨야 하는 게 선발의 숙명. 그럼에도 3이닝만 버티라고 하는 건 선발투수에게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한 송 감독 고도의 용병술이다.
유희관은 9일 삼성전서 홈런 4방을 맞으며 6⅔이닝 8실점했다. 유희관이 그렇게 난타를 당한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10일 경기를 앞두고 그는 “다 지난 게임이다. 다음에 잘 던져서 복수하면 된다”라고 했다. 오히려 “엄마가 해주신 도가니탕에 밥을 말아먹고 와서 부진했던 것 같다. 죽도 안 먹고 올 거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올 시즌 국내 최고 좌완투수로 거듭난 유희관의 마인드가 이렇게 긍정적이다.
투수들이 시즌 도중 기술적 약점을 업그레이드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강점을 부각하는 게 더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선 심리 치료사를 공식적으로 고용한 팀이 많다. 송 감독의 투수 심리, 멘탈 강조는 일리가 있다. 선수가 부진할 때마다 기술적인 약점을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하는 기존 지도자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송일수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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