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평창 김진성 기자] “몸 상태를 똑바로 알고 시작하는 것이다.”
12일 평창 JDI(선수트레이닝센터).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대표팀이 소집됐다. 위성우호의 목표는 9월 19일에 개막하는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1994년 아시안게임 이후 20년만의 금메달 호기. 위성우호선 결코 놓칠 수 없다. WKBL과 대한농구협회의 지원도 세밀하고 체계적이다. 대표팀은 이날 진천선수촌이 아닌 재활트레이닝센터를 찾았다.
대표팀은 평창 JDI에서 25일까지 머무른다. 이곳에선 전술훈련을 실시하진 않는다. 대신 선수들의 몸 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해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짜게 된다. JDI 조종현 대표는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찾는 곳이다. 선수들이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야 운동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라고 했다. 위성우호가 이곳을 찾은 핵심적인 이유다.
▲ 효율적인 시간 관리
여자농구는 타 종목에 비해 선수층이 얇다. 주전들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 6개구단 주전들은 대부분 국가대표팀에 선발되는 선수들. 이들은 정규시즌에 맞춰 몸 상태를 100%로 끌어올린다. 대신 비 시즌엔 주로 재활을 한다. 경기에 뛰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수 년간 축적돼온 고질병들이 최소 한 가지씩은 있다.
그런데 대표팀 소집은 항상 비 시즌에 이뤄진다. 국제대회 스케줄 역시 마찬가지다. 때문에 시즌을 마친 뒤 몸이 녹초가 된 선수들이 대표팀에 소집만 되면 진단서를 끊어온다. 선수들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 하지만, 대표팀 입장에선 매우 곤란하다. 많지 않은 훈련기간 초반을 재활에만 허비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전술훈련 및 상대분석에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 제대로 된 평가전을 치르지도 못했다.
이번엔 다르다. 대표팀은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소집됐다. 예년에 비해 2~3년 빠른 시점. 2~3주간을 아예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시점으로 정했다. JDI에서 대표팀 멤버 12명 모두 개개인의 정확한 몸 상태를 진단받을 계획이다. 그에 따라 각종 재활 프로그램을 짠다. 조 대표는 “오전에는 개인별 프로그램, 오후에는 단체 프로그램을 소화한다”라고 했다.
이미 WKBL이 대략적인 스케줄을 짜왔다. 25일까지 2주간 몸 상태에 맞는 단계별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그러나 정상일 코치는 “현지 트레이너들과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고 해야 한다”라고 했다. 위성우 감독 역시 동의했다. 위 감독은 “내가 직접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2주간 충분히 몸 상태를 끌어올린 뒤 26일 진천선수촌으로 향한다. 진천에선 어수선한 분위기 없이 곧바로 강도 높은 체력 및 전술훈련에 돌입한다. 결국 JDI에선 본격적인 훈련의 사전작업을 한다고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시간을 아끼는 것이다.
▲ 내가 내 몸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정상일 코치는 “스스로 자기 몸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라고 했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선수들 모두 시즌을 치르면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는 잘 안다. 그러나 막상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대처는 오히려 부상을 키우기도 한다. 당연히 경기력을 떨어뜨리는 부분. JDI에서 몸을 미리 끌어올리면 이런 문제점을 피할 수 있다.
정 코치는 “이렇게 체계적으로 훈련을 하면 선수들이 긴장을 하게 된다. 이미 입소하기 전에 조금씩 관리를 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위 감독은 “선수들의 몸 상태를 파악한 뒤 전술훈련의 밑그림을 확실하게 그릴 수 있다”라고 했다. 남자농구 모비스, KGC,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등은 JDI의 단골손님이라고 한다.
대표팀 선수들은 이날 오후 ‘스포츠 기능검사’를 실시했다. 본격적인 재활프로그램 소화 전에 자신의 몸 상태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선수들은 윗몸 일으키기, 제자리 멀리 뛰기, 근력 측정 등을 통해 부상 부위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JDI는 곧 선수 개인별 몸 상태를 상세히 분석해 선수들에게 알려줄 계획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향후 2주간 소화할 프로그램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 선수단 운영 비효율성 제거
위성우호는 내부적으로 과제가 많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역시 앰버 해리스의 귀화 여부. 매우 민감한 문제. 위 감독은 “아직 귀화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해진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해리스의 합류 여부 결정 시기, 그리고 해리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일단 기존 멤버들의 훈련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선수가 하은주. 위 감독은 “해리스가 대표팀에 들어와서 하은주와 함께 뛰면 매우 느려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은주의 몸 상태를 JDI서 확실하게 파악할 경우 해리스와의 공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은주의 몸이 JDI를 거치면서 더 좋아질 경우 해리스와의 활용 방안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위 감독은 이번 평창 훈련에서 이런 점을 살펴볼 계획이다.
일단 JDI 전지훈련을 끝낸 뒤엔 몸 상태에 따라 대표팀 운영 방향이 달라진다. 일부 컨디션이 지나치게 좋지 않은 선수가 있을 경우, 다시 말해서 JDI에서도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실패한다면 진천에서의 훈련 스케줄 및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제까진 훈련 첫날이 돼서야 이런 변수를 계산하느라 효율적인 훈련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위성우호가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을 위해 체계적이면서도 치밀한 대응을 시작했다.
[평창 JDI. 사진 = 평창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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