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파주 안경남 기자] “내가 원칙을 깬 것이 맞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월드컵 최종 멤버를 뽑는 과정에서 논란이 된 ‘무너진 원칙’에 대해 홍명보 감독은 제법 큰 목소리로 “내가 원칙을 깼다”고 말했다. 너무도 당당해서 질문을 한 취재진들이 무안할 정도였다. 그에겐, ‘원칙’이 너무도 가벼워 보였다.
홍명보 감독은 12일 축구대표팀 소집 첫 날 파주NFC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달고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홍명보 감독의 표정은 비장했지만 최종 엔트리 발탁을 두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냉랭했다.
당연히 원칙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초기 자신만의 선수 선발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정작 최종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그의 원칙은 유리그릇처럼 쉽게 깨졌다. 가장 기본적으로 소속팀에서 거의 뛰지 못한 선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박주영(왓포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2년 전 런던올림픽 멤버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K리그서 10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달성이란 신기록을 쓴 이명주(포항)는 제외됐다. 그가 말한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기준이 될 것’이라던 원칙은 그렇게 깨졌다.
결과적으로 원칙은 깨졌고 제 식구 챙기기란 비판이 이어졌다. 홍명보는 “원칙, 내가 깬 것이 맞다”며 “어떤 선수의 선발이든 모든 분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나도 원칙 안에서 선발했다면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팀을 위해 고민했다. 이 선수들을 데리고 마지막까지 가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변을 했다.
상당히 무서운 발언이다. 스스로 원칙을 깼다고 인정하면서 결국에는 그것이 또 ‘팀’이란 거창한 대상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했다. 마지막에는 ‘결과만 좋으면 장땡 아니냐’고 되려 맞받아쳤다. 틀린 얘긴 아니다. 우리는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이것을 경험했다. 박주영을 비난했지만 결국에는 한일전서 일본 선수 3~4명을 유린한 뒤 골을 넣은 그를 찬양했다. 결과만 좋으면 다 좋은 게 대한민국 아닌가.
최근 우리는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원칙’을 지키지 않아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들을 겪었다. 원칙이 깨졌을 때, 얼마나 심각한 일이 발생하는지 모두가 지켜봤다.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쌓이고 쌓여, 죄 없는 수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조차 최근 방송을 통해 어린이보호구역서 제한속도가 지켜지지 않는 모습을 통해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진짜 보물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바 있다.
홍명보 감독은 대한민국을 대표해 월드컵에 참가한다. 태극마크의 무게는 그 어떤 것보다 무겁고 책임감이 따른다. 그가 부임 초기 원칙을 앞세워 ‘원팀’을 강조한 건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위풍당당하게 ‘원칙’을 깨는 그의 모습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홍명보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DB]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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