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님이 보고계셔' 김종구, "배우에게 현상 유지는 퇴보"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계속 두드리고 도전하는 과정이다"

배우 김종구(33)는 꾸준히 변하고 있다. 연극 '트루웨스트', '모범생들', '나쁜자석', 뮤지컬 '트라이앵글' 등에 출연하며 쉬지 않고 달려온 그는 현재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여신님이 보고계셔' 무대에 선 김종구는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에도 잠깐 얼굴을 비추는 등 조금씩 변화하며 자신을 다져가고 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6.25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전쟁의 참혹함을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으로,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남과 북의 군인들이 100일간 함께 생활하며 인간적인 우정을 나누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처세의 달인이자 딸바보인 한영범 역을 맡은 김종구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에도 했고 극장도 커지고 조금 달라져서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기대와 걱정을 갖고 연습했다. 배우들도 다른 만큼 느낌도 달라지는데 모두가 열심히 해서 그런지 의심하고 두렵지는 않았다. 무대 위에서 진실되게 영범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 "제일 중요한 역할은 중간 입장"

김종구는 지난해 재연에 이어 삼연에서도 한영범 역을 맡았다. 하지만 편한 것은 없다. 상대가 바뀌었고 작품에 대한, 한영범에 대한 김종구의 마음도 더욱 깊어졌다. 특히 이번 공연 연습 당시 김종구는 다른 공연과 연습을 병행한 배우들의 역할을 대신 맡아와 다른 배역들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김종구는 "주로 석구와 창섭 역할을 대신 했다. 근데 솔직히 한영범은 나와 성격이 많이 다르고 내 성격과 석구가 잘 맞더라. 하지만 연습 하면서 한영범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 더욱 고민했다. 뭐랄까, 눈치도 빠르고 처세의 달인인데 그와 함께 딸에 대한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며 "사실 '여신님이 보고계셔'에는 각자의 에피소드를 그리는 장면이 있는데 영범만 없다. 어떻게 보면 영범은 관찰자, 사회자 같은 입장인 것이다. 그래서 더 강하게 딸에 대한 마음을 진실되게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재연 당시에는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어서 나는 에너지를 올리는 작업에 집중했다. 조금 더 놀래거나 조금 더 두려워 하거나 조금 더 걱정하는 기본적인 에너지들을 조금 더 올렸던 것 같다. 내가 특별히 이런 역할, 이런 작품이라고 해석하지 않았고 여신님까지 합쳐 일곱명의 기운이 하나가 돼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연습 하면서 이것 저것 많이 시도해 봤는데 영범의 시선으로 쭉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당히 다른 인물들의 시선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종구는 딸 진희와의 애틋한 에피소드가 없어 다소 아쉬웠다. 진희가 각별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더욱 구체적으로 그리고 싶었던 것. 인물의 전사를 구체적으로 그리는 그이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아내의 존재, 입대 이유, 한영범이 유들유들한 성격이 된 계기 등 모든 것을 상상했다. 그 과정에서 김종구만의 한영범이 탄생됐다.

김종구는 "하지만 한영범의 제일 중요한 역할은 중간 입장이라는 것이다. 살아서 돌아가려는 마음과 삭막하고 살벌한 분위기를 바꿔 놓는 계기를 만든다. 잔머리로 여신님이라는 매개체를 만들고 그러다 보니 다른 인물들을 아우르게 된다"며 "이 작품에서는 인물들 각자가 사연과 아픔을 갖고 있다. 각자 소중한 것이 있고 영범 역시 딸에 대한 마음이 충분히 보여진다. 영범이가 갖고 가야 할 마음들, 진심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나도 무대 위에서 열심히 할거니까"

17명의 캐스트가 있다 보니 연습실은 그야말로 시끌벅적 했다. 배우들 모두 각기 다른 인물을 그렸고, 이를 익히는 과정은 유쾌하고 밝았다. 다들 한 입담 하는 배우들인 만큼 특별히 분위기 메이커를 만들지 않아도 연습실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특히 족구가 도움이 됐다. 족구 실력이 좋아지고 서로 호흡이 잘 맞을수록 신기하게도 무대 위에서 그 과정이 그대로 나왔다.

이어 김종구는 동료 배우들과의 연습 당시를 떠올렸다. 특히 영범을 통해 여신님을 믿게된 순호 역 려욱, 이재균, 신성민, 전성우, 영범과 척척 맞는 호흡을 자랑하는 석구 역 안재영, 정순원과는 유독 남달랐다. 한발 빠져 그들을 지켜보고 동료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을 다잡기도 했다.

"려욱이는 체구가 작고 소리가 미성이다. 거기서 나오는 순호 같은 이미지가 굉장히 크다. 바쁜 와중에도 정말 열심히 하더라. (신)성민이는 평상시 성격은 남자답고 애교 있는 스타일이 아닌데 또 다른 모습이다. (이)재균이는 힘이 좋다. 연습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는데 매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다. 목표를 두고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는 에너지가 좋아 좋은 영향을 받았다. (전)성우는 차분하고 침착한 김재범 형과 비슷한 성격이다. 작은 재범 같다. 조용하면서 무대 위에선 집중력 있고 에너지가 있다."

또 김종구는 석구 역 안재영, 정순원에 대해 "재영이랑은 같이 해봤기 때문에 딱히 말하지 않아도 죽이 척척 잘 맞는다. 일단 성향을 잘 아니까 본능적으로 하게 된다"며 "순원이는 워낙 잘 하고 입담이 좋은 친구라 잘 어울린다. 순원이한테는 점점 느는 모습이 보여서 감동적이었다. 난 항상 제자리 같은데 저렇게 다들 느는구나 이런 생각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현혹되지는 않았다. 나도 무대 위에서 열심히 할거니까.(웃음) 충분히 고민을 하고 내가 내린 결론은 여섯명의 에너지들이 단단하게 뭉쳐졌을 때 좋은 작품 나온다는 것이다. 최대한 여섯명 에너지들이 단단하게 모일 수 있는 대화를 하려 했다. 각자의 인물을 만들고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중간 입장에서 조금 더 감싸주는 영범이 돼야겠다고 생각한다."

▲ "배우에게 현상 유지는 퇴보"

김종구는 유머러스한 영범 역 안에서 진심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유머러스함 안에 진실됨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것. 김종구는 "예전에는 슬픈 마음을 갖고 덤덤하게 갔다면 지금은 슬프면 슬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물 표현 뿐만 아니라 틈틈이 운동을 하며 체력적으로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초중반 생목소리를 많이 사용해 목에 무리가 가지만 이는 배우 본인이 익숙해져야 하는 것. 그런 과정에서 점차 발전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을 하다 보니 김종구에겐 책임감도 뒤따른다. 순간적인 이미지로 모든 것이 평가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조금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기도 한다. 그저 배우가 직업일 뿐 자신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많은 사랑을 주는 이들을 가슴 아프게 할 수는 없다.

그는 "배우에게 현상 유지는 퇴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완벽한 배우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아 계속 도전하고 두들기는 과정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같은 역할도 해볼 수 있고 이건 진짜 못하겠는 역할은 도전해볼 수 있다"며 "욕도 먹으면서 하다 이후 더 좋은 모습이 있을 것이다. 특별히 어떤 역할이나 성향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배우는 본능적으로 관객들의 분위기를 안다. 공기부터 다르다. 이 공기를 밝게 만들기 위해 더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털어놨다.

"매공연마다 포기하고 싶고 한계점에 부딪쳐서 배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주위에서 많이 잡아줬다. 그렇게 매 공연마다 과도기가 왔는데 견디다 보니까 센스도 조금씩 생기고 마음도 단단해졌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잘 안 든다. 그래서 그간 활동이 후회되진 않는다. 더 전진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지금은 여러 영역을 염탐하고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움추리고 있는 애벌레인 것 같다. 배우 김종구는 이제 시작이다. 인생은 60부턴데 난 이제 반 조금 지났다. 아직 햇병아리니까 계속 노력할 것이다. 배우 김종구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지켜봐주길 바란다."

한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오는 7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김종구. 사진 = is ENT, 연우무대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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