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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임지섭을 좋은 투수로 만들어보겠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 감독으로 재직하던 2004년과 2005년 좌완투수 장원준(롯데)에 많은 기회를 부여했다. 어느새 프로 11년차에 접어든 장원준은 리그 정상급 좌완투수로 거듭났다. LG의 '루키' 임지섭도 양 감독의 작품이 될 것인가.
장원준은 양 감독과 함께한 2년간 61경기에서 8승 14패 2홀드 평균자책점 5.25(192이닝 114자책)로 썩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지만 2008년 12승을 시작으로 이후 4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입대 직전해인 2011년에는 15승 6패 평균자책점 3.14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프로 첫 2년간의 경험이 장원준에겐 엄청난 도움이 됐다. 그는 올 시즌에도 7경기에 선발 등판, 4승 무패 평균자책점 3.40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양 감독은 14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장원준은 고졸 선수 치곤 슬라이더가 좋았고 투구 메커니즘도 좋았다. 또한 좌완투수의 최대 강점인 제구력이 괜찮았다"며 "좌완투수를 키우기가 쉽지 않은데 확신하고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양 감독의 시선은 임지섭을 향해 있다. 제주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임지섭은 150km를 웃도는 빠른 공을 보유한 좌완 투수로 시즌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올 시즌 4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6.75(14⅔이닝 11자책)로 썩 좋지 못하다.
무엇보다 볼넷을 17개나 내준 게 흠이다. 탈삼진(8개)의 2배가 넘는다. 이닝당 1.16개꼴이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가 2.18에 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뷔전인 지난달 31일 두산전서 첫 승을 따냈지만 이후 제구 불안을 드러내며 무너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양 감독은 임지섭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충분히 키워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그는 "임지섭을 좋은 투수로 만들어보겠다. 관심을 두고 지켜볼 것이다. 기본 하드웨어가 되는 선수다"고 말했다. 190cm 94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임지섭의 하드웨어는 누가 봐도 매력적이다. 양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양 감독은 "(장)원준이와 (임)지섭이는 다른 방법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원준에게 1군에서 적극적으로 기회를 줬던 것과 달리 임지섭은 2군에서 최대한 많은 공을 던져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양 감독은 "임지섭을 지금 1군에서 던지게 하면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정도는 돼야 한다. 지금 1군에 올리는 건 오히려 망가트리는 선택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볼넷을 9이닝 기준 5개 이하로 줄여야 한다. 퓨처스리그에서도 100구를 목표치로 잡고 마운드에 오르면 볼넷이 10개든 20개든 투구수를 채우라고 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임지섭에게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구속 줄이면 절대 올리지 않겠다. 던질 수 있는 가장 강하고 좋은 공을 던지라"고 조언하기도.
지난 1일 1군에서 말소된 임지섭은 퓨처스리그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 중이다. 6일 NC 2군을 상대로는 5이닝 3피안타(1홈런) 3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지만 11일 상무전서 5이닝 5피안타 4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양 감독이 부임한 13일 이후에는 아직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13일 공식 취임 후 2경기를 치른 양 감독은 정신이 없다. 첫 승을 거두고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짜릿했다. 정말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첫 승 소감을 전하면서도 외국인 투수 코리 리오단의 불펜피칭을 유심히 지켜보는 등 개선점을 찾고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양 감독은 13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2군 경기도 직접 찾아 선수들을 살펴볼 것이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임지섭을 직접 눈으로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빅리그 입단 초기에 '우상' 놀란 라이언의 "끝까지 너를 지켜보겠다"는 말이 큰 동기부여가 됐단다.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양 감독의 말은 임지섭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양상문 키드'의 탄생이 기대된다.
[LG 트윈스 임지섭.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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