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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왜 KBL 총재선출을 앞두고 어수선할까.
KBL 제7대 한선교 총재의 3년 임기가 오는 6월 30일에 끝난다. 한 총재는 지난 2011년 7월부터 KBL을 이끌었다. KBL은 규정상 이달 말까지 제8대 총재를 선출해야 한다. 한 총재는 15일 오전 KBL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는다. 한 총재는 기자회견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재의 연임 의지는 확고하다. 다른 후보자와의 경선을 거부하고 재추대가 되길 원한다.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하기 직전까지의 입장은 그랬다. 결국 이 일로 농구계가 술렁거린다. 한 총재의 연임을 저지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 현실부터, 허술한 KBL 정관의 문제점까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 혼돈의 KBL
한 총재는 사상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총재로 선출됐다. 전임 전육 총재와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당선됐다. 그런 그가 이번엔 경선을 치르기 싫다고 했다. 만장일치로 모양새 좋게 추대해달라는 의미다. 사실 1~2대 윤세영 총재, 3대 김영기 총재, 4~5대 김영수 총재, 6대 전육 총재 모두 만장일치로 추대를 받았다. 추대는 일종의 관례였다.
하지만, KBL 정관엔 엄연히 ‘KBL 총재는 총회 재적회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한다’라고 나와있다. 무조건 만장일치로 추대를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한 총재 역시 경선으로 선출된 총재. 그런 한 총재가 정작 다른 후보자와의 경선을 원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사실 한 총재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더 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는 농구인들과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농구에 대한 애정은 많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정책으로 농구계의 혼란을 부추긴 적도 많았다.
한 총재의 ‘경선불가론’에 맞설 대항마로 김인규 전 KBS 사장이 꼽힌다. 농구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인규 전 KBS 사장이 최근 급격하게 세를 불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김 전 KBS 사장 역시 농구계를 이끌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검증된 건 아무것도 없다. 김 전 KBS 사장이 한 총재보다 확실하게 낫다고 내세울 게 없다면 한 총재로선 연임할 명분이 생긴다.
▲ 허술한 KBL 총재 선출 규정
현 시점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총재 선출 규정의 허술함이다. KBL 총재가 총회 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만 받으면 될 수 있다는 것 외엔 아무것도 명문화된 조항이 없다. 총재의 자격 및 추천방식, 총재 선출과 역량 검증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 한 총재 선출 전까지 KBL 총재들은 이런 허술함을 틈타 총회에서 모양새 좋게 추대됐다.
문제는 KBL 총재선출 규정의 허술함이 곧 KBL 총재의 정통성 약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후보를 확실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고, 총재 선출 과정에서 언제든지 형평성과 정당성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한 총재가 다른 후보와의 경선을 끝까지 거부하겠다고 하면, 딱히 반박할 수 있는 조항도 없다. 후보들간의 경선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KBL 이사간담회에서 이런 맹점에 대해 논의가 오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KBL은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차기 총재를 선출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았다. 누가 총재로 추대되든 정통성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 총재 선출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으니 역량을 검증할 수가 없다. 처음부터 떳떳하게 총재에 오르지 못하다 보니 조그마한 외풍에도 리더십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약점을 안고 있다. 역대 KBL 총재 모두 그랬다. 총재가 정통성을 강화해야 KBL이 탄탄해진다.
▲ 한선교 총재 견제할 농구인이 없다
서글픈 현실. 농구인들 중 누구도 선뜻 KBL 총재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실시된 대한농구협회장 선거서 방열 건동대 총장이 선출됐다. 방 회장은 농구인 출신 최초로 농구협회장이 됐다. 한 농구관계자는 “방 회장 정도를 제외하곤 KBL이나 농구협회 같은 농구계 수장에 오를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한 마디로 행정력과 기획력, 글로벌한 마인드를 지녔으면서도 경험 많고 노련한 농구인이 농구계에 거의 없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한국농구가 선수와 지도자만 키울 줄 알았을 뿐, 행정 인재 양성에는 실패했다. 누구도 한 총재의 경선 불가 천명을 곱게 보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한 총재를 누를 힘 있는 농구인이 보이지 않고 또 다시 외부인사가 대항마로 손꼽히는 게 오늘날 농구계의 참담한 현실이다.
역대 KBL 총재 5명 중 정통 농구인 출신은 3대 김영기 총재가 유일했다. 나머진 언론인, 정치인이었다. 대부분 농구를 좋아해서 KBL 총재로 선임됐다. 그러나 농구를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농구를 발전시키는 것은 달랐다. 총재가 바뀔 때마다 각종 규정이 바뀌어 혼란만 초래했다. KBL 출범 18년째가 됐지만, 아직도 KBL만의 전통으로 내세울만한 게 거의 없다.
물론 농구인이 KBL 총재가 된다고 해서 한국농구가 만사형통할 것이란 전망은 섣부르다. 하지만, 행정적 감각을 지닌 농구인을 육성하지 못한 대가는 꽤 크다. 정치인, 언론인 출신 KBL 총재의 최후는 수 차례 학습했다. 결국 농구인들이 힘을 키워야 한다. KBL 총재 선출에 농구인이 나서지 못하는 현실, KBL 총재 선출을 놓고 어수선함이 계속되는 현실. 이 모든 것이 농구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한선교 총재(위, 아래), 농구공 트로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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