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님이 보고계셔' 신성민 "닮은듯 다른 순호, 스스로 위로 받아"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배우 신성민에게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힐링 그 자체다. 변화하고 공감하다 보면 이내 따뜻해진다. 이로 인해 위로를 받기도, 더 자유로워지기도 한다. 때문에 신성민은 이같은 마음을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하고 싶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6.25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전쟁의 참혹함을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으로,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남과 북의 군인들이 100일간 함께 생활하며 인간적인 우정을 나누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전쟁후유증에 시달려 매일같이 끔찍한 악몽을 꾸다가 영범을 통해 여신님을 믿게 되는 류순호 역 신성민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역시나 기대했던대로 재미있고 많이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이 단단해지고 다져져야 된다. 초연 때 공연 하면서 많은 힐링이 된 만큼 관객들도 그런 만족을 주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 "두번째 순호, 더 자유로워졌다"

신성민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 초연에 이어 이번 삼연 무대에 섰다. 삼연까지 공연을 이어오며 사랑 받는 작품이다 보니 신성민에게는 더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의심은 없다. 무대에 오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신뢰가 있고 자신을 믿어주는 관객들에 감사하다.

신성민은 "다시 작품 하자고 했을 때 고민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 잘 할 수 있을까, 그 때 만큼의 느낌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실 당시 부족한 점이 많았고 순호가 가진 부분 중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배우로서 그 아이가 굉장히 좋았다. 그래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고 치유되는 과정을 또 그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초연 때 순호는 정말 만들기에 급급했다. 소화하기에 급급했고 장면의 목적, 순호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에 버거운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하면서는 더 자유로워진 것 같다. 순호 이 아이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고 그 안에서 집중해서 들어갈 수 있는 느낌이 재미있다. 또 하길 잘 한 것 같다."

남자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인 만큼 다른 역의 배우들은 물론 함께 순호 역을 맡은 배우들과의 교감도 많았다. 특히 순호 역을 맡은 그룹 슈퍼주니어 려욱, 이재균, 전성우는 또 다른 순호를 만나게 했다. 순호 역할 중 제일 형인 신성민은 "어느 순간 서른이라는 나이가 와닿지 않고 그냥 숫자 같고, 편해지긴 했지만 어린 나이의 순호가 부럽긴 하더라"고 운을 뗐다.

그는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배우는데 그게 동생들이라 더 재미있었다. 배울 점이 많았고 부러운 것도 있었다. 또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순수함도 배웠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는데 다른 순호들의 표현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며 "려욱이는 슈퍼주니어로 잘 된 이유가 있더라. 매사에 열심히 하고 심성이 좋다. 재균이, 성우와는 워낙 친했는데 특히 재균이가 풀어내는 순호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내가 25살에 순호를 했으면 저렇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놀란다"고 털어놨다.

▲ "신 자체의 목적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그렇다면 신성민만의 순호는 어땠을까. 순호의 드라마, 그가 변하는 과정과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변하는 과정이 따뜻하게 느껴졌다는 신성민은 무인도라는 공간 안에서 남과 북으로 나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신성민은 "거창한 이야기 같지만 세상 살아가면서 순호같은 중재자가 있다면 싸움이나 그런 것들이 많이 없어지지 않을까 한다. 순호는 좋은 사람이다"며 "나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런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정말 좋은 말, 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모든 역할들이 어렵지만 순호와 이 공연은 체력적으로 힘들다. 발산하는 것보다 안으로 먹는게 더 힘들다. 웅크리고 떠는 게 더 힘들다. 관객석이 조금 더 커져서 내 표현이 끝까지 안가는 기운을 느낀적도 있다. 조금씩 조금씩 더 하고 있다. 지금도 실험해보는 단계고 내가 느낀다고 해서 그 느낌이 100%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렵지만 조금씩 고치고 있다."

사실 순호는 트라우마를 갖고 변화하는 캐릭터라 더 어려움이 있다. 캐릭터가 단숨에 변하고 진짜 감정 역시 알 수 없다. 이에 신성민은 "심적으로 완전 동요가 된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부르고 나서 '그대가 보시기에'를 부르기까지 순호에게는 하룻밤이 지난다. 하지만 내겐 그만큼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고백했다.

"마음 속에 갖고 있는걸 확 버리고 확 놔야 한다. 그런 것들이 부딪칠 때가 많았다. 너무 확 변하니까 좀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번째니까 많이 즐기면서 하고 있다. 신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연기하는 편이다. 관객들에게 내 개인적인 매력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물론 '그대가 보시기에' 장면을 특히 귀여워 해주시는걸 알고 있지만 그 장면의 목적이 귀여움은 아니기 때문에 신 자체의 목적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 "내 스스로가 가장 위로를 많이 받았다"

빠르게 성격이 변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신성민에게 순호는 더욱 자신을 발전하게 만든다. '악몽에게 빌어'는 순간 집중력이 중요해 온 신경을 신 자체에 맞춘다. 하지만 정말 간절하게 비는 것이라고 해서 과잉된 감정을 보여줄 수는 없다. 부담스럽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안에서 감정이 보여야 한다.

신성민은 "밋밋하게 하는 것보다는 감정이 많이 요동칠수록 카타르시스는 더 오는 것 같다. 하지만 약간 과잉됐을 때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건 온전히 내 만족을 위한 카타르시스인 것"이라며 "디테일에 중점을 두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면의 목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장면이 무엇을 전달하려 하는가가 중요하지 내 개인의 디테일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살아 움직이면 그게 디테일이 되는거지 딱히 어떤 행동으로 디테일을 줘야겠다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순호와 나는 닮은 듯 다른 것 같다. 사실 작품 하면서 느끼는건데 나도 가끔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하고 헷갈린다. 항상 사람에게는 누구나 다중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화 안내는 사람 없고 울지 않는 사람도 없다. 방법의 차이다. 감정은 누구나 갖고 있다. 그래서 순호 뿐만이 아니라 어떤 역할이든 내 안에 분명 하나씩은 있는 것 같다. 아픔도 마찬가지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인물들처럼 누구나 하나쯤은 가슴에 아픔을 갖고 산다. 그런 면에서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내 스스로가 가장 위로를 많이 받는 공연이다. 끝나고나면 눈물이 떨어질 때가 있다."

마지막으로 신성민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따뜻함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누구나 갖고 있는 정서를 그린다. 사연이 여러가지인데 누구나 갖고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힐링극이라 할 수 있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실망하지 않고, 정말 마음 한가득 따뜻함을 갖고 돌아가실 수 있다. 연습 하면서 나도 많이 위로를 받았고 힐링 받았는데 관객들에게도 이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오는 7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신성민. 사진 = is ENT, 연우무대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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