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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가 녹화를 재개한다.
15일 '웃찾사' 공식 홈페이지에는 '다시, 녹화를 앞두고..'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이 게재됐다. 이는 이창태PD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녹화재개에 대한 그의 심경을 담고 있다.
이창태PD는 "남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은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코미디 PD가 되어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며 시청자들이 웃을 때 참 행복했고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을 복이라 여기며 감사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하지만 남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슬플 때 남을 웃겨야 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그건 나의 일이기 때문에 참고 해낼 수 있다"며 "그보다 더 힘든 건 슬픈 사람이 있음에도 웃겨야 하는 것이다. 무례함과 상대적으로 더 큰 슬픔을 줄 수도 있기에 두렵기도 한 일이다. 하지만 이 또한 세상의 다양성과 코미디의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며 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힘든 건 나도 슬프고 상대도 슬플 때 웃겨야 하는 것이다. 웃음 자체가 비인간적이고, 웃음이 무가치하게 느껴지고, 웃음을 만들어 낼 힘도 목표도 사라진 것 같은 상황에선 내가 코미디 PD인 게 복이 아니라 형벌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이번 세월호 참사로 저 역시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슬픔과 미안함과 분노에 빠졌다. 제 감정을 추스르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래도 일은 해야지 않나'라는 생각에 의무감으로 연습장을 갔습니다만 사실 아무 것도 하질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PD는 "복잡하게 뒤섞인 감정들과 무거움으로 어떤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웃음을 생각한다는 자체가 죄를 짓는 것만 같아 저 뿐 아니라 개그맨 어느 누구도 아무런 얘기를 하지 못했다. 한 주가 지나고, 또 한 주가 지나고..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는 뭘 해야 하는 사람이며, 그 무엇을 어디서 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부터 사람, 국가, 책임, 물질, 행복, 가치.. 그리고 웃음의 본질적 의미와 기능에 이르기까지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제 웃찾사 녹화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마냥 가라앉는 마음을 애써 추슬러 다시 일어선다. 복잡한 생각으로 더 무거워진 발걸음을 녹화장으로 옮긴다"며 "세월호 희생자 및 유가족에게 가슴 아픈 위로를 드리며, 누군가는 있어야 할 자리에 다시 서고자 한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10년 전, 제가 만들었던 슬로건이 생각난다. '대한민국이 함께 웃는 그날까지..웃찾사!!' 모두가 함께 웃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그 자리에 '웃찾사'도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앞선 지난 12일 SBS 관계자는 마이데일리에 "'인기가요', '웃음을 찾는 사람들', '도전천곡' 등이 방송을 재개한다. 12일 기준 방송편성표에도 해당 프로그램들이 정상 방송으로 편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SBS는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예능·오락 프로그램들을 결방했으며 녹화도 잠정 중단해왔다. 하지만 주말 예능을 시작으로 차차 방송부터 녹화까지 정상화될 전망이다.
[결방 5주 만에 방송이 재개되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사진 = SBS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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