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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7년 반의 시간 동안 차근차근 영화 '끝까지 간다'를 준비해 온 김성훈 감독은 자신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칸 국제영화제의 부름을 받았다. 칸은 "매우 정교하면서도 유쾌한 작품으로 신선한 자극을 준다"며 '끝까지 간다'를 감독 주간 섹션에 공식 초청했다.
김성훈 감독은 호평에 쑥스러워하며 "'끝까지 간다'가 칭찬을 듣고 있는데 사실 난 이 영화를 많이 봐 왔다. 구석구석 빈틈이 보인다. 유리를 아무리 잘 닦아도 잡티 같은 것이 보이지 않나. 그런 마음이다. 좀 더 잘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그 아쉬움조차, 실수 역시 지금의 내 상황이다. 나태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단점이 있는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감독은 겸손한 말을 이어갔지만 영화가 베일을 벗은 후 '끝까지 간다'에 호평 세례가 이어지고 있다. 웰메이드 범죄 액션이라는 평을 이끌어 내며 일찌감치 흥행 청신호도 밝혔다. 7년 반동안의 공백을 날려 버릴 듯한 뜨거운 반응이다.
김성훈 감독은 "아직까지는 두 번의 숙제 평가를 받는 것 같다. 7년 반동안 해 온 시험에 대한 평가다. 첫 번째 관문은 기자들이었는데 잘 봐준 것 같아 감사하다. 또 다른 관문은 관객들의 눈이다. 그런데 다행히 그 분들의 눈을 선도하는 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최소한 막 만들지는 않았구나 싶다. 같은 영화를 함께 바라보고, 또 좋게 봐주시니 그게 좋더라"라고 밝혔다.
그가 '끝까지 간다'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지난 2008년이다. 2009년 초 초고가 나왔고, 2014년 5월이 돼서야 완성본을 관객 앞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김성훈 감독은 이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간다'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부족함을 채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김성훈 감독은 "세상에 봐야할 건 많은 것 같다. 만약 그 때 승승장구했다면 딴 곳을 볼 겨를이 없었을 듯 싶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기회가 있었다면 그 길을 안 가지 않았을까 싶다. 이리저리 볼 만한 시간이 많았다. 기웃거리다보니 당시의 나에게 긴장과 이완을 가지고 노는 재미가 다가왔다"며 "무력함으로 다가왔던 그 시기가 눈을 돌릴 만한 시간적 여유였다. 전화위복인 것 같다"고 평했다.
숨 고르기를 하는 동안 긴장과 이완의 재미에 대해 느꼈던 김성훈 감독은 '끝까지 간다'에 자신이 느꼈던 즐거움을 적용시켰다. 러닝타임 111분 동안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함께 쫄깃한 긴장감을 안기는 노련미를 발휘했다.
그는 "'끝까지 간다’를 이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유머와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에 유머 등 이완시킬 수 있는 것들이 들어가면 오히려 속도감 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다. 빠르게 달리지만 시간을 재보면 그렇게 빠르지 않은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런 방법이 속도에 대한 피로 누적도 없이 관객이 빠르게 느끼며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겼다. 이런 부분에서 소통이 됐다면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웃음이 중요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유머가 쌓아왔던 긴장감을 와해하면 어쩌나 싶었다. 긴장을 완전히 와해시키지 않으면서도 다음으로 도약하기 위해 적당한 수준으로 웃겼으면 했다"며 지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성훈 감독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이선균과 조진웅에 대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선균과 조진웅을 비롯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 스태프 등 덕분에 이런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
그는 "조진웅이 맡은 박창민 역으로 욕심을 내지 않아도 돋보이고, 작은 것도 커 보이고, 힘이 들어가지 않아도 들어가 보이는 배우를 찾았다. 결과물은 감탄할 정도로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조진웅이 연기한 박창민은 웃고 있어도 무섭고 무서운데도 웃고 있더라"라며 놀라워했다.
또 고건수 역을 맡은 이선균에 대해 "불안감을 하나의 강도와 세기로 휘둘렀다면 뻑뻑해서 영화를 못 봤을 것이다. 그 불안감을 세밀하게 계속 변주해 미세한 차이를 보여줬다. 나 또한 모르는, 연기를 하는 사람만이 아는 차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느껴졌을 때, 이선균이 내가 아는 '연기를 잘 하는 배우 이선균' 그 이상으로 연기를 더 잘하는 구나 싶었다. 살아왔던 공력이 나타나는 것 같다. 우리 영화에서 남을 띄워주기도 했다. 강아지 신이 거의 한 두 번 만에 오케이가 났는데 다들 놀랐다. 우스갯소리로 '선균이가 강아지까지 띄우네'라고 했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이선균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김성훈 감독은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듣고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하게 된 것에 대해 "난 운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배우, 스태프 등 때문에 받게 된 예상치 못한 좋은 축복이라는 것. 자신의 공까지 모두 영화를 위해 힘써준 사람들에게 돌린 그는 16일 칸 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성훈 감독은 "영화에서 오미트(Omit) 된 장면이 있다. 박창민이 '꿈은 잘 때나 꿔'라고 하는데 꿈같은 일이 이뤄졌다. 꿈꿔왔던 영화('끝까지 간다')가 현실로 나타났고, 꿈과 같은 칸이 현실이 됐다. 꿈은 잘 때나 나타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영화를 준비하고 찍으며 단 1초도 칸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와 관객을 위해 찍었다. 충분히 재미있고 또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이 고스란히 이 영화에 담겨 관객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성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 '끝까지 간다'는 한 순간의 실수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형사 고건수가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선균이 고건수, 조진웅이 정체불명의 목격자 박창민으로 분했다. 오는 29일 개봉.
[김성훈 감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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