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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배우 송승헌이 자신을 둘러 싼 껍질을 깨트렸다. 대표 미남 배우로, 또 20대를 대표하는 스타의 이미지가 강했던 송승헌은 김대우 감독의 신작 '인간중독'을 통해 그동안 틀에 밖혀있던 자신의 이미지에서 과감하게 탈피했다.
'인간중독'은 '음란서생' '방자전' 등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의 신작으로,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 가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맺어진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러운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송승헌은 극중 일본군 최고 엘리트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연스럽게 군인이 된 김진평을 연기했다. 두번의 전쟁에서 정신적인 상처를 받았고, 환영을 보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한 여자를 만난다. 부하의 아내인 종가흔(임지연)을 말이다.
가흔에게 첫눈에 반한 진평은 그녀에게 거침없이 빠져 들었다. 이미 결혼을 한 자신의 상황, 부하의 아내라는 가흔의 상황에도 가흔을 향한 진평의 사랑은 감출길이 없었다. 첫사랑의 열정은 진평을 멈출수 없게 만들었다. 비록 가흔은 모든것을 버릴수 있을만큼 진평을 사랑하지 못함에도 말이다.
이런 '인간중독'의 스토리는 가슴이 아팠다. 송승헌의 마음을 움직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송승헌은 "그들의 사랑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20대에 송승헌이라면 '인간중독'에 출연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못했을"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김진평이라는 캐릭터는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고, 시나리오에도 드러난 노출과 불륜인 소재도 송승헌의 마음을 막진 못했다. 송승헌은 한마디로 "다른 이유들로 인해 김진평을 하지 않았다면 후회 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송승헌에게 '인간중독'은 도전이었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노출이 들어있었고, '19금 멜로'라는 수식어에 맞는 베드신도 있었다. '인간중독'이 공개된 후 베드신의 수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승헌은 '인간중독'을 선택했다. 이는 "김대우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보여주기 위한 노출이 아니"었고, 작품을 본 뒤 "남는 것"이 이었다. 또 "값 싸 보이지 않게 포장"이 가능한 능력을 지닌 감독이었기에 노출 수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 송승헌의 설명이다.
또 '인간중독'에 송승헌이 출연한 것은 막연한 자신감이 한 몫 했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여배우보단 노출에 대한 부담감이 덜하다. 보여줘봤자 얼마나 보이겠나. 내가 20대 청춘스타도 아니고, 마흔을 바라보는 30대 배우다. 내 인생의 반을 연기자로 살았고, 더 잘 할수 있고, 잘 해보고 싶은 분야가 이것이라면, 확실히 해 보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20대 송승헌이었다면 주저했을 것이다. 송승헌이 가진 이미지와 포장지, 이런것들이 있는 상태에서는 '인간중독'은 선택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출연을 한 뒤 얻어지는 것은 확실히 있었지만, 쉽게 선택할 순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연기할 날이 더 많다"고 생각한 송승헌은 다양한 시도를 해야했다. 송승헌은 그렇게 '인간중독'을 품에 안을수 있었다.
선택한 순간부터 송승헌은 김진평에 몰입했다. 영화 속 노출, 감정 등의 수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종가흔을 향한 김진평의 맹목적인 사랑은 진평의 상황보다 그의 사랑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줬다.
송승헌의 표현에 따르면 종가흔은 김진평에게 있어서 생명수와 같았다. "나를 구원해 준 사람"이라는 종가흔에게 사랑을 표현할때, 또는 갈구할때 감정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는 없었다. 어린시절 첫사랑에 가슴앓이했던 '인간 송승헌'의 감정을 떠올리며 그렇게 김진평을 만들어갔다.
의도를 했건, 하지 않았던 '인간중독'은 송승헌에게 있어서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이다. "이런 시도, 노출이 다가 아니라 송승헌이 이런 관계에 이런 소재의 영화를 시도했다"를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송승헌의 바람이었고, 이는 송승헌에게 전달되는 시나리오의 변화에게 느낄수 있었다. "'인간중독' 촬영에 들어간 이후 들어온 작품을 보면 평소 나에게 들어오지 않았을법한 캐릭터들이다. 내 의도를 알아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짧은 미소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에서 송승헌은 처음으로 베드신에 도전했다. 상대 배우는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하는 신인 배우 임지연. 베드신에 서툰, 연기 자체에 서툰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베드신에 대한 궁금증도 높았다. "둘다 처음이라 의지라기보다는 악연하게 위안이 됐던 것 같다"는 말이 어느정도 이해가 됐다.
또 송승헌은 처음하는 베드신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액션영화를 찍는 것 만큼 힘들었다는 것. 그는 "액션이면 몸을 격렬하게 움직여서 힘들지만, 베드신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100m 달리기를 하고 온 것 처럼 힘들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베드신 후일담을 들려줬다.
송승헌은 자신의 변화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 듯 했다. 베드신.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을 해볼만한 촬영이었다. 막연한 걱정이 있었지만 "막상해보니 별거 아니더라"며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무척이나 홀가분했고,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겠따는 자신감마저 만들어냈다. 배우를 다시 시작하는 기분까지 느끼게 했다. 베드신은 송승헌에게 있어서 작은 도전이었지만, 결과는 많은 것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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