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군 엔트리를 없애는 게 좋을 것 같다.”
두산 송일수 감독이 이색 제안을 했다. 송 감독은 지난 16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퓨처스리그 엔트리를 폐지하는 게 좋겠다”라고 했다. 송 감독은 지난해 두산 퓨처스 감독을 역임했다. 퓨처스 엔트리 제도의 장점과 단점을 직접 체험했다. 그리고 올해 1군 감독으로 취임했다. 비록 퓨처스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진 않지만, 1군 감독은 퓨처스 감독 못지 않게 퓨처스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그래야 1군 엔트리를 변경할 때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1군 감독이 퓨처스 선수들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1군에서 필요한 선수를 적시에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감독이 평소에 알고 있던 선수들의 장, 단점뿐 아니라 최근의 데이터와 컨디션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연히 퓨처스 선수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송 감독은 바로 이 부분에서 아쉬움을 제기했다.
▲ 퓨처스 엔트리 시행의 취지
KBO가 퓨처스 엔트리 제도를 도입한 건 지난해였다. 1군과 똑같이 엔트리 정원을 26명으로 정했다. 경기 출전은 1군과는 달리 26명 모두 가능하다. 퓨처스 엔트리서 말소되는 선수는 3일간 다시 등록될 수 없다. 매년 선수단 구성이 바뀌는 상무와 경찰청,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제외한 10개구단 모두 이 규정을 따른다.
잔류군과 3군을 운영하는 팀이 많다. 그런데 다소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팀도 더러 있다. 과거엔 잔류군과 3군 소속 선수들을 막상 퓨처스 경기에 내보는 팀도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있었다. 3군리그가 따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다 보니 퓨처스 선수단 규모가 너무 비대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비용의 과다 지출도 발생했다.
퓨처스 감독 입장에선, 당연히 이 선수들을 모두 활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상대적으로 과거 2군 경기서는 1군보다 선수교체와 포지션 이동이 잦았다. 성적보다는 기량 향상이 주목적이긴 하지만, 경기 진행 자체가 어수선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때문에 KBO는 지난해부터 퓨처스서 활용할 선수를 26명으로 규정했다. 공식적으로 퓨처스리그에 뛸 수 있는 선수가 제한되면서 퓨처스와 3군 경계선에 놓인 선수들의 건전한 경쟁이 심화되는 장점도 발견됐다.
▲ 출전선수 숫자만 제한하자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1군 주전들 중 부상자가 있을 경우 재활군을 거쳐 퓨처스 경기를 치러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 당연히 1군 즉시전력감이기에, 퓨처스 선수 운영에 지장이 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퓨처스서 자리를 차지해야 할 때가 있다. 두산이 이런 케이스. 잘 나가는 두산은 지금도 1군 콜업을 앞둔 부상자가 더러 있다. 4일 휴식기가 생기면서 효율적인 1군 엔트리 활용을 위해 퓨처스에 내려온 선수도 있다. 외야수 박건우 포수 최재훈 투수 홍상삼 이재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언제든 1군에서 활용될 선수들. 하지만, 컨디션 관리를 위해 퓨처스서 경기를 뛰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 때문에 퓨처스 몇몇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게임을 치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퓨처스 본연의 목적인 선수 성장 및 테스트에 지장이 생긴 것이다. 송 감독은 바로 이런 점을 지적했다. 퓨처스 엔트리서 한번 빠질 경우 3일간 다시 등록할 수 없기 때문에 엔트리 선정 및 활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송 감독은 “엔트리 규정을 두는 것보다 출전 선수에 제한만 두는 게 어떨까 싶다”라고 했다. 이럴 경우 1군 부상자들을 커버하면서도 상황에 맞게 최대한 많은 선수를 퓨처스리그서 뛰게 할 수 있다. 퓨처스 엔트리서 빠진 선수를 굳이 3일동안 기다리지 않고 그 다음 경기에 곧바로 활용할 수도 있다. 효율적인 선수단 운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이럴 경우 예전처럼 퓨처스의 선수 급증으로 비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송 감독은 “일본 2군리그의 경우 원정에선 비용 부담 때문에 많은 선수를 데려가지 않는다. 대신 홈 경기서는 최대한 선수들을 활용한다”라고 했다. 송 감독의 말에 따르면 현재 일본 2군리그의 경우 엔트리 제한이 없다고 한다. 일본 2군의 경우 비용도 절감하면서 엔트리 제한이 없는 장점을 활용해 선수관리도 효율적으로 한다는 의미. KBO와 야구계도 송 감독의 말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송일수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