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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배우 윤석현(30)에게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아픈 작품이다. 시작 전부터 걱정도 했고, 묵묵한 캐릭터가 후반부 폭발해야 하니 이를 어떻게 소화하고 살릴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자신을 내려 놓으려 했지만 매순간이 아프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6.25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전쟁의 참혹함을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으로,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남과 북의 군인들이 100일간 함께 생활하며 인간적인 우정을 나누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속을 알 수 없는 차가운 북한군 조동현 역을 맡은 윤석현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여신님이 보고계셔'에는 아는 배우도 많았고 다들 착하고 서로를 배려할 줄 알아서 불편함 없이 임한 작품이다"고 입을 열었다.
▲ "'서울 갈래?'에 확 꽂혔다"
윤석현은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재연 때 처음 접했다. 함께 살고 있는 이준혁과 친한 문상현이 작품에 출연했기 때문에 가깝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다 삼연에서 조동현을 만났다. 한 명 한 명 에피소드가 명확하게 있는 것이 좋았다. 6.25를 배경으로 한 것 역시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북한 사투리가 걱정되긴 했지만 처음이 어려웠지 나중엔 편해졌다. 외형부터 말투, 조동현의 묵묵함도 익숙해져 갔다.
윤석현은 "느낌이 정말 좋았다. 역사를 좋아하는데 그런 부분도 좋았고 여자 멀티가 많이 없는데 여신님이 멀티를 한다는 부분도 되게 좋았다. 저희 할아버지도 북한에 계신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더 가깝게 느껴졌다"며 "지금까지 로맨틱 코미디를 주로 해왔는데 조동현은 묵묵함이 있어야 해서 그런 부분에 집중했다. 그렇다고 너무 무게를 잡으면 안되고 그런데서도 조절을 잘 해야했다"고 밝혔다.
윤석현이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조동현의 감정 변화다. 어느 지점에서 변화를 줘야 조동현의 이야기가 받아들여질지 고민했다. 윤석현은 "나중에 동현이가 모든 말들을 다 한다. 엄마, 누이, 딸 등 총체적으로 말한 다음 그래서 나도 가고 싶다고 한다. 결국엔 나도 가고 싶은 사람이다라는걸 말하는 거다. 그러니 배도 계속 고장내지 않나. 그래서 전체적으로 초반 감정을 잡아가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영범이랑 순호의 대사 중에 '서울 갈래?'가 있다. 표면적으로 내가 듣거나 그렇게 나타나진 않는데 리딩 하고 난 다음 '서울 갈래?'라는 말에 꽂혔다. 부모님은 다 남쪽으로 간다고 했으니까 거기 혹시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나보다. 우리 할아버지도 북한에 계신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서울 갈래?' 이 말에 딱 꽂혀서 거기에 감정 기복이 생긴다. 그 부분이 어찌 보면 원인 제공이다."
▲ "내가 본 백형훈과 순호들은…"
다른 배우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자신만의 감정을 만들어간 만큼 동료들과의 호흡도 더 뜻깊었다. 특히 함께 조동현을 연기하는 백형훈과는 남다르다. 비슷한 듯 다른 조동현을 연기하고 있는 만큼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그는 "(백)형훈이는 조동현 이미지에 정말 잘 어울린다.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더라. '그대가 보시기에' 리프라이즈 같은 경우 '한달이면 되는기야. 만세!' 하고 춤 추는게 있는데 그 때 만세 하면서 춤 추는 건 다 형훈이 거다. 형훈이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형훈이는 노래가 최고다"고 털어놨다.
이어 윤석현은 류순호 역 슈퍼주니어 려욱, 이재균, 신성민, 전성우에 대해 묻자 "려욱이는 되게 열심히 하는 친구더라. 열심히 준비도 잘 해오고 와서 연습도 충실히 하려고 했다. 괜찮은 아이"라며 "려욱이는 워낙 목소리 자체가 순호다. 생긴 것도 이미지적으로도 순호다. 그냥 순호 같다"고 설명했다.
"(이)재균이는 내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새끼 야생마 같다. 재균 순호랑 할 때 제일 마음이 녹아내리는게 크다. 갑작스럽게 뭘 나한테 하면 어떻게 할 수 없게 만든다. 갑자기 머리를 툭툭 치기도 하고 빨래를 같이 짜는데 같은 방향으로 돌리기도 한다. 딱 봤는데 '얘를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의 녹아내림이 가장 강하게 느끼도록 하더라. (전)성우 같은 경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순호다. '악몽에게 빌어' 할 때 그 눈빛은 잊을 수가 없다. (신)성민이 같은 경우는 미친 연기를 할 때의 모습과 실제로 순호가 도움을 줄 때 모습이 제대로 잘 보이는 순호다."
▲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고싶다"
사실 윤석현은 조동현을 연기하며 안으로 많이 삭인다. "속에서 부글부글 거리고 미식거린적도 있다"고 말할 정도. 밖으로 표현하는 스타일인 자신과 달리 표현을 못하는 조동현으로 인해 느끼는 감정이다. 공연 중에도 부글부글한 적이 한번씩 있었다. 집중하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여신의 노래를 듣다 보면 생기는 감정이다. 윤석현은 "나도 웃기면 받아치고 싶고 거기에 대한 리액션을 하고 싶은데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동현은 '하지 마라. 그만 하라우'라고만 한다. 지금은 괜찮았는데 좀 힘들었다. 하지만 동현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이 사람들의 에피소드들을 듣고나서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 거니까"라며 "그래서 계속 잘 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부담도 있다. 조동현은 마지막에 모든 걸 다 조합해서 빵 터뜨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 기운을 엄청 써야 하니까 그 감정을 유지하는 게 힘들다"고 고백했다.
이어 윤석현은 "'여신님이 보고계셔' 단체 포스터를 계속 보면 진짜 당시 전사자들을 보는 것 같다. 북한과 남한, 그 말 자체도 되게 웃긴 거다. 북쪽에 사는 사람들과 남쪽에 사는 사람들이 함께 다른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제일 안타깝다"며 "북한 남한 이런 말이 나오면 사진으로만 본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고싶다. 전쟁의 아픔이 크다. 아픈 사랑 같은, 많이 힘들고 아픈 작품이다"고 털어놨다.
"극중 인물들이 웃고 정찰선이 오면 피하고 '다행이다'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밥을 먹고. 그런 모습들을 봤을 때 다 챙겨주고 싶은 게 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감싸주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나도 아프다. 그래서 끝나고 난 뒤 더 울컥할 때가 많다. 끝나고 서로 다 안는데 그 모습이 우리가 통일이 되면 그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울컥한다."
한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오는 7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윤석현, 공연 이미지. 사진 = is ENT, 연우무대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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