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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창작뮤지컬 '덕혜옹주', 무대 위 외로움이 가득찼다.
뮤지컬 '덕혜옹주'는 1925년 덕혜옹주가 일본에 끌려간 시점부터 1962년 고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덕혜옹주의 삶과 그녀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 그와 정략 결혼한 일본 백작 소 다케유키, 그녀의 실종된 딸 정혜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사라진 딸 정혜를 찾는 소 다케유키의 다급한 모습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재혼을 앞둔 소 다케유키와 정혜가 나오고, 이후 정혜는 덕혜옹주로 바뀐다. 초반부 이 세 인물의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짧은 장면만으로 세 인물의 외로움이 예고된다.
'덕혜옹주'는 광기의 시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세 인물의 내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이는 초반부 세 인물의 강렬한 등장 덕분이다. 단순히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지 않는다. '덕혜옹주'는 철저히 이들의 내면을 파고들고 담담함보다 처절함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을 그릴 수도 있지만 '덕혜옹주'는 다르다. 덕혜옹주의 이야기 안에서 그들의 가족사를 더욱 깊이 들여다 보는 것에서부터 알 수 있다. 정략결혼을 했지만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 소 다케유키, 역사 앞에 사무치게 외로워야만 했던 덕혜옹주, 조선과 일본 사이에서 방황하며 가족의 사랑을 갈구한 정혜. 이들 모두의 이야기가 무대 위를 외로움으로 가득 채운다.
뮤지컬 '덕혜옹주'는 놀라울 정도로 무대 자체에 외로움이 가득하다. 이는 무대 양쪽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 때문이기도 하다. 대금과 피아노만으로 구성된 음악은 인물의 한이 서려진 듯 애절하고도 아름다워 더욱 슬프다.
배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 역시 '덕혜옹주' 작품 자체의 외로움을 더욱 와닿게 한다. 역사적으로나 인물 개인적으로나 사무치게 외로웠던 당시를 무대 위에 그대로 옮겨 놓는다. 거추장스럽지 않은 무대와 음악, 그 속에서 배우들은 묵직한 에너지를 쏟아낸다.
특히 덕혜옹주와 그녀의 딸 정혜 역으로 1인 2역을 맡은 문혜영은 '덕혜옹주'를 끌어가는 일등공신. 역할마다 달라지는 것은 물론 시간이 흐르며 변해가는 덕혜옹주, 정혜의 내면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그녀의 외로움은 무대 위에서 더욱 폭발하고 무대 위 에너지는 곧 관객에게 전해진다. 그의 집중력이 곧 관객의 집중력이 되고, 그 순간 이들의 꽉 찬 외로움은 작품 전체를 아우른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버린 가족을 사랑하고 그 힘으로 고독과 싸우는 덕혜옹주의 모습 역시 끝까지 눈물 짓게 한다. 이는 곧 역사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힘들고 외로운 이들에게 아픔과 동시에 위로로 다가오기도 하는 묘한 감정을 전한다.
뮤지컬 '덕혜옹주'는 역사적 사실에 인물의 내면을 더 들여다 보고, 그 과정에서 개개인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참 슬프고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한편 뮤지컬 '덕혜옹주'에는 문헤영을 비롯 이상현, 전병욱, 남궁인, 윤정섭, 백주연, 정미금이 출연한다. 오는 6월 1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덕혜옹주' 공연 이미지. 사진 = 극단 그愛생각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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