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포항 김진성 기자] 고의사구 작전을 무너뜨린 일격이었다.
21일 포항구장. 삼성은 롯데 에이스 장원준을 상대로 끌려가는 게임을 했다. 하지만, 삼성의 집중력이 인상적이었다. 올 시즌 장원준은 최고의 좌완 에이스. 그런 장원준을 상대로 1회 1점, 4회 2점을 따내며 역전의 사정거리를 지켰다. 특히 4회엔 이승엽과 이지영이 솔로포를 가동해 장원준을 공략했다. 그런 삼성타선을 상대로 롯데도 응집력을 발휘했다. 삼성이 추격할 때마다 달아났다.
5회말 4-3 롯데의 살얼음 리드. 선두타자 박한이가 좌월 2루타를 쳤다. 사실 롯데 좌익수 김문호의 수비 위치 선정 실수가 섞였다. 위치선정을 잘해서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처리할 수도 있었던 타구. 장원준은 채태인과 최형우, 두 왼손타자를 좌익수 플라이와 2루 땅볼로 처리했다. 확실히 삼성 왼손타자들을 상대로 자신감이 있었던 장원준이었다.
2사 3루 상황에서 맞이한 박석민. 당연히 정면승부가 예상됐다. 올 시즌 단 1패도 하지 않았던 장원준이 가장 고전했으나 나름대로 경기를 잘 운영했기 때문. 하지만, 롯데 벤치의 선택은 고의사구였다. 임기응변능력과 컨택트 능력이 좋은 박석민을 걸렀다. 2사 1,3루 상황. 롯데는 직전 타석이었던 4회 장원준의 132km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중월 솔로포를 날린 이승엽을 선택했다.
사실 엄청난 도박이었다. 바꿔 말하면 롯데 벤치의 승부수였다. 에이스 장원준이 나오는 날 무조건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후퇴. 그러나 직전 타석서 홈런을 치며 장타 감각을 조율한 이승엽은 무서웠다. 장원준은 볼카운트 3B1S로 몰렸다. 슬라이더로 이미 홈런을 맞은 상황. 장원준-강민호 배터리의 선택은 120km짜리 커브.
그러나 이승엽이 치기 좋게 가운데로 몰렸다. 이승엽은 우월 스리런포를 만들어냈다. 시즌 5~6호 홈런을 하루만에 만들어낸 것. 이 한방으로 삼성은 3-4로 뒤지던 승부를 6-4로 뒤집었다. 이 장면이 승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삼성 불펜진은 롯데 타선에 위기를 맞았으나 끝내 역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실 이승엽이 전성기를 달리는 타자였다면 상대 벤치에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앞 타자 고의사구 작전. 이승엽 개인적으로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다. 이승엽은 조용히 방망이로 보여줬다. 롯데 타선의 고의사구 작전을 무력화시켰다. 이승엽의 연타석 홈런은 2003년 6월 22일 대구 SK전에 이어 무려 3986일만이었다. 햇수로는 11년만. 한국 복귀 이후 첫 연타석홈런. 이승엽 개인적으로는 20번째 연타석홈런이었다. 올 시즌 7호. 통산 722호.
이승엽은 포항에서 유독 강하다. 이날 3타수 2안타 2타점을 보태 통산 37타수 16안타 타율 0.432 4홈런 14타점. 롯데의 도박과도 같은 고의사구 작전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 이승엽. 역시 이승엽은 이승엽이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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