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포항 김진성 기자] 비디오판독 확대에도 딜레마가 있다.
국내야구 비디오판독 확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진다. 오심 논란이 속출하면서 심판에 대한 팬들의 믿음이 완벽하게 무너졌다. 부담을 느낀 심판의 오심이 많아지면서 경기의 질과 결과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팬들은 다시 실망한다. 악순환. 급기야 KBO는 21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비디오 판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비디오판독 확대 그 자체를 놓고 갑론을박을 할 때는 지났다. 프로야구의 주인인 팬들이 비디오판독 확대로 판정 논란이 완화되는 걸 강력하게 원한다. KBO도 더 이상 팬들의 목소리를 거부할 수 없었다. 이젠 비디오판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고 합의를 이끌어낼 때다. 그런데 현장에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어떤 길을 선택해도 어려움이 있다. 일종의 딜레마다.
▲ 방송사 중계카메라, 각도의 문제
현재 국내야구 4경기가 매일 스포츠케이블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이 채널들이 시청률 경쟁서 승리하기 위해 다양한 위치, 다양한 각도서 초 슬로 카메라를 통해 느린 그림을 제작한다. 심판의 육안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은 판정이 슬로 카메라를 통해서는 가닥이 잡히곤 한다. 이를 통해 팬들이 오심을 잡아내고 인식하는 확률이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 결국 심판들이 판정에 부담을 느껴 오심 확률이 더 높아졌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 하지만, 이는 심판들로선 극복해야 할 문제다.
때문에 방송사의 각종 장비를 활용해 비디오판독 확대를 추진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야구계와 팬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현장의 생각은 신중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21일 포항 삼성전을 앞두고 “비디오 판독 확대는 분명 필요하지만, 그 방식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용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각도의 문제가 있다”라고 어려움을 제기했다.
일단 방송사별로 카메라를 설치하는 위치가 다르다. 카메라의 숫자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야구장 특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런 점만 봐도 객관성은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방송사 카메라 역시 모든 애매한 상황을 옳게 가려낼 수 없다는 게 현장의 의견. 이 위원은 “카메라 각도상 세이프와 아웃 상황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라고 했다. 방송사 초슬로 카메라가 판정 시비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의미.
내년엔 KT가 1군에 진입한다. 내년부터 국내야구는 매일 5경기가 진행된다. KBO는 내년에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중계권 계약을 새롭게 맺을 방침이다. 스포츠 케이블 채널은 기본적으로 3사 체제. 상황에 따라 5경기가 모두 중계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스포츠의 중계로 중계 시작 시점이 늦어질 때도 있다. 이럴 때 판정 논란이 일어나면 해결할 방법이 없어진다.
▲ ML식 비디오판독 확대, 비용+시간적 문제
비디오판독 확대의 또 다른 롤모델로 메이저리그식 비디오판독 확대가 꼽힌다. 애당초 비디오판독 확대 필요성이 대두됐을 때부터 초점은 메이저리그였다. 메이저리그는 올 시즌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제외한 13가지 애매한 상황에 대해 비디오판독을 할 수 있게 했다. 대신 방송사 카메라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자체적인 시스템을 제작했다. 메이저리그가 치러지는 모든 야구장에 비디오 판독 관련 장비를 설치했다. 그리고 판독은 뉴욕에 있는 메이저리그 본부에서 진행한 뒤 현장 심판진에게 전달하는 방식. 비디오판독 확대를 방송사 카메라에 의존할 때 발생하는 공정성 결여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
국내에서도 당장 메이저리그처럼 KBO가 나서서 별도의 비디오판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하지만, 현장 야구인 대부분 “하루 아침에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다. 일단 비용의 문제가 지적된다. 메이저리그가 비디오판독 독자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약 300억원 넘게 들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자체 예산이 풍족하다. 수익 시스템과 규모가 국내야구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때문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막대한 돈을 들여 별도의 시스템을 제작할 수 있었다.
또 하나. 메이저리그 방식을 쫓아갈 경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장 별로 별도의 공사도 필요하고 타당성 조사도 필요하다. 더구나 야구장 시설이 좋지 않은 곳이 몇몇 있다. 스포츠 케이블 방송사도 대구 등 일부 낙후된 구장에 카메라 설치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디오판독 확대에 대한 여론이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상황. 팬들이 오래 기다려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심판들 역시 고충이 있다. 방송사 초슬로 카메라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심판들도 극복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현장에선 말을 아끼면서도 KBO와 구단들이 합심해 비디오판독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디오판독 확대 도입 시기 역시 빠를수록 좋다. 딜레마가 있다고 해서 이 문제를 묻어두기엔 너무 멀리 왔다. 시대가 달라졌다. 야구 소비자들은 더욱 정확한 판정을 원한다.
[오심이 일어난 목동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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