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포항 김진성 기자] “심리적으로 부담은 됐었죠.”
이지영은 삼성이 전략적으로 키우는 포수.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친 이지영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진갑용과 함께 1군에서 호흡을 맞췄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이지영의 출전 비중을 높였다. 이지영은 2009년 23경기, 2012년 54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지난해엔 무려 113경기에 출전했다. 류 감독은 내심 이지영을 포스트 진갑용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해 이지영을 향한 평가가 썩 좋지 않았다. “기회를 많이 줬는데 성장세가 더디다”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 성적을 보자. 타율 0.239 18타점 27득점. 도루저지율은 0.239. 국내 최고의 포수로 손꼽히는 강민호(롯데), 양의지(두산)에 비하면 좋지 않았다. 이지영은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올 시즌을 누구보다도 의욕적으로 준비했다. 22일 포항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작년보다 나아지고 있다”라고 웃었다.
▲ 향상된 성적표
올 시즌 성적을 살펴보자. 15경기서 타율 0.286 1홈런 4타점 5득점. 득점권 타율이 0.500으로 좋다. 도루저지능력도 훨씬 좋아졌다. 이지영은 “죽기살기로 했다”라고 했다.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타격과 송구 폼을 모두 바꿨다. 타격에선 배트를 귀 옆에 바짝 붙였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 시즌엔 미세하게 떨어뜨렸다. 그만큼 배트가 공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짧아진 것. 그는 “다리로 타이밍을 맞추는 데 주력했다”라고 했다. 타격 폼 변화와 맞닿은 부분.
결국 21일 포항 롯데전서 생애 첫 홈런을 쳤다. 이승엽의 연타석 홈런에 묻혔지만, 이지영의 동점 홈런의 의미는 매우 컸다. 이지영은 “맞는 순간 멀리 날아가겠다 싶었다. 파울이라고 생각했는데 홈런이 돼서 기분이 좋았다”라고 했다. 이지영은 홈런볼을 잡은 사람을 수소문해 사인볼 2개와 교환했다고 한다. 최근 4경기 15타수 7안타 맹타 행진.
송구 폼의 변화는 더욱 크다. 이지영은 “지난해엔 2루로 공을 던지는 데 급급했다. 뭔가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올 시즌엔 공을 빼는 동작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바꿨다. 송구가 좀 더 빨라지고 정확해졌다”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이지영의 송구는 매우 정확해졌다. 2루 베이스를 빗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 때문에 지난해와는 달리 삼성을 상대하는 팀이 2루도루를 쉽게 시도하지 못한다.
▲ 수비형 포수이고 싶다
이지영은 “수비형 포수이고 싶다”라고 했다. 맹타를 휘두르는 그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코멘트. 이유가 있다. 사실 이지영도 그에 대한 지난해 좋지 않은 평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심리적인 부담은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더구나 그는 올 시즌 개막전서 옆구리 통증을 입었다. 진갑용이 팔꿈치 재활에 들어간 상황.
이지영이 약 40일 정도 자리를 비운 사이 이흥련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흥련은 기대이상으로 잘 해냈다. 타격과 수비 모두 센스가 있었다. 이지영은 “흥련이가 뛰는 걸 빠짐없이 봤다. 잘 하더라. 나도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이지영은 5월 7일 인천 SK전부터 다시 1군 선발마스크를 썼다. 류 감독은 이지영과 이흥련을 번갈아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최근엔 꾸준히 이지영을 선발 출전시킨다. 류 감독의 신뢰를 회복한 것이다.
이지영은 지난해 부진, 올 시즌 초반 부상을 겪으며 느낀 게 많았다. 결국 살아남을 수 있는 키워드는 수비라고 봤다. 팀 입장에선 포수의 공격력보단 수비력이 훨씬 도움이 되는 게 사실. 이지영은 삼성에 소중한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비형 포수”라는 말은 그의 팀 마인드와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복합적으로 투영된 것이다. 이지영은 “수비가 갑자기 좀 좋아진 것 같다. 포수는 수비가 우선이다. 방망이는 공 맞히는 건 자신이 있지만, 정말 잘해야 하는 건 수비”라고 했다.
이지영은 볼배합에서도 투수에게 신뢰받는 포수가 됐다. 이지영은 “투수 형들이 포수에게 잘 맞춰준다”라고 했다. 삼성은 베테랑 선발투수가 많다. 배영수, 윤성환, 장원삼은 이지영의 선배들. 그러나 이들이 이지영에게 볼배합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지영은 “내 의견 반, 투수 선배들 의견 반”이라고 했다.
이지영이 다시 성장세를 탔다. 시련을 겪은 뒤의 성장이라 더욱 단단해 보인다. 후반기엔 진갑용도 복귀가 가능하다. 젊은 피 이흥련도 건재하다. 삼성 안방이 두산, 롯데 못지 않게 좋아질 조짐이 보인다. 이지영의 성장은 삼성의 선두독주를 가속화할 수 있는 좋은 요소다.
[이지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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