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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텍사스 레인저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23일(한국시각)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코메리카파크에서 일전을 벌였다.
텍사스는 3번타자로 나선 추신수가 4회초 좌월 투런포(시즌 6호)를 터뜨리는 등 초반부터 타선이 활발히 움직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3⅓이닝 9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진 선발투수 로비 레이이 이어 에반 리드, 필 코크, 드류 스마일리, 알베르토 앨버커키 등 많은 투수를 소모한 디트로이트는 2-9로 뒤진 9회초 내야수 대니 워스를 마운드에 깜짝 등판시켰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패색이 짙으면 투수를 아끼기 위해 포지션 플레이어가 등판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워스의 등판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너클볼을 던진 것이다.
일반 투수도 던지기 어려운 구종을, 팀의 백업 유격수가 구사했으니 이보다 더 놀랄 만한 일이 또 있을까.
10살 때부터 너클볼을 연습한 그는 브래드 어스머스 디트로이트 감독의 지시로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어스머스 감독은 전부터 이미 워스가 너클볼을 던지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가 연습 때 너클볼을 구사하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워스는 선두타자 크리스 기메네스에게 5구째 88마일(142km)짜리 직구를 던진 것이 좌전 안타로 이어져 첫 안타를 내줬으나 마이클 초이스에게 4구 모두 너클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으며 루이스 사디나스를 역시 너클볼로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았다.
레오니스 마틴 역시 워스의 너클볼에 속수무책이었다. 풀카운트까지 가며 치열한 승부를 벌였지만 68마일(109km)짜리 너클볼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면서 삼진으로 물러나야 했다.
워스는 총 20개의 공을 던졌고 1개를 제외하고 모두 너클볼을 구사했다. 그러면서 스트라이크 12개를 기록했고 1이닝에 삼진만 2개를 잡아내는 무결정 피칭을 선보였다.
디트로이트 홈 관중들은 팀의 패배가 눈앞에 왔음에도 색다른 즐거움을 안긴 워스에게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팀의 덕아웃에서는 저스틴 벌랜더 등 현역 투수들도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그간 메이저리그에서는 필 니크로, 찰리 허프, 톰 캔디오티, 팀 웨이크필드, 그리고 현역인 R.A. 디키까지 너클볼로 대표되는 선수들이 여럿 있었지만 팀의 백업 유격수로 활약하는 선수가 너클볼러로 등장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워스는 타자로서는 그리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디트로이트에서 데뷔했지만 통산 128경기에 출전해 타율 .238 2홈런 19타점을 올린 게 전부다. 메이저리그보다는 543경기를 소화한 마이너리그가 더 익숙한 선수로 올해도 그의 타율은 .212가 고작이다.
'너클볼러'로 깊은 인상을 심은 워스가 또 다시 마운드에서 너클볼을 마음껏 던지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대니 워스가 텍사스전에 등판해 너클볼을 던지고 있다. 사진 = gettyimageskorea/멀티비츠]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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