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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푸르른날에'가 4년째 5월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있다.
연극 '푸르른날에'는 5.18 광주 민주화 항쟁 속에서 꽃핀 남녀의 사랑과 그 후 30여 년의 인생 역정을 구도(求道)와 다도(茶道)의 정신으로 녹여낸 정경진 작가 작품. 지난 2011년 고선웅이 각색, 연출을 맡아 새롭게 태어난 뒤 2014년 네번째 무대를 올렸다.
초연 때부터 화제를 모은 '푸르른날에'는 이제 5월이면 생각나는 작품이 됐다. 초연 멤버 그대로 4년 연속 공연을 이끌어가는 만큼 점점 디테일해지고 배우들 모두 '푸르른날에' 그 자체가 됐다. 김학선, 정재은, 정승길, 이영석, 호산, 이명행, 조영규, 조윤미, 채윤서, 이정훈, 김명기, 손고명, 강대진, 김성현, 견민성, 유병훈, 김영노, 홍의준, 남슬기, 김민서 모두가 더욱 단단해졌다.
'푸르른날에'를 사랑하는 배우들의 몰입도는 4년동안 관객들과 오가는 보이지 않는 소통을 더욱 끈끈하게 했고, '푸르른날에'가 갖는 의미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4년째 함께 하는 이들의 에너지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그 시절, 아픈 역사 속에서도 찬란했던 우리의 청춘들이 무대 위에 고스란이 그려진다. 얼마나 리얼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무대 위에서 배우로서 폭발하는 에너지 그 자체가 찬란하게 빛나기에 그 시절 우리 청춘의 찬란한 빛이 묘하게 일치 된다.
고선웅 연출은 '푸르른날에'를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이라고 정의했다. 그만큼 '푸르른날에'는 역사적 아픔을 무겁고 아프게만 그리지 않는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그리고는 있지만 '푸르른날에'는 유머와 위트로 가득하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신파극으로 배우들의 말투, 표정부터 모든 움직임이 독특하고 낯설기까지 하다. 그 속에서 전해지는 웃음이 5.18의 무거움을 덜어낸다.
'푸르른날에'는 무거운 역사를 심각하게, 또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로 인해 관객들을 어둠 속에 가둬두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혼란스러운 시절, 푸르고 찬란했던 청춘들의 사랑과 비극에 관객들을 허덕이게 하기보다 오히려 몰입을 깨는 아이러니함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위트 있고 웃음을 준다 해서 우리의 역사가 결코 가볍게 그려지지도 않는다. 그 위트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역사를 이야기 한다. 그 과정이 자연스럽고 몰입도가 높다. 우스꽝스러운 대사와 몸짓을 보이던 배우들은 어느새 역사 속 인물이 된다. 그들을 보고 웃던 관객들도 어느새 역사의 현장에 놓이고, 이내 그들의 찬란했던 청춘이 푸르른날에 사그라지는 아픔을 함께 마주한다.
'푸르른날에'에서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고 말한다. 또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나선 여학생은 메가폰을 통해 "우릴 잊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소리친다. 그렇게 우리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 민주화를 위해 힘쓴 이들을 그리워 하고 잊지 않게 된다. 역사적으로나 작품 자체적으로나 '푸르른날에'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이유다.
한편 연극 '푸르른날에'는 오는 6월 8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6월 13일부터 22일까지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연극 '푸르른날에' 공연 이미지.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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