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이만하면 매우 훌륭하다.
한화 이글스의 '명품수비' 한상훈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생애 첫 FA 자격을 행사했다. 지난해 11월 16일 한화와 4년 13억원에 재계약한 그는 올 시즌 맹활약으로 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당시 그는 "한화는 주목받지 못하던 내가 지금까지 야구를 하게 해줬고, 또 FA 계약까지 하게 해준 고마운 팀이다"며 감격해했다.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보답하고 있는 한상훈이다. 그는 올 시즌 32경기에서 타율 3할 2푼 4리(74타수 24안타) 10타점, 출루율 4할 1푼 9리를 기록했다. 삼진과 볼넷 수는 12개로 같다. 또한 최근 출전한 5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냈고, 누상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4할 5푼 7리(35타수 16안타) 고타율을 자랑한다.
전날(24일) 두산 베어스전서는 팀이 0-7에서 8-7로 역전에 성공한 7회초, 1사 2, 3루 상황에서 대타로 등장해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팀이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준 결정적인 일타였다. 타구 질도 괜찮았다. 옆구리 부상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하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상훈이 옆구리가 결려서 몇 경기 못 나왔다. 잘하고 있는데 아쉽다"면서도 그의 맹활약에 흐뭇한 눈치였다. 그런 김 감독의 말을 들었던 걸까. "몸은 괜찮다"며 경기 전 훈련에 나선 한상훈은 결정적 순간 적시타를 때려내며 믿음에 응답했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무척 든든한 존재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가 4년 70억원의 거액에 한화 유니폼을 입는 바람에 입지가 불안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꾸준히 유격수로 출전하며 우려를 상쇄시켰다. '명품수비'라는 별명답게 변함없는 안정감을 자랑하며 탄탄한 내야진 구축에 힘을 보태고 있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안정감 넘치는 수비력은 큰 장점이다. 그는 "이전에도 유격수를 경험했기 때문에 문제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야말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게 한상훈의 최대 강점. 제대 후 첫 시즌인 2011년 희생타 33개로 이 부문 리그 1위를 차지했고, 이듬해(2012년)에도 17개의 희생타를 기록했다. 팀 내 가장 많은 수치였다. 그는 지난해 FA 계약을 앞두고 "11년간 한화에서 야구를 했는데, 애착이 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의 팀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 시즌 초반 페이스가 무척 좋다. 특히 득점권에서 19타수 9안타(타율 0.474) 10타점으로 만점 활약을 보였다. 올해는 희생타가 아닌 적시타로 팀 득점에 직접 기여하고 있다.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타율 2할 5리(39타수 8안타)에 불과하지만 주자를 둔 상황에서 더욱 집중력을 발휘한다. "매 타석 출루에 목적을 두고 임한다"는 말을 실천에 옮기면서 해결사 본능까지 발휘하고 있는 것. 팀 입장에서는 이만한 복덩이가 없다. 한화 관계자도 "집중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은 한상훈의 엄청난 성장 동력. 입대 직전 해인 2008년까지 수비는 누구에도 뒤지지 않았지만 타격에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2011년 타율 2할 6푼 9리 3홈런 39타점,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타격에도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았다. 3년 연속 3할 5푼 이상의 출루율을 보인 것도 달라진 점. "간절함을 갖고 임하면 못 할 게 없다"는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한화는 올 시즌 총 137억원을 들여 영입한 FA 정근우(타율 0.300, 출루율 0.415)와 이용규(0.302, 0.417)가 나란히 규정타석 3할대 타율과 4할대 출루율로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의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한상훈의 활약상을 보면 이들에 뒤질 것도 없다. 시너지 효과는 당연지사. 거액 FA 계약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지금, 한상훈의 가성비를 한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만하면 매우 훌륭하지 않은가.
[한화 이글스 한상훈.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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