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강산 기자] 불꽃타였다. '의지의 사나이' 양의지가 해냈다.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는 지난 5경기에서 타율 1할 3푼 3리(15타수 2안타)로 고전했다. 이전까지 5월 타율 3할 3푼 3리(48타수 16안타)로 좋은 감을 유지했지만 최근 들어 방망이가 잘 맞지 않았다. 슬럼프가 찾아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부진 탈출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양의지는 25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전에 6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 결승 스리런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에 개인 최다 타이인 5타점을 쓸어담으며 팀의 9-6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타율은 종전 2할 9푼 7리에서 3할 8리(143타수 44안타)까지 끌어올렸다.
2회말 첫 타석서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난 양의지는 2번째 타석부터 방망이를 달구기 시작했다. 3-3 동점이던 3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한화 선발 송창현을 상대로 우중간 2루타를 터트려 1루 주자 홍성흔을 홈에 불러들였다. 0-3으로 끌려가던 팀의 역전을 이끌어낸 값진 타점이었다.
5회가 백미였다. 4-4 동점이던 5회말 1사 2, 3루 상황서 3번째 타석에 등장한 양의지는 한화 바뀐 투수 최영환과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5구까지 볼카운트 2B 2S로 맞서던 상황에서 공 4개를 연이어 커트했고, 10구째 127km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는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날의 결승포였다.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걸친 체인지업을 기막히게 받아친 것. 지난 8일 부산 롯데전 이후 12경기 만에 그려낸 아치였다.
팀이 7-6으로 한 점 앞선 7회에도 귀중한 적시타로 숨 쉴 틈을 만들어줬다. 호르헤 칸투의 2루타와 홍성흔의 볼넷, 상대 폭투로 만들어진 1사 2, 3루 상황에서 한화 언더핸드 정대훈을 상대로 9구 승부 끝에 중전 적시타를 터트려 3루 대주자 장민석을 홈에 불러들였다. 사실상 쐐기점이었다.
3번째 타석과 상황이 거의 비슷했다. 4구까지 볼카운트 2B 2S로 맞선 상황에서 공 4개를 커트해낸 뒤 만들어낸 값진 적시타였다. 기나긴 승부 끝에 삼진 또는 범타로 물러나면 힘이 빠지게 마련인데, 오히려 팀에 큰 보탬이 되는 타점을 올렸다. 3, 4번째 타석에서 혼자 19구를 지켜보며 4타점을 쓸어담은 것이다. 힘이 빠진 건 상대 투수였다. 그야말로 놀라운 집중력이었다.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병살타로 만루 찬스를 무산시킨 건 아쉬웠다. 하지만 승리를 위한 사전작업을 충분히 해놓은 상태였기에 타격은 없었다. 적재적소에 터진 홈런 포함 3안타, 그리고 9회까지 투수들을 이끈 리드로 이미 제 몫을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게다가 10구, 9구 끝에 때려난 3점포와 쐐기타는 양의지의 승리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보여준 대목이었다.
양의지는 경기 후 "(홍)성흔이 형이 찬스를 만들어 놓고 '부탁한다'고 하셨다. 빠른 공이 계속 들어와서 변화구 타이밍을 기다렸는데 결과가 좋았다. 외야 뜬공만 친다고 생각했는데 잘 맞았다"고 말했다. 3루타가 부족해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의연했다. 그는 "솔직히 아쉬웠지만 사이클링 히트보다 8회말 찬스를 무산시킨 게 더 아쉬웠다"며 오히려 미안해했다.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홈런을 터트린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 = 잠실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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