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조급함을 버렸습니다. 편하게 하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한화 이글스 포수 정범모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21일 넥센 히어로즈전부터 23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뽑아내는 괴력을 선보인 건 물론 최근 5경기 중 4경기에서 멀티히트를 때렸다. 이 기간 타율이 무려 4할 9리(22타수 9안타)에 달한다. 최근 2경기에서는 3차례 도루 저지에도 성공했다. 그야말로 공수겸장 포수로 진화하고 있다.
정범모의 올 시즌 17경기 성적은 타율 2할 5푼 6리 3홈런 5타점. 도루저지율은 3할 3푼 3리(5/17)다. 최근 5경기에서 한껏 물오른 타격감을 선보이며 타율을 끌어올렸다. 팀에 엄청난 플러스다.
지난 21일 넥센전을 앞두고 9푼 5리(21타수 2안타)에 불과했던 정범모는 이날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결승포로 장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5경기에서는 한 차례 도루를 내줬지만 막아낸 건 3차례. 이 기간에 도루저지율이 7할 5푼(3/4)에 달한다. 다른 선수들에게 '약 먹었느냐'는 말까지 들은 그는 "도핑 테스트도 받았는데 아무 이상 없었다"며 웃어 보였다.
정범모는 지난 2012년 72경기에 출전해 가능성을 보여줬다. 당시 성적은 타율 1할 7푼 6리(170타수 30안타) 3홈런 13타점. 지난해에는 한화 포수 중 가장 많은 88경기에서 2할 4푼 7리(178타수 44안타) 1홈런 17타점을 올렸다. 공격에서는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수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포구와 블로킹, 도루저지 모두 2% 부족했던 게 사실.
올해는 '루키' 김민수, 지난해 가능성을 보인 엄태용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범모는 스프링캠프부터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던 그는 지난달 2일 시즌 처음으로 1군에 이름을 올렸으나 11일 뒤인 13일 말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퓨처스리그서 기량을 가다듬는 동안 도루저지에서 두각을 드러낸 김민수가 주전 안방마님 자리를 꿰찼다.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달 16일 엄태용이 말소되면서 1군 재진입에 성공했다. 닷새 뒤인 21일에는 김민수가 어깨 통증으로 1군에서 빠졌다. 정범모-이준수가 안방을 지켜야 했다. 21일 경기 전만 해도 김 감독은 "포수가 너무 없다. 1군에 올라올 수 있는 날짜가 되면 엄태용을 다시 올릴 것이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부터 정범모가 놀라운 활약을 펼치기 시작한 것. 김 감독은 25일 "정범모가 타격할 때 팔을 최대한 붙여서 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범모는 "감독님이 좋은 말씀 하신 게 처음인 것 같다"며 "처음에는 많이 조급했는데 지금은 편하게 임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퓨처스리그서 타이밍 맞추는 데 중점을 두고 연습하다 보니 좋아지는 것 같다"는 비결을 전하기도 했다.
3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면서 큰 관심을 받은 그는 "4경기 연속 홈런도 한 번 노려봤는데 힘이 들어갔다"며 웃어 보인 뒤 "홈런 생각은 없다. 상위타순이 좋으니 내가 연결고리 역할을 잘해야 한다. 일단 출루하는 데 중점을 두고 타격에 임한다"고 말했다. 정범모는 올 시즌 46타석 모두 9번 타자로만 나서 7득점을 올렸다.
한화의 포수진은 아주 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2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다. 김민수가 데뷔 첫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정범모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엄태용과 이준수도 언제든 활용 가능한 자원이다. 김민수가 돌아오면 포수 운용에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포수 고민을 달고 살던 한화에겐 그야말로 희소식.
정범모는 "나는 타격을 잘하는 타자가 아니다"며 "그러다 보니 상대가 쉽게 승부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더 좋아져야 한다. 내가 위기감을 많이 조성하는 편이다"면서도 정범모의 활약이 무척 흐뭇한 눈치였다. 공수겸장 포수로 진화 중인 정범모의 전력질주가 기대된다.
[한화 이글스 정범모.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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