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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홍철아 장가가자' 특집을 향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MBC '무한도전'이 10주년을 맞아 마지막 남은 총각 멤버인 방송인 노홍철의 결혼을 주선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지난 24일 방송에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노홍철에 어울리는 짝을 찾기 위해 애쓰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시기적절한 기획이었다. 지난 9년을 함께 하며 "시청자는 부모고, 가족이오"라는 노홍철의 외침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시청자들은 '무한도전' 멤버에 정이 들었다. 이젠 실제 친구처럼 여겨지는 그가 어떤 이성을 만나는지 여부에 시청자는 관심을 가지고 있고, 궁금해 한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선택2014'에서 사생활 공개를 공약으로 내세운 노홍철이 개그맨 유재석과 박빙의 승부를 겨뤘다는 것 만으로도 멤버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얼마나 깊은가를 알 수 있다.
더구나 결혼은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의 끝이나 다름없는 소재고, '선택2014'로 탄력을 받고 있는 '무한도전'이 10주년을 자축할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으로 보였다.
또 방송적으로는 부족함 없이 즐거운 특집이었다. 노홍철이 그토록 자신만만해하던 서울, 경기지역 20, 30대 여성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반응을 여과 없이 듣는다는 점이 그랬고, 이제 '무한도전' 멤버들의 역량이 어떤 멤버가 어떤 시민을 만나더라도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준이 됐기에 웃음의 양과 종류도 풍성했다.
하지만 방송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있었다. 우선 만남을 주선하는 방식이 그랬다. 최종적으로 출연을 결정하는 시점에서는 어떨지 모르나 섭외 과정을 담은 방송분에서 노홍철과 소개팅을 제안 받은 여성들은 1대 1의 만남을 염두에 두고 고민했다. 그러나 실제는 노홍철 한 명이 멤버들에 의해 선별된 다수의 여성과 만남을 가지는 구조였고, 이런 구성은 당사자의 용인과 별개로 시청자의 불편함을 일으켰다. 방송 후 논쟁의 장이 된 프로그램 게시판에서 '세자빈 간택'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제되지 않은 표현의 문제도 컸다. "아이도 낳고 해야하니까"라며 나이 많은 여성을 이상형에서 배제하는 모습부터, "13살 차이면 궁합도 안 볼 것 같은데?", "잘 되는 이유가 있네. 일하는 분들만 모셨네" 등 단순히 어리고 예쁜 여성을 지향하는 듯한 농담은 '무한도전' 답지 않은 것이었다.
만일 이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무한도전'이 아니었다면. 과거 한 프로그램이 남성의 키를 언급한 여성 출연자의 발언 이후 홍역을 치룬 것처럼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물론 '홍철아 장가가자'의 구성을 가진 연애버라이어티가 지금까지 있어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존재할 것이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함께 할 새로운 10년을 꿈꾸며 '선택2014'에 한 표를 던진 45만 명의 시청자가 '무한도전'에 바라는 기대치와 섬세함은 이번 '홍철아 장가가자' 특집의 그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MBC '무한도전'.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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