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격은 다리, 피칭은 눈을 잘 봐야 한다.
야구의 기본은 던지고 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야구의 시작이다. 팬들은 공을 던지는 투수의 팔과 방망이를 들고 있는 타자의 팔에 집중한다. 투수가 공을 던지면 타자가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가에 대해 투수와 타자의 상체, 특히 팔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장 야구인들은 꼭 그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야구 지도자들은 대부분 하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체가 튼튼하게 받쳐줘야 좋은 공을 뿌릴 수 있고, 힘 있고 정교한 타격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흔히 말하는 타격 밸런스, 피칭 밸런스는 여기서 나온 말이다. 부상 없이 야구를 오랫동안 잘하려면 밸런스가 중요하다. 밸런스를 최대한 좋게 유지하려면 단순히 팔로 던지고 팔로 치는 것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
▲ 타격은 다리로
삼성 류중일 감독은 25일 대구 넥센전을 앞두고 “타자의 공을 치기 직전의 모습을 보면 안타를 칠 것인지, 못 칠 것인지 대충 알 수 있다”라고 했다. 각도에 따라 다르지만, 덕아웃에 있는 감독은 타자의 스윙 자세를 유심히 지켜볼 수 있다. 그래서 감독들은 경기 전 기자들과 환담을 나누면서도 한편으로 눈은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 타자들의 타격 모습을 체크하고, 상황에 따라 타순을 바꾸거나 선발출전 선수를 바꾸기도 한다. 타자들의 타격 모습만 보면 그 선수의 컨디션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오른손 타자는 왼쪽 다리, 왼손 타자는 오른쪽 다리를 잘 봐야 한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오른손 타자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왼발이 리드를 잘 해줘야 한다”라면서 “공이 들어온 뒤 왼발이 나오면 스윙이 늦다”라고 했다. 공이 들어오기 직전에 왼발이 자연스럽게 나와줘야 타격할 수 있는 자세가 만들어진다는 것.
류 감독은 마침 타격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류 감독의 말을 듣고 타자들의 다리를 유심히 살펴봤다. 치기 직전 스트라이드(발을 뺐다가 내딛는 것)를 명쾌하게 한 선수가 대부분 좋은 타구를 많이 생산했다. 스트라이드 작업 없이 팔로만 타격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류 감독은 “그래서 타격은 하체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가지 궁금한 점. 그렇다면 김태균(한화), 박한이(삼성)처럼 스트라이드를 하지 않는 선수의 경우 어떻게 타격을 할까. 류 감독은 “노 스텝으로 타격을 하는 건 거짓말”이라고 웃었다. 그러고 보니 박한이가 타격 연습을 할 때 오른 발이 살짝 움직이곤 했다. 김태균도 자세히 보면 발 뒷꿈치가 살짝 들리는 게 눈에 보인다. 미세하지만, 다리 움직임 없이 치는 건 불가능하다.
▲ 피칭은 눈으로
넥센 염경엽 감독은 “던지고자 하는 지점을 쳐다보면서 공을 던지면 공이 그곳으로 날아갈 확률이 높다”라고 했다. 투수가 포수의 미트를 쳐다보면서 투구동작에 들어가야 그쪽으로 공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염 감독은 “눈은 신체 중 가장 민감한 부위다.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피칭 결과가 달라진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궁금할 경우 직접 해볼 것을 권유했다. 일반인 역시 던지고자 하는 지점을 응시하면서 공을 던지면 그쪽으로 공이 날아간다는 게 염 감독의 설명. 염 감독은 “그게 투구의 기본인데, 우리 팀 몇몇 투수들은 공을 던질 때 제대로 포수를 쳐다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라고 했다. 공을 던지는 순간 고개가 돌아가면서 제구력이 흔들린다는 게 염 감독의 지적. 반면 제구력이 좋은 투수일수록 눈과 고개가 끝까지 포수 미트를 향하는 경우가 많다. 넥센은 최근 마운드의 부진으로 5연패에 빠졌다. 염 감독이 말한 기본을 간과하지 않았나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타격도 눈으로, 피칭도 다리로
그런데 알고 보면 타격도 눈으로, 피칭도 다리로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는 투수의 공을 타자가 쳐내기 위해선 당연히 눈으로 최대한 오랫동안 공을 쳐다봐야 한다. 물론 다리로 타이밍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빠른 공의 궤적을 끝까지 쫓는 건 무리. 하지만, 공을 최대한 오래 볼 수 있는 선수에게 유리한 건 확실하다.
그래서 타격 코치들이 “헤드업이 되면 안 된다”라고 한다. 타격 전에 머리가 돌아가면 안 된다는 의미다. 스윙을 위해 몸이 돌아가더라도 머리는 끝까지 타구를 쫓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일각에선 우스갯소리로 “머리가 큰 선수가 타격을 잘 한다”라는 말도 한다. 물론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가설. 머리 작은 선수도 타격에 능한 타자가 많다. 다만, 머리가 크면 그만큼 늦게 돌아가기 때문에 공을 오랫동안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마찬가지 의미. 피칭도 다리가 중요하다. 공을 던지기 직전 다리를 힘차게 타자 쪽으로 뻗어야 자연스럽게 팔도 앞으로 넘어갈 수 있다. 결국 타자와 투수 모두 공을 잘 치고 잘 던지려면 다리의 움직임과 시선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게 타격 밸런스, 피칭 밸런스의 기본이다. 야구는 절대 팔과 상체로만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프로야구 경기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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