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1연승.
단순히 결과로만 보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삼성이 정말 11연승을 할 수 있는 전력일까. 물론 9개구단 중 가장 좋은 전력을 갖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런데 삼성은 통합 3연패를 일궈낸 시절에 비해 지금 전력이 결코 강하다고 할 순 없다. 지난해까지 류중일 감독 부임 이후 삼성이 만들어낸 최다 연승은 지난해 두 차례 일궈낸 8연승. 현실은 1986년 5월 27일부터 6월 14일까지 기록한 구단 최다 16연승을 바라본다.
▲ 2014년 삼성, 2011년~2013년과 비교해보면
삼성의 27일 현재 주요 지표를 살펴보자. 팀 타율 0.287(2위), 팀 평균자책점 4.03(1위). 9개구단 중 투타밸런스가 가장 잘 맞는다. 지난해에도 팀 타율 0.283(2위), 팀 평균자책점 3.98(4위)로 괜찮았다. 2012년의 경우 팀 타율 0.272, 팀 평균자책점 3.39로 모두 1위였다. 2011년은 팀 타율 0.259(6위)와 팀 평균자책점 3.35(1위). 지난 4년간의 기본적인 지표를 살펴보면 팀 타율과 팀 평균자책점 모두 서서히 올라왔다. 최근 타고투저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하는 부분.
팀 타율과 팀 평균자책점 모두 1위를 차지한 2012년 전력이 류 감독이 부임한 이후 가장 좋은 전력이었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한 야구관계자는 “삼성은 류 감독 부임 후 계속 강했다. 하지만, 2012년이 가장 좋았고 지난해와 올해는 미세하게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2012년 이후 정현욱, 권오준, 오승환 등 몇몇 투수들이 FA와 부상으로 마운드 전력의 약화를 불러일으켰다. 올 시즌에도 배영섭의 공백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한 시즌의 성적은 외부적인 요인도 크게 차지한다. 2011년 당시 삼성은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존 젊은 선수들의 급성장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SK와 두산이 시즌 중 감독이 물러나면서 응집력을 잃었다. 그리고 이듬해 삼성은 이승엽의 영입으로 절정의 전력을 구축했다. 기록이 말해주듯 투타 압도적 기록으로 통합 2연패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3년과 올 시즌엔 외국인선수 농사에 실패, 각종 이유로 빠져나간 선수들이 발생하면서 2011년과 2012년의 전력보다 미세하게 떨어졌다. 지난해는 LG, 두산, 넥센 등 서울 팀들의 강세도 대단했다.
사실 올 시즌 삼성은 부상자가 많다. 올 시즌 전력은 과거보다 결코 좋은 전력이 아니다. 현재 부상으로 1군에 올라오지 못하는 선수가 조동찬 진갑용 강봉규 권오준 신용운 등이 있다. 조동찬 진갑용 신용운은 지난해 3연패에도 기여했던 핵심 멤버들. 조동찬의 공백은 야마이코 나바로가 완벽하게 메웠다. 이흥련과 이지영이 잘 해주고 있지만, 진갑용의 노련미는 채울 수 없는 부분. 임창용이 컴백하면서 오승환의 공백을 메운 불펜도 전천후 신용운의 공백이 보이는 건 사실이다.
▲ 11연승, 단순하게 바라볼 일 아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올 시즌 류 감독 부임 후 최다연승을 달리는 건 아이러니컬한 부분이 있다. 기본적으로 전력이 강하지 못하면 절대 장기연승을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물론 삼성이 2011년, 2012년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다. 여전히 삼성의 전력은 9개구단 최강”이라고 못박았다. 충분히 11연승을 달릴 수 있는 자체적인 힘이 있다는 것. 이어 “예전에 비해 다른 팀들의 전력이 그리 강하지 않다”라고 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국내야구의 트렌드가 타고투저다. 그리고 그 속에 하향평준화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국내야구 주요 구성원들이 베테랑에서 젊은 선수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그 노련미를 메우지 못해 각 팀 전력이 예전보다 불안하다는 지적이 있다. 삼성은 이런 흐름 속에서도 특유의 탄탄한 선수육성시스템으로 잘 극복하고 있지만, 다른 팀들의 경우 힘겨워하기도 한다. 이 야구관계자는 “최근 삼성, 두산 정도를 제외하고 리빌딩에 성공한 팀이 없다”라고 했다.
이런 내, 외부적인 상황과 흐름이 결합해 삼성이 여전히 리딩구단 지위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이 연승을 가져갈 수 있는 좋은 분위기를 잘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25일 대구 넥센전을 앞두고 “선배들이 팀 분위기를 잘 끌어준다. 승엽이와 창용이가 열심히 하니까 후배들이 그걸 보고 배운다”라고 했다. 올 시즌 이승엽은 부활했다. 임창용도 명불허전의 활약. 최고참들이 야구를 잘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자연스럽게 후배들이 뒤따른다. 팀 분위기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 분위기 속에서 11연승의 밑바탕이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현재 삼성의 11연승은 단순히 삼성이 갖고 있는 전력의 측면에서만 볼 문제는 아닌 듯하다. 삼성의 전력과 다른 구단의 분위기는 지난 3~4년간 미세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 3년에 이어 올 시즌에도 최강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삼성만의 저력이 있다. 지난 3년간 삼성에서 야구를 한 선수들은 지금도 삼성의 주축이다.
과거보다 기본적인 전력은 살짝 떨어졌다. 절대 지금 전력이 최상이 아니다. 삼성이 올 시즌 어떤 결과를 낼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제 시즌 중반이다. 11연승을 했다고 해서 정규시즌 4연패가 가까워졌다고 보는 건 너무 성급하다. 하지만, 지난 3년의 통합우승으로 응축했던 경험과 저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삼성만의 자산이다. 그 결과물이 11연승이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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