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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 가자' 특집에 드러난 노홍철 공약의 맹점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노홍철은 사생활을 공유하겠다고 한다. 시청자 앞에 비밀은 없다고 했다. MBC '무한도전' 멤버들의 가족을 다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재미있을 것도 같다. 남의 비밀을 엿본다는 것, 은밀한 유혹처럼 자극적이나 '한번 들여다보라'며 호기심을 강렬하게 충동질한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방송 밖 솔직한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 시청자들의 웃음이 쏟아질 듯하다.
근데 그게 마냥 옳은 걸까. '홍철아 장가 가자' 특집은 노홍철의 공약이 실현된 후의 '무한도전' 같았다.
솔직한 말이었다. 예쁘고 키 큰 여성, 26세 이하는 안 된다고는 했으나 대략 자신보다 어린 여성을 이상형으로 밝힌 노홍철. 하지만 누군가는 불편하다고 했다. 외모, 나이, 키 등 외적 조건만 결혼 이상형으로 내세운 30대 중반의 남성. 마치 '남자들은 예쁘고 어린 여자만 좋아한다'란 왜곡된 통념을 '무한도전'이 앞장서 증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연상도)되는데 위로는 애도 낳고 해야 하니까…"란 노홍철 나름의 솔직한 발언은 연상인 여성들에게도 솔직하고 유쾌한 웃음으로 들렸을까. '무한도전' 멤버들이 시민들 중 예쁘고 키 큰 어린 여성을 찾아 다니는 게 노홍철이 말한 '소통이 있는 방송'은 아닐 것이다.
예능이라고 웃음만이 능사는 아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사적으로 만나 떠들 대화가 전파를 탔다. 자극적인 게 웃음을 준다고 웃음이 내포한 본질과 웃음이 끼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무한도전'이다. 숱한 특집을 거치며 사회를 날카롭게 꼬집는 웃음을 만들고, 노력이 실력을 이기고 결과보다 과정이 아름답다는 걸 보여준 '무한도전'이다. '홍철아 장가 가자'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 '국민예능'이라고 불리지 않는가. 자극적인 웃음을 쫓는 '국민예능'은 없다. 노홍철이 당선돼 멤버들의 비밀을 낱낱이 공개하면 누군가는 솔직해서 즐거워도 누군가는 불편해서 씁쓸할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무한도전'을 믿어본다. '홍철아 장가 가자' 뒷이야기에 지금의 불편함을 해소할 웃음이 담길 거라고 믿어본다. 노홍철이 '무한도전' 차세대 리더로 당선되더라도 단지 사생활 폭로에만 치중하는 자극적인 웃음은 경계할 것으로 믿어본다. "시청자는 부모다"라던 노홍철의 말을 믿어본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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