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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최근 대학로는 연극 '유도소년' 인기로 뜨겁다. 그야말로 잭팟이 터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만큼 연극 '유도소년'은 배우들의 열정으로 꽉 차있고 그로 인해 후끈 달아 올랐다. 이들의 진심은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꿈,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연극 '유도소년'은 슬럼프를 겪고 있는 전북체고의 유도선수 경찬이 엉겁결에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출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피끓는 청춘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 '나와 할아버지' 등에 이어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가 10주년을 맞아 퍼레이드 세 번째 작품으로 선보이는 초연작이다.
연극 '유도소년'은 특히 배우들의 땀이 그대로 전해져 더 진한 감동을 전한다. 유도부터 배드민턴, 복싱까지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진짜 스포츠를 선보인다. 이 가운데 복싱선수 민욱 역을 맡은 박성훈 역시 설레는 첫사랑의 감정과 함께 파이팅 넘치는 복싱 선수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박성훈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유도소년'은 건조한 시기에 가습기 같은 존재다. 사실 현재 국가적 재앙이라고 할 만큼 나라가 침울하지 않나. 대학로에도 물론 좋은 공연들이지만 무거운 느낌의 작품이 꽤 많았다. 그 때 이렇게 밝은 작품, 모든 캐릭터가 귀여운 작품이 나와줘서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 "간다 10주년,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박성훈은 간다 소속 배우는 아니지만 연극 '올모스트메인'에 이어 '유도소년'에 출연하며 10주년 퍼레이드를 함께 하고 있다. 그는 평소 이희준, 진선규 등 존경하는 선배들이 소속된 간다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간다 소속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동료들이 챙겨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만큼 그는 간다와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박성훈은 "간다 소속을 노리고 있다"며 웃은 뒤 "사실 간다의 10주년 퍼레이드 작품을 하는 것이 조금은 부담이 됐다. '올모스트메인' 때 윤나무랑 같이 했는데 다들 연습 때 정말 잘 하시더라. 저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끔 해야 한다는 마음에 걱정이 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객원으로 참여하니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유도소년'은 만만한 연극이 아니었다. 극 중 민욱이 복싱 선수인 탓에 그만큼의 전문성이 필요했다. 오전에는 복싱장, 오후에는 신 연습, 밤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반복했다. 복싱은 한두달 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에 박성훈은 "솔직히 기본부터 다진 게 아니라 속성으로 배웠다"고 고백했다.
"처음 대본에는 민욱이 복싱하는 장면이 묘사되지 않았다. 운동신경이 없긴 한데 그래도 복싱을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될 거라 생각했다. 나를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했고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근데 막상 연습을 시작하니 장난이 아니더라. 기본이 안 다져져 있는 상태에서 위트 있게 하고 액션을 취하는게 처음엔 무리가 있었다. 나와 함께 민욱 역을 맡은 (차)용학 형은 운동신경이 있어 잘 따라가는데 나는 축 처져서 힘들었다."
▲ "이 공연에 누가 욕 하거나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힘든 연습 과정을 지나 왔지만 무대에 섰을 때는 또 달랐다. 정통 액션이 아닌 맞춰진 액션이었기 때문에 그 선을 응용할 줄 알아야 했다. 기본에 충실하며 적응하는 것에 더 집중해야 했지만 액션은 박성훈을 욕심 내게 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할 수는 없었다. 기본 패턴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훈련을 거듭했다.
그는 "긴장이 좀 됐다. 특히 유도는 정말 그럴싸 하게 잘 하지 않나. 옆에서 잘 하고 있는데 복싱만 못하면 어떡하지 걱정했다. 특히 민욱이는 국가대표를 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한데 어설프면 안 되지 않나"라며 "복싱은 잘 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도 실제 스파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도처럼 특별히 부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성훈이 밝혔듯 '유도소년'은 배우들의 잔부상을 무시할 수 없다. 배우들 역시 이 부분에서 더 긴장감을 갖고 하려 노력했다. 박성훈은 "무대에서 할 때는 아무래도 배우들이 더 긴장해야 한다. 흥분해서 하다보면 좀 더 거칠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최대한 연습 때처럼 하자고 서로 얘기했다"며 "근데 액션에 차이는 있다. (박)훈이 형은 다 진짜로 한다. 아프고 무섭게 해서 긴장감이 엄청나다. 반면 (홍)우진 형은 아량으로 안 아프게 하고 잘 챙겨준다. 성향의 차이다"고 설명했다.
"공연 올리기 직전에 그런 생각을 했다. 관객들이 이 공연을 봤을 때 별로라고는 할지라도 욕 하거나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노력하고 땀 흘리는 흔적들이 무대에 묻어나기 때문에 손가락질 하고 욕하진 않을 것 같았다. 물론 모든 공연들이 그렇지만 특히 '유도소년'은 더 그렇지 않나."
▲ "'유도소년', 건조한 시기에 가습기 같은 존재"
'유도소년'은 청춘을 이야기 하는 만큼 1990년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추억의 음악이 나올 뿐만 아니라 그 시절 청춘의 설레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박성훈이 연기하는 민욱은 친구 여동생 화영을 짝사랑하지만 쉽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다. 첫사랑에 설레기도, 경찬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며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박성훈은 "고등학생이라는 부담감은 갖지 않았다. 고등학생인 것을 생각하며 인위적으로 캐릭터를 잡지 않았다. 굳이 고등학생 때를 추억해보려 하기 보다는 계속 해온 것처럼 하려 했다"며 "하지만 다른 배우들과 옛날 생각을 많이 하긴 했다. 옛날 이야기를 교류하면서 눈물 날 것 같은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실제 박성훈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많이 까불었다. 그 때도 여자를 잘 못 만났다. 고등학교 때 특히 그랬다. 교제를 해보긴 했지만 그 땐 좀 서툴렀던 것 같다"며 "민욱이는 좀 답답하 면이 있지 않나. 나도 그랬다. 좋아하는 여자 아이한테 마음 고백하는게 너무 어려웠다. 전교생이 다 알 정도로 중학교 3년 내내 짝사랑한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고백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그래도 많이 활발해졌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웃음) 생각해보면 지금도 조금 머뭇거리긴 하는 것 같다. 쉽고 쿨하게, 대놓고 대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은근히 대시한다"며 "그래서 그런지 민욱을 연기하면서 여자를 대하는데 있어 공감이 많이 된다. 특히 화영이가 친구 동생이기 때문에 그 관계가 훼손될까봐 쉽게 고백하지 못하는 민욱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유도소년'은 누구나 와서 편하고 즐겁게 보다 갈 수 있는 유쾌한 공연이다. 꿈을 향해 노력하던 때를 떠올리고 또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배우들이 실시간으로 무대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즐거움도 얻어갈 수 있는, 한번쯤 가볍게 되새길 수 있는 공연이 나온 것 같다."
한편 박성훈이 출연하는 연극 '유도소년'은 오는 6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배우 박성훈, 연극 '유도소년' 공연 이미지. 사진 = 스토리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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