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칸투가 없다면.
두산 외국인타자 호르헤 칸투는 지난 25일 잠실 한화전서 2루타를 날린 뒤 1루 베이스를 밝는 과정에서 오른쪽 서혜부 부상을 입었다. 당시 곧바로 교체된 칸투는 27일 광주 KIA전서도 결장했다. 그는 올 시즌 39경기서 타율 0.305 11홈런 37타점을 기록 중. 그러나 벌써 결장경기가 5경기. 은근히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타입.
칸투는 올 시즌 두산 타선의 중심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하지만, 27일 경기처럼 언제든 빠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하는 건 페넌트레이스를 소화하는 팀이 지녀야 할 바람직한 자세. 두산 타선으로선 칸투가 없을 때 어떻게 공격을 풀어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아직 정규시즌은 많은 경기가 남았다. 27일 경기는 두산 타선이 앞으로 칸투가 빠졌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두 자리 수 안타 보장되는 두산 타선
두산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 그 부작용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 주전같은 백업이 수두룩하다. 9개구단 중 야수층의 양적, 질적 깊이가 최상이다. 어떤 라인업을 내놓더라도 두산 공격력은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장기레이스서 굉장한 이점. 칸투가 빠질 때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부분.
그동안 두산은 칸투가 빠졌을 때 1루수에 오재일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발장타력이 있는 오재일은 중심타선에 들어가도 손색 없다. 그런데 송일수 감독은 27일 광주 KIA전서 오재원을 1루수로 투입했다. 오재원의 주 포지션은 2루. 물론 1루를 볼 수도 있다. 대신 홍성흔을 4번, 양의지를 5번에 넣었다. 평소 2번을 쳤던 오재원이 7번으로 내려왔다. 2루수엔 허경민이 투입됐다.
두산은 이날 11안타 2볼넷을 묶어 5득점했다. 이로써 12경기 연속 두 자리 수 안타. 이는 2000년 4월 26일 잠실 삼성전부터 2000년 5월 11일 광주 해태전까지 일궈낸 12경기 연속과 타이. 그만큼 두산 타선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안타 10개 이상을 칠 수 있다는 의미. 칸투가 빠졌고, 에이스 양현종이 나선 게임이었으나 끝내 10개 이상의 안타를 쳐냈다.
사실 양현종이 내려간 이후에 나온 공격이 인상적이었다. 1-8서 8회와 9회 각각 2점씩 추격한 것. 비록 패배했으나 의미가 있었다. 언제든 두산이 반격할 수 있다는 걸 인식시켜줬기 때문. 8회엔 양의지 대신 타석에 들어선 김재환의 대타 투런포가 나왔고, 9회엔 김재호, 박건우, 허경민, 장민석이 합작해 2점을 만들어냈다. 중심타자들도 아니고 백업 멤버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유기적인 팀 플레이로 상대 마무리 투수를 끌어냈다. 비록 패배했으나 두산 타선의 생산력은 역시 대단했다.
▲ 핵심은 민병헌과 오재원
두산 타선의 핵심은 역시 민병헌과 오재원이다. 두 사람은 올 시즌 테이블세터로 나선다. 27일 경기서는 칸투의 결장으로 1번과 7번으로 출전. 현재 두산 시스템상 칸투가 없을 경우 민병헌과 오재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민병헌은 올 시즌 장타력을 앞세운 공격적인 타격으로 신개념 톱타자로 불린다. 오재원 역시 타격 정확도가 굉장히 높다. 기동력도 극대화한다.
오재원은 27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칸투가 들어왔고 민병헌의 장타력이 좋아지면서 팀 타선 자체가 강해졌다”라고 했다. 정확한 지적. 정확성과 장타력이 동시에 보강된 포인트. 민병헌과 오재원은 장타력에 출루율마저 좋다. 김현수 칸투 홍성흔 양의지 클린업 쿼텟의 득점 확률은 그만큼 높아졌다. 사실 칸투가 빠진다고 해도 큰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기동력과 특유의 유기적인 팀 플레이로 칸투 공백을 메울 수 있다.
그런데 송일수 감독은 “칸투가 빠지면 팀 타선에 영향이 있다”라고 했다. 사실 세밀한 부분을 파고 들면 옳은 지적. 확실히 칸투만이 풍기는 아우라가 있다. 칸투 후속 타자들의 경우 타점 생산 기회 증가뿐 아니라 상대 투수가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27일 경기처럼 상대 투수가 강력할 경우 칸투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
27일 경기서 민병헌은 1안타에 그쳤다. 그는 “이 애버리지는 분명이 떨어질 것이다. 항상 공을 중심에 맞힌다는 집중력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는 상대적이다. 상대 투수의 구위에 따라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날이 그랬다. 민병헌의 출루와 장타력이 떨어진데다 칸투마저 빠지면서 두산 상위타선의 생산력이 크게 떨어졌다. 득점 루트가 줄었다. 칸투의 영향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다재다능한 오재원이 하위타선서 착실하게 흐름을 살려야 한다. 그러나 오재원 역시 1안타로 잠잠했다. 이날 두산 타선은 경기 후반 교체 멤버들이 맹활약했다. 누가 투입되더라도 기본적인 위력 자체는 유지된다는 걸 확인했다. 한편으로 해줘야 할 선수가 풀어내지 못할 경우 아쉬움이 분명히 있다는 사실 또한 드러났다. 이 과정서 중심타선 못지 않게 민병헌과 오재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칸투(위), 민병헌(가운데), 오재원(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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