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6.75.
시즌 초반 1점대 평균자책점이 어느덧 4점대(4.23)까지 치솟았다. 심지어 5월엔 6.75. 두산 좌완 유희관의 최근 페이스가 확실히 좋지 않다. 노경은의 부진 속 유희관의 존재감은 올 시즌 들어 더욱 높아졌다.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실질적 원투펀치. 두산으로선 유희관의 부진을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다.
유희관은 29일 광주 KIA전서 5이닝 11피안타 6탈삼진 1볼넷 8실점으로 부진했다. 팀 타선 폭발로 승리를 챙겼지만, 경기 후 유희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5월에만 3경기서 5실점 이상 부진. 특히 지난 23일 잠실 한화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대량 실점.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
▲ 피칭 폼의 미세한 균열
송일수 감독은 시즌 초반 “유희관처럼 느린 볼을 던지는 투수는 릴리스 포인트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했다. 릴리스 포인트는 투수의 피칭 밸런스와 연관되는 부분. 상, 하체의 밸런스가 좋지 않을 경우 최상의 릴리스 포인트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지도자들은 투수가 하체의 힘을 충분히 활용해 자연스러운 중심이동으로 릴리스포인트를 최대한 타자 쪽으로 끌고 가는 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래야 구위가 좋아지고 원하는 지점에 공을 넣을 수 있다.
유희관의 직구 최고구속은 130km대 중반. 때문에 피칭 밸런스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타자가 매일 멀티히트를 기록할 수 없듯 투수도 항상 최상의 밸런스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지도자들이 흔히 “투수가 안 좋을 때 잘 끌고 가야 한다”라고 하는데,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유희관은 최근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 감독은 유희관이 23일 잠실 한화전서 부진하자 다음날 “릴리스포인트가 조금 뒤에 있었다”라고 했다. 공을 타자 쪽으로 끌고 나오지 못했다는 것. 결국 최상의 밸런스가 아니었다. 송 감독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유희관의 피칭폼은 최상일 때와는 달리 미세한 균열을 일으켰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좋았던 밸런스를 되찾는 게 과제다. 그런 다음 투구 패턴을 점검해야 한다.
▲ 11피안타의 의미
유희관이 5월 대량 실점한 3경기를 살펴보면 볼넷은 단 2개였다. 대신 피안타가 10~11개. 더구나 29일 경기서는 올 시즌 최소 5이닝 소화에 11개의 안타를 맞았다. 결국 타자들이 유희관의 공략 포인트를 찾았다는 의미. 이날 유희관은 슬라이더, 커브의 비중을 줄이고 주무기 투심성 싱커의 비중을 높였다.
중요한 건 우타자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싱커가 예리하게 꺾이지 않았다는 점. 유희관이 4회 7실점했을 때 무려 5연속 안타를 맞았다. 대부분 우타자가 좌중간으로 뽑아낸 안타. 덜 꺾인 싱커를 완벽하게 잡아당겼다는 의미. 우타자 기준으로 살짝 꺾이는 싱커와 크게 꺾이는 싱커 모두 위력이 평소 같지 않았다. 직구 승부 역시 여의치 않았다.
유희관은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투수다. 이 과정에서 직구뿐 아니라 변화구가 적절히 배합돼야 한다. 직구 제구가 흔들릴 경우 변화구 위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변화구 제구가 흔들리면 직구도 공략당할 가능성이 크다. 일종의 양면성을 지니는 것, 결국 유희관으로선 이 부분을 세밀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
▲ 지금보다 더 잘하면 ML 갔다
유희관은 밝다. 취재진 앞에서 일부러 그러는 것 같진 않다. 평소 좋지 않은 기억을 오래 갖고 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이번 광주 원정서도 “무슨 일 있어요? 저 지금도 잘 하고 있잖아요. 아직 방어율 순위도 상위권이고. 지금보다 더 잘하면 메이저리그 갔지”라고 웃었다. 천적이었던 삼성 타선에 피홈런 4개를 허용한 다음 날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앞으로 국을 밥에 말아먹고 오지 않겠다”라며 농담을 던지는 여유도 보였다.
유희관은 부진에 대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 고비를 맞이한 게 유희관으로선 다행스럽다. 그만큼 재점검하고 좋았던 모습으로 회복할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연이은 부진으로 조급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밝고 강인한 마인드는 제 기량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유희관의 행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두산 코칭스태프가 유희관에게 어떤 어드바이스를 내릴 것인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유희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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