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0.313.
타자가 타율 0.313를 기록하는 것도 쉽지 않다. 팀 타선이 0.313를 기록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이다. 두산 타선이 비현실을 현실로 만들어간다. 페넌트레이스가 3분의 1지점을 통과한 상황. 두산 타선이 1987년 삼성(0.300) 이후 27년만에 팀 타율 3할에 도전한다. 1987년 삼성 외엔 팀 타율 3할대를 돌파한 팀은 없었다.
두산은 현재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3할 타자를 7명이나 보유했다. 톱타자 민병헌(0.383)을 시작으로 2번 오재원(0.394)이 리그 전체 타율 2,3위에 올랐다. 김현수(0.324), 호르헤 칸투(0.308), 홍성흔(0.350), 양의지(0.302)로 이어지는 3~6번 클린업 쿼탯도 정확성을 보유했다. 김재호(0.318)도 하위타선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른다. 이원석과 정수빈을 제외하면 주전 7명이 3할타자.
놀라운 건 시즌 개막 이후 좋은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 뚜렷한 하강세 없이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 사이클이 극심한 타격의 일반적인 그래프를 철저하게 무시한다. 벌써 14경기 연속 두자리 수 안타. 비현실적이다. 도대체 두산 타자들이 왜 이렇게 잘 칠까.
▲ 경쟁 스트레스 탈피, 높아진 책임감
두산의 최대강점은 역시 두꺼운 야수층. 누가 주전으로 나서도 손색 없다. 실제로 최주환 김재환 허경민 고영민 오재일 박건우 등은 다른 팀에 가면 당장 주전을 꿰찰 수 있다. 김진욱 전임 감독은 이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확고한 주전 없이 데이터와 주변환경, 타자들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 라인업을 자주 바꿨다. 확고한 플레툰시스템은 아니었지만, 고정라인업으로 간다는 느낌은 없었다. 최대한 많은 선수의 역량을 활용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었다.
송일수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주전과 비주전을 확실하게 구분했다. 시즌 초반부터 주전들을 꾸준히 내보낸다. 부상자가 발생하면 탄력적으로 교체하는 모양새. 선수 개개인의 입장에선 언제 빠질지 모르는 시스템보단 자신이 확실한 주전일 때 경기를 뛰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민병헌은 “아무래도 기회가 들쭉날쭉 할 땐 그럴 수밖에 없다. 대신 주전으로 고정될 경우 책임감이 높아진다”라고 했다. 현재 두산 주전타자들은 안정적으로 자리 확보를 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벗어난 채 강력한 응집력을 발휘하고 있다.
▲ 민감한 주변환경
환경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 두산 내, 외부에선 지난해 극도로 빡빡한 일정의 포스트시즌을 소화한 뒤 내부적인 응집력이 더욱 높아졌다는 말이 나왔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무려 16경기를 치렀다. 결과적으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허무한 결과를 안았다. 이후 타자들이 더욱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들의 섬세한 지도력이 가미됐다. MBC 스포츠플러스 허구연 해설위원은 “팀 타율 3할은 절대 타자들 스스로 해낸 게 아니다. 송재박 수석코치와 장원진 타격코치의 지도력이 인정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FA, 군입대, 아시안게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오재원의 경우 병역 미필자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위해 매 타석 강력한 집중력을 발휘한다. 민병헌은 “FA를 앞둔 선수도 있고, 병역 문제가 걸린 선수도 있다. 그런 점도 무시할 수 없다”라고 했다. 개개인의 동기부여가 확실하다는 것. FA 2년차를 맞이한 홍성흔도 칸투의 입단으로 부담을 덜고 좋은 결과를 내기 시작했다.
▲ 반드시 떨어진다. 그때 대처가 관건
민병헌은 “이 기록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날이 더워지면 힘도 떨어지고 고비도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즌 전체 흐름을 살펴보면 아직은 초반이다. 타격감은 꾸준히 상승세를 그렸다. 하지만, 6~7월 이후 반드시 떨어질 시점이 찾아온다는 게 정상이라는 것. 민병헌은 “사실 스프링캠프서 엄청난 체력훈련을 했다”라고 했다.
송 감독이 야수들에게 체력훈련을 강화한 건 올 시즌 꾸준히 출전할 주전들에게 교체 없이도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축적시켜주기 위해서였다. 시즌 전부터 고정라인업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를 한 것. 전체적인 그림을 감안하면 시즌 막판 혹은 포스트시즌까지 버티기 위해선 엄청난 저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 작업이 시즌 중반 선수들의 일시적 체력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분명 예년보다 훈련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시점부터 타자들의 타격감이 하락세를 그릴 가능성은 있다. 민병헌은 “그때 대처를 잘 해야 한다. 현 시점에선 특별하게 그때를 대비해 따로 준비하는 건 없다”라고 했다. 사실 시즌 중엔 타격폼에 급격한 변화를 주긴 어렵다. 대신 상황에 맞게 조금씩 수정을 가하는 방식.
송 감독은 조금씩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 두산은 29일 광주 KIA전서 평소보다 30분 늦게 출근했다. 숙소에서 아예 출발을 늦게 했다. 훈련 시간이 줄었다. 민병헌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날이 더워지고 힘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지금부터 잘 먹고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 때로는 훈련보다는 휴식이 답”이라고 했다.
두산의 비현실적인 팀 타율 0.313. 많은 준비를 한 게 눈에 띈다. 최종적으로 3할대를 유지할 것인지.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는 올 시즌 순위다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두산이 마운드보단 야수들의 역량에 기대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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