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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된 KBS 뉴스 제작 거부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보도 독립성 문제로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 19일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갔고, 이후 단축 뉴스는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뉴스 시간은 20분이 채 넘지 못하고 있고, 내용 역시 간추린 뉴스 수준의 앵커 멘트와 스포츠, 그리고 날씨를 전하는 것이 전부였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뉴스를 보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청자들의 패턴은 본의 아니게 뒤틀리고 말았다. 보도의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명분 아래 처음엔 두 눈을 질끈 감아준 시청자들이었지만, 이 같은 파행이 계속되면서 불편이 야기되자 조금씩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KBS가 공개한 일일 시청자 주요 의견에는 뉴스 제작 거부가 시작된 날부터 거의 매일 뉴스 파행 사태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견이 폭주하고 있다. 대체로 의견은 둘로 나뉜다. 제작 거부를 중단하고 조속히 업무에 복귀하라는 의견과 기자협회를 응원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고 싶은 심정이다" "길환영 사장과 이번 파업에 동참한 노조원들 모두 사퇴하라" 등 다소 과격한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사측과 노조의 싸움에 시청자들이 볼모로 잡혀 괜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뉴스는 시청자들의 알권리를 보증수표처럼 사용하며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래서 기자들이 힘을 얻고, 방송국이 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알권리를 지금 이상한 방향으로 쓰고 있다. 시청자들의 알권리는 분명 시청자들이 가진 것이 분명한데, 이를 노조가 파업의 주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시청자의 권리인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않겠다고 협박하며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국에게 최고의 고객은 시청자들이다. 방송은 언제나 시청자들의 뜻을 받들겠다고 말한다.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이고,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까닭에 사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의 알권리를 담보로, 또 시청자를 볼모로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자칫 무리한 권력의 남용이자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비춰질 수 있다. KBS 내부 사정이 얼마나 복잡하든 시청자들에게는 알권리와 볼권리가 있고, 이것들은 그 어느 누구도 함부로 묵살하거나 침해할 수 없다. 특히 6•4 지방 선거와 브라질 월드컵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코 앞으로 다가왔고,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연일 이곳저곳에서 대형 화재들이 잇따라 발생하는 시점에서 시청자들의 알권리는 더욱 중요시된다.
KBS 양대노조는 파업찬반 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사회가 길환영 사장의 해임제청안 표결을 지방선거 후인 5일로 연기하면서 결국 노조는 총파업을 단행했다. 이번 파업으로 뉴스 뿐 아니라 교양 예능 드라마 등도 제작에 차질이 빚어져 결방 할 가능성이 높다. 예능의 경우 현재 사전 녹화분이 있고, 드라마의 경우 외주제작시스템이 대부분이라 제작과 방송에 문제가 없다고는 말하지만, 이 마저도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지난 MBC 파업 사태 당시 뼈저리게 경험해 봤기에 잘 알고 있다.
기자협회와 노조의 제작 거부 그리고 파업.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돌아온다. 보고 싶은 뉴스와 프로그램을 보지 못해 당장 불편하고 불만족을 느껴야 하는 것도 오롯이 시청자들의 몫이다. 길환영 사장과 노조는 분명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하루 속히 시청자들이 볼모가 아닌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방송을 정상화 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KBS 양대 노조가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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