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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썸걸즈', 한 남자와 어떤 여자들의 발칙한 이야기가 사랑을 논한다.
연극 '썸걸즈'는 젊고 아름다운 약혼녀와의 결혼을 앞둔 잘 나가는 작가 영민이 헤어진 애인들을 호텔로 불러내는 이기적이고 어이없는 상황과 이에 질세라 그의 부름을 받고 차례로 그를 찾아 오는 4명의 여자들이 선보이는 기막힌 상황을 통해 사랑이라는 복잡미묘한 권력관계를 거침없이 이야기 하는 작품.
'썸걸즈'는 배우 이석준의 연출 데뷔작으로 그는 지난 2007년 '썸걸즈' 초연에서 뻔뻔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남자 강진우 역을 연기한 바 있다. '썸걸즈'를 제일 잘 알고 있는 만큼 배우와 연출 두 입장에서 '썸걸즈'의 메시지를 전한다.
'나 결혼해.. 그 전에 한번만 만나'. 결혼 전 영민은 자신이 사귀었던 여자들 중 톱5를 엄선해 만난다. 수줍고 순종적인 첫사랑 상희,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태림, 출판사 대표의 아내이자 담당 교수였던 미숙, 쿨하고 세련된 레지던트 소진. 스타일도 다 다르고 같은 상황에 놓여졌지만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초반 영민이 4명의 여자들을 만나는 것 자체는 흥미롭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인물들이 저마다 다른 사랑을 이야기하고, 모두 다른 태도를 보인다. 물론 극이 전개될 수록 그저 겉으로만 그렇게 느껴질 뿐이었음을 알게 되지만 말이다. 이 과정의 대사들이 현실적이고 이들이 회상하고 다시 만나 만들어 가는 관계가 웃음을 준다.
하지만 이내 관객들은 발끈한다. 특히 여성 관객들의 반응은 가차 없다. 영민의 이기적인 모습이 관객들을 어이 없게 하고, 결국엔 상처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는 영민의 어떤 여자들에게 공감 혹은 연민을 느낀다.
이 때 관객들은 느낀다. 모두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본질은 같은 사랑, 그 자체에 공감하고 있음을 말이다. 나쁜 짓은 해도 나쁜 남자는 되기 싫은 영민의 이기적인 행동에 옛 연인들은 상처 받았고, 또 다시 그 때의 기억을 꺼내게 되며 괴로워 한다. 겉으로는 모두 다른 태도를 보이지만 결국 그 속에는 한 남자를 사랑했던 한 여자의 상처 받은 진심이 드러난다.
어떤 여자들을 통해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사랑이 표현된다면 영민을 통해서는 본질은 같지만 형태는 다른 사랑이 표현된다. 그가 진정으로 이 여자들을 사랑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만난 것인지 극이 마지막으로 치닫을수록 관객들은 혼란스럽다. 갈수록 영민은 요즘 말로 '똥차'고, 나쁜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이 발칙한 상황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극대화 됐지만 결국엔 우리 모두가 하는 그 복잡미묘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감 하기에 발끈하고 한숨을 쉬는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 모두 '썸걸즈'의 영민처럼, 혹은 그가 만난 어떤 여자들처럼 본질은 같지만 다른 형태의 사랑을 하고 있고, 혹은 다른 형태지만 본질은 같은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배우들의 거침없는 연기는 '썸걸즈' 특유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다. 공연 초반부터 시작되는 발칙하고 통통 튀는 웃음 코드, 이에 맞춰 캐릭터 그 자체인 배우들의 호흡이 '썸걸즈'의 전체적인 색깔을 완성시킨다.
'썸걸즈'에서는 정상윤, 최성원이 영민 역을 맡았고, 4인 4색 썸걸즈는 태국희, 김나미, 이은, 노수산나가 연기한다. 또 연극 '썸걸즈'는 기존 '썸걸즈'에서 남녀가 바뀐, 전미도, 김태근, 이창훈, 박기덕, 구도균 출연의 '썸걸즈' 공연을 앞두고 있다.
한편 연극 '썸걸즈'는 오는 7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썸걸즈' 공연 이미지. 사진 = 연극열전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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