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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프로그램이 가진 재미는 여전하다. 금요일 밤 치열한 예능 전쟁 속에 종합편성채널 JTBC '마녀사냥'은 지금도 웃음을 보장하는 안전한 채널 선택이다. 하지만 회차가 쌓여갈 수록 내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았던 프로그램이 '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어?'라는 놀라움으로 흘러가는 부분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MC 성시경조차 1회에서 "나 이 프로그램은 진짜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실험적 프로그램 '마녀사냥'이 어느새 오는 8월 1주년을 앞두고 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종합편성채널의 예능프로그램은 기존에 존재하던 예능의 형식을 안정적으로 답습한다는 인상이 컸지만 '마녀사냥'은 예능 트렌드의 재편을 이끌었고, 결과적으로 가장 '핫'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마녀사냥' 이후 안방극장에서는 연애상담프로그램, 19금 프로그램의 붐이 일었다. 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평론가 허지웅과 칼럼리스트 곽정은 등 비방송인이 주목을 받았고, 한동안 방송가에서는 새로운 얼굴 찾기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뿐 만 아니라 '마녀사냥'을 통해 방송인 홍석천이 친숙한 이미지를 얻고, 커밍아웃 이후 13년 만에 본격적인 활동의 기지개를 켰다는 점까지 고려해보면 '마녀사냥'이 만든 변화의 가치는 지금보다 훗날 몇 배는 더 크게 평가받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보편적인 사연보다는 특수한 경우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초반 방송에서는 '여자친구가 알고 보니 성형미녀더라', '회사 내에서 문어발 연애를 시도했던 남성', '내 정체를 주변 지인들에게 숨기는 여자친구'처럼 주변 친구나 술자리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사연이 이어졌다. 그에 대해 망설임 없이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가는 MC들의 모습은, 속 시원한 인생 선배를 찾던 젊은 시청자들의 큰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하철에서 내 바스트 포인트를 누른 낯선 여성', '사귀기 전에 가슴성형 수술을 권유한 남성' 등 이색적인 사연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사연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로 인해 파생되는 MC들의 경험담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되기도 한다.
물론 MC 신동엽이 맡고 있는 또 다른 프로그램인 KBS 2TV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가 장수하는 것처럼 특이한 경험을 한 일반인의 사연 자체가 가져다주는 재미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프로그램 초반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던 공감이라는 요소가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마녀사냥'이 시청자의 주목을 이끌어낸 시작점이 '저 얘기를 방송에서 해?'라는 놀라움이었다면, 고정시청자를 늘린 것은 상담 방송 특유의 공감이었다. MC들의 농담처럼 '마녀사냥'이 초장수 프로그램 '전국마녀사냥'이 되는 길은 자극을 통한 재미와 공감 그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 이어가는 것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 '마녀사냥' MC 허지웅, 신동엽, 성시경, 유세윤(왼쪽부터). 사진 = JTBC 제공, JT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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