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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무한도전'이 두 가지 역사를 바꿨다.
예능의 역사를 바꿨다. 45만 명 이상(458,398표)이 '선택2014' 특집에 참여해 프로그램의 미래를 결정했다. 단순한 인기 투표 따위의 것이 아니었다. 유재석이 되느냐 노홍철이 되느냐 정형돈이 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 '무한도전' 콘셉트가 좌우됐기에 45만 명 이상이 제작에 개입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어떤 예능도 이처럼 많은 시청자들을 프로그램에 참여시키지 못했다.
덕분에 시청자의 권리는 신장됐다. 방송국에서 만들어 내보내는 프로그램을 그저 안방에서 받아보기만 하던 입장에서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는 위치가 됐다. 투표에 참여한 45만 명이 없었다면 '선택2014' 특집은 없었다. 시청자들의 뜻이 유재석이 아닌 노홍철이었다면 '무한도전'의 앞으로 10년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시청자가 프로그램의 진정한 주인이 됐다.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것과 비교할 수도 없는 놀라운 시청자 권리의 도약이다. 예능의 역사에 뚜렷하게 새겨질 순간이다.
'무한도전'은 투표의 힘을 일깨웠다. 사실 '선택2014' 투표 현장을 지켜보며 떠나지 않았던 의문은 '왜 직장인들과 학생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겨우 하나의 예능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는가?'였다.
답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찾았다. '무한도전'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때문이었다. 사람들 표정이 그랬다. 투표하려고 아침 일찍 줄을 서 있는 표정에서 '무한도전'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 '무한도전'을 지키고자 하는 결의 같은 게 보였다.
투표의 힘이었다. 투표엔 사랑하고 아끼는 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다. 미래도 변화 시킬 수 있다. '무한도전'이란 목적은 '나 자신'이 될 수 있고 '내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내 지역'이 될 수도, 그리고 '내 나라'가 될 수도 있다. 그게 투표다.
'선택2014' 특집은 단순한 투표 독려 효과 이상이다. 조그마한 투표용지의 힘이 얼마나 커다란지 시청자들이 절감하게 했다. '무한도전'의 향후 10년을 결정 지은 건 바로 시청자였다. 투표의 힘을 보다 쉽고 분명하게 전달했다.
'무한도전'이 투표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줬다고 확신한다. '선택2014' 특집은 왜 투표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궁극적인 답변이었다. 6.4 지방선거, 나아가 앞으로 있을 모든 선거에도 시청자들의 달라진 인식은 필연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고작 예능 하나가 일으킨 파동은 생각보다 더 클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예능이 역사를 바꾼 셈이다. '무한도전'이 한국의 역사를 바꾼 것이다.
[MBC '무한도전'.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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