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메이저리그서도 선발로 통한다.”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롯데 김시진 감독이 극찬했다. 국내 외국인타자들 중 최상위 레벨을 자랑하는 호르헤 칸투(두산)도 “패스트볼은 국내 최강”이라고 했다. 삼성 외국인투수 릭 밴덴헐크. 극도의 타고투저 속에서 국내야구 최고 에이스로 자리매김할 조짐이다. 6승1패 평균자책점 2.54. 다승 2위에 규정이닝을 채울 경우 평균자책점도 단숨에 리그 1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최근 5연승.
본래 밴덴헐크의 구위 자체는 지난해에도 “국내 최상급”이라는 야구 관계자들의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밴덴헐크는 종합적으로 지난해 국내 최고 투수가 아니었다. 강속구 투수에게서 필연적으로 드러나는 제구력 문제와 기복 등이 밴덴헐크에 대한 평가가 절하된 원인. 그런데 올 시즌 밴덴헐크가 바뀌었다. 말 그대로 헐크로 변신했다.
▲ 팔 각도와 스탠스 변화
밴덴헐크는 196cm 장신. 지난해까진 공을 놓는 릴리스포인트가 높지 않았다. 팔이 옆으로 비스듬하게 퍼져 나왔다. 올 시즌 초반에도 그랬다. 하지만, 4월 15일 대구 두산전서 1이닝만에 팔꿈치 통증으로 자진강판한 뒤 5월 8일 인천 SK전서 복귀하기까지 약 3주간 모든 게 바뀌었다. 릴리스포인트가 위로 올라가면서 완전히 내리꽂는 느낌. 장신의 이점을 극대화했다. 타자 입장에선 타격 가능한 포인트가 줄어든다. 각도가 맞지 않기 때문. 스텐스도 크로스에서 오픈으로 바꿨다.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공의 힘을 최대한 오래 살릴 수 있는 방법. 투구 밸런스 역시 좋아진 비결.
이런 변화 끝에 최근 밴덴헐크는 에이스 모드다. 복귀 이후 5연승 행진. 패배를 모른다. 5월 성적만 4승 평균자책점 0.96. 6월 첫 게임이었던 4일 대구 KIA전서도 7이닝 4피안타 1실점 승리투수. 그의 공을 바라본 적장과 상대 타자들도 혀를 내둘렀다. 일단 직구 구위만으로도 국내 외국인, 토종 투수 모두를 놓고 봐도 최고라는 게 현장의 분석. 드러난 체감 구속만 최고 155~156km가 찍힌다. 현재 국내서 좋은 밸런스 속에서 이 정도 구속을 찍는 투수는 밴덴헐크가 유일하다.
직구가 살아나면서 슬라이더, 커브 등도 덩달아 좋아졌다. 현재로선 직구가 워낙 좋아 변화구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 재활군에 내려갔을 때 카도쿠라 켄 3군 코치의 조언이 사람을 바꿨다. 류 감독에 따르면, 밴덴헐크가 지난해 전반기에 부진했을 때에도 카도쿠라 코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 리그 최고 에이스 등극
밴덴헐크의 세부 성적은 평균자책점 2.54 WHIP 0.87 피안타율 0.184. 경기당 6이닝을 채 소화하지 못했으나 4월 15일 팔꿈치 통증으로 1이닝만에 내려온 걸 빼면 사실상 6이닝 넘게 소화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정도면 리그 최정상급. 삼성은 올 시즌 47경기를 치렀고 밴덴헐크는 46이닝을 소화했다. 정황상 다음 등판 때 규정이닝을 채울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밴덴헐크가 제도권 내에서 각종 지표 리그 최상위권에 오를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에이스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올 시즌 구단들은 대부분 제구력 위주의 외국인투수를 선발했다. 그동안 구위만 좋고 제구가 좋지 않아 속을 썩힌 외국인투수가 많았기 때문. 하지만, 밴덴헐크는 현재 구위와 제구 모두 최상이다. 최강 불펜을 만나 안정적으로 승수도 쌓을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국내 최고 외국인 투수로는 밴헤켄(넥센) 데니스 홀튼(KIA)이 거론된다. 국내 투수로는 양현종(KIA) 이재학(NC)이 첫 손에 꼽힌다. 밴덴헐크는 이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 다음 경기서 규정이닝만 채우면 기록으로 이들을 압도할 수 있다. 오른손 파워피처라는 점에서 왼손 파워피처 양현종과는 또 다른 느낌. 확실히 타자 입장에선 밴덴헐크에게 가장 큰 위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진정한 에이스.
삼성은 최근 몇년간 확실한 에이스 부재로 고심했다. 밴덴헐크가 그 고민을 해결했다. 밴덴헐크는 현재 삼성의 실질적 1선발이자 리그 최고 에이스. 최강 전력을 갖춘 삼성에 걸맞은 최고 에이스의 위압감. 물론 변수는 많다. 하지만, 밴덴헐크는 서서히 올 시즌 최고 투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극도의 타고투저 속에서 존재감이 더욱 빛난다.
[밴덴헐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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