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앤드류 앨버스가 3경기 만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비록 승리가 아닌 패전을 떠안았으나 충분히 희망을 봤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마인드 컨트롤이다.
앨버스는 5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 6이닝 3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3실점으로 잘 던졌으나 시즌 5패(2승)째를 당했다. 불운하게도 이날 피안타 3개 중 2개가 실점으로 이어졌고, 나머지 한 점은 폭투로 인한 실점. 내용만 보면 크게 흠 잡을 건 없었다. 김응용 한화 감독도 경기 후 "앨버스가 투구수 관리를 잘했고, 선발로서 잘 던져줬다"고 만족해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평정심을 잃은 것이다. 이날 앨버스는 처음 실점한 4회부터 유독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6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롯데 정훈의 2루 도루 성공 판정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이때부터 페이스가 무너졌다. 이어진 손아섭의 적시타로 3점째를 내주자 또 한 번 화를 냈다. 곧이어 루이스 히메네스에도 중전 안타를 맞았다.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정민철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오르고 나서야 다소 진정이 됐다.
이후 최준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6회를 마무리한 앨버스는 더그아웃에서도 좀처럼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1-3으로 뒤진 7회말 마운드를 떠난 앨버스는 팀의 1-10 대패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투구수가 83구로 적절해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지만 화를 가라앉히지 못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었다. 교체 시기는 적절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앨버스에 대한 기대는 상당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에 불과하나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레퍼토리와 칼날 제구까지 갖춘 그는 엄청난 매력을 지닌 선수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는 완봉승을 따내며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의욕적인 자세도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그런데 이전 5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만 떠안았고, 최근 2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13.00(9이닝 13자책)의 부진을 보여 퇴출설까지 흘러나왔다. 그래서 이날 경기는 앨버스 본인과 팀 모두에게 상당히 중요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구 내용은 좋았다. 그런데 4회 이후 흥분한 모습을 보인 게 문제다. 투수는 마운드 위에서 절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일종의 불안 심리다. 자신의 기분이 나쁘다는 걸 상대에게 노출해서 득이 될 게 단 하나도 없다. 특히 앨버스는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외국인 투수이기에 더욱 그렇다.
마운드에 선 투수가 화를 내는 경우는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프로야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자신의 실투나 실책에 대한 자책으로 곧바로 평정심을 찾으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앨버스는 다음 투구가 실점으로 이어지자 또 한 번 크게 화를 냈다. 롯데 타자들로선 '앨버스가 흔들린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심리 싸움에서 지고 들어간다는 얘기다.
리그에서 석연찮은 판정 등으로 아쉽게 실점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럴 때마다 투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팀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이날 앨버스는 3경기 만에 퀄리티스타트 호투를 펼치고도 마인드 컨트롤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팀도 패했다. 비교적 깔끔하게 임무를 완수했음에도 뒷맛이 개운치 않았던 이유다.
물론 이를 좋은 교훈으로 삼는다면 다음 등판부터는 훨씬 더 만족스러운 투구를 기대해볼 수 있다. 적어도 이날 앨버스의 투구 내용은 충분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시즌 5패와 함께 돈 주고도 못 살 값진 교훈 하나를 얻은 앨버스다.
[앤드류 앨버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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