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0.288, 그리고 5.26.
2014시즌은 국내야구 태동 33년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0.280대 타율, 5점대 평균자책점은 단 한 시즌도 나오지 않았다. 평균자책점 3점대를 기록 중인 팀이 단 1팀도 없다. 타율 0.290이 넘는 팀은 4팀이다. 아직 시즌은 반환점을 지나지 않았는데 지난해 798홈런의 절반을 넘어선 437개의 홈런이 터졌다.
여러 분석이 나왔다. 외국인타자의 등장과 판정 논란 및 스트라이크 존 문제, 타자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투수들의 발전 속도 문제. 이런 분석들이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건 아니다. 모든 선수가 더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연구해야 한다. KBS N 스포츠 이용철 해설위원은 “선수들끼리 진지하게 토론해봐야 한다”라고 했다. 당연히 극강의 타고투저를 좀 더 다양하고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 좋은 야구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 외인타자 등장, 국내타자들의 동기부여
외국인타자들의 가세가 타고투저를 극대화한 건 맞다. 모든 팀이 외국인타자를 보유한 건 올 시즌이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이후 최초다. 더구나 구단들의 외국인선수 스카우팅 능력이 향상되면서 좋은 외국인타자들을 데려왔다. 몸값 제한도 철폐됐다. 주전타자 9명 중 가장 못 치는 1명이 빠지고 가장 잘 치는 1명이 새롭게 들어왔다. 공격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타고투저를 꼭 외국인타자들만 선도하는 건 아니다. 두산 홍성흔은 5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외국인타자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국내타자들이 올 시즌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라고 했다. 일종의 좋은 자극제가 됐다는 것. 예를 들어 6일 현재 3할타자는 34명인데, 이 중에서 생애 처음으로 3할을 쳐보는 국내 선수가 많다. 주변환경에 의한 각성효과가 있었다.
홍성흔은 “젊은 타자들의 몸이 너무 좋다. 나성범(NC)을 가까이서 봤는데 터미네이터”라고 했다. 타자들 기술발전 속도가 투수보다 빠르다. 홍성흔은 “몸이 약하면 강속구를 칠 수가 없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파워와 근력, 유연성을 키워야 살아남는다는 것. 요즘 젊은 타자들은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과는 달리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우쳤다. 이런 사고의 변화도 타고투저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 세련된 전력분석과 기계적 시스템
홍성흔은 “전력분석이 날이 갈수록 진화한다”라고 했다. 투수와 타자가 많이 상대해보지 않았다면 기본적으로 투수에게 유리한 게 상식. 하지만, 전력분석 발달 속 타자가 투수의 방대하고 세밀한 데이터를 숙지하고 나온다. 전력분석을 통해 대응책만 확실히 갖고 나온다면 낯선 투수에 대한 어려움도 줄일 수 있다는 의미.
홍성흔은 “미리 알고 들어가는 부분이 많아졌다”라고 했다. 기본적인 타격 매커니즘은 3할. 10번 중 3번만 안타를 치면 타자의 승리. 하지만, 이젠 전력분석을 통해 투수의 현미경 해부가 가능한 시대. 단순히 구종, 투구패턴 분석뿐 아니라 주변환경, 상황의 특수성까지 감안해 내려진 결론을 갖고 타석에 들어선다. 점점 타자의 불리함이 상쇄되고 있다.
두산 외국인타자 호르헤 칸투는 특이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은 경기 전 훈련 문화가 기계적으로 시스템화됐다”라고 했다. 칸투는 멕시코의 경우 경기전 웜업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특유의 선후배 문화, 단체 문화 속 질서정연하고 진지하게 훈련에 임한다.
칸투는 “멕시코에선 타격훈련도 10분 정도에 다 끝난다”라고 했다. 하지만, 국내야구의 경우 철저한 웜업과 긴 타격훈련 시간, 그것도 모자라 특타에 꼼꼼한 전력분석 미팅까지 진행된다. 칸투는 이런 시스템이 구축됐기에 한국 타자들이 좋은 타격을 하는 것이라고 봤다. 홍성흔은 “칸투는 매번 ‘한국 타자들 너무 잘 친다. 우리 팀은 환상적’이라고 놀라워한다”라고 웃었다.
▲ 스트라이크 존과 공인구 반발계수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졌다는 게 대세다. 몇몇 감독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했으니 부인할 수 없는 부분. 슬로 카메라, 다양한 각도에서 찍는 방송 기술 발달로 심판 판정 스트레스가 더더욱 심해졌다. 그 과정에서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을 판정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신중해지면서 존 자체가 좁아졌다는 게 현장의 해석.
그런데 야구관계자들은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진 것도 문제지만 일관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는 지적을 한다. 심판들의 판정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판정 일관성에 어려움이 발생했다는 게 요지. 한 관계자는 “경기 중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기준이 왔다갔다하지 않으면 된다”라고 했다. 일관성이 결여된 판정은 모두에게 혼선을 초래한다. 결과적으로는 투수를 위축시키는 요소다. 타고투저 원인이 될 수 있다.
한편,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예년보다 높게 책정돼 타고투저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KBO의 전수조사 결과 KBO 공인구는 모두 반발계수 허용치를 통과한 상황. 홍성흔도 “공인구는 타고투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극단의 타고투저. 이렇듯 현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색다른 면이 있다.
[잠실, 목동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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