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이 정도까지 쳐줄 거라곤 생각 못 했죠."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의 방망이는 무척 뜨겁다. 김시진 감독에게는 그야말로 '복덩이'가 따로 없다. 올 시즌 40경기에서 타율 3할 7푼(154타수 57안타) 11홈런 45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9개 구단 외국인 타자 가운데 타율과 타점, 출루율이 가장 높다. 장타력을 겸비한 거포 용병일 줄로만 알았는데, 그야말로 완전체에 가깝다.
타율과 홈런, 타점뿐만이 아니다. 출루율은 4할 5푼 5리에 달하고, OPS는 1.117에 달한다. 득점권 타율도 3할 7푼 3리다. 삼진(30개)-볼넷(23개) 비율도 괜찮다. 파워는 물론 정확성과 선구안까지 갖춘 완벽한 타자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매 순간 전력 질주하는 프로다움,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이다.
6일 롯데-SK 와이번스전이 열린 문학구장에서도 히메네스의 인기는 대단했다. 히메네스가 타격 연습을 위해 배팅케이지에 들어서자 외야 관중석에 자리한 팬들이 우르르 우측 담장 뒤쪽으로 이동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홈런 볼을 잡기 위해서다. 그런데 히메네스는 배팅볼을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함성과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히메네스의 엄청난 인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수장인 김시진 롯데 감독이 분석한 히메네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히메네스가 이 정도까지 쳐줄 거라곤 생각 못 했다"는 이 감독은 "일단 적응력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팀에 빠르게 녹아들었고, 유대관계도 좋다"고 말했다.
히메네스는 입국 당시 개인 트레이너와 동행했다. 2009년 일본 무대(니혼햄 파이터즈)에서 일종의 향수병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히메네스로선 처음 접하는 한국 무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터.
하지만 그는 스프링캠프 합류 첫날부터 점심시간 50분 가운데 30분을 타격 훈련에 매진하는 '런치타'를 실시하는 등 정해진 훈련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했고, 점심시간에는 그를 위해 준비한 햄버거 대신 "한국의 매운맛을 보고 싶다"며 김치볶음밥을 주문하기도 했다. 빠른 적응을 위한 본인의 노력이었다. 동행했던 개인 트레이너는 지난 4월 고국인 베네수엘라로 돌아갔다.
김 감독은 "일본에 있을 때를 생각했는데 한국에는 적이 없으니 마음이 편안할 것이다"며 "야구를 잘하니 부산에서는 스타 대접을 받으니 그게 또 즐거울 것이다. 어디서 그런 대우를 받겠느냐"며 껄껄 웃었다. 이어 "요즘 롯데 팬들의 시선은 대부분 히메네스에 쏠려 있을 것이다. 다른 팀 팬들도 단순한 용병으로만 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즌 초반 우려했던 좌투수 상대 약점도 두드러지진 않는다. 우투수 상대 성적(타율 0.381 6홈런 30타점)에 비해 떨어지긴 하지만 타율 2할 9푼 6리(54타수 16안타) 1홈런 7타점 7볼넷으로 충분히 잘 쳤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한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김 감독은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본은 외국인 선수가 성에 차지 않으면 단점을 고치려 한다. 단점을 뜯어 고쳐서 보완된다면 다 잘할 것이다. 하지만 장점이 더 크다면 이를 극대화하는 게 나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한때 단점을 고치려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추세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히메네스는 (한 경기에) 단타 3~4개가 아닌 중요할 때 장타 한두 개를 치는 게 매력적인 선수인데, 정확도를 높이려고 하면 장타가 줄어들 것이다"고 예를 들기도 했다.
히메네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예 하나. 그는 지난 4월 인터뷰에서 "좌타자인 손아섭의 타석을 유심히 관찰한 뒤 타격에 임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경기에 앞서 상대 투수를 분석한 비디오를 보고, 주변 동료들의 도움을 얻는다는 것. 일종의 관찰 효과다. 당시 그의 좌타자 상대 타율은 1할 5푼 4리로 우투수 상대 타율(0.481)과 견줘 3할 이상 낮았으나 이젠 아니다. 꾸준한 연구와 노력이 만든 결과다. 팀에 빠르게 녹아들지 못했다면 쉽지 않은 일. 하지만 히메네스는 해냈다. 괜히 '복덩이'가 아니다.
[루이스 히메네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