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이 조금씩 움직인다.
두산은 올 시즌 개막 이후 변화가 가장 적은 팀. 개막 3개월차. 여전히 주전라인업이 거의 변동 없이 지켜진다. 선발진과 불펜진도 마찬가지. 부상과 각종 내, 외부적 변수로 주전라인업, 주전 투수진 상당수가 물갈이된 팀도 있다는 걸 감안하면 놀랍다.
두산도 내부적으로는 매우 치열하게 움직인다. 송일수 감독의 관리가 치밀하다. 조그마한 잔부상이 있는 타자에겐 철저하게 휴식을 준다. 9개구단 최강의 백업멤버 활용을 극대화한다. 대신 주전들에겐 경쟁의 압박감을 덜어준 대신 책임감을 높였다. 주전들 역시 자발적으로 컨디션 조절에 만전을 기한다. 마운드 역시 5선발과 롱릴리프 보직에서 부분적인 조정이 있었다. 완전하지 않지만, 불펜 필승조 구축에 성공한 건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진 부분.
▲ 5연패, 변화의 유혹
두산은 6일 목동 넥센전서 패배했다. 최근 5연패 수렁. 두산의 현재 경기력은 최상 수준이 아니다. 타선은 15경기 연속 두자리 수 안타행진이 끝난 뒤 약간의 기복이 있다. 타선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 문제는 마운드다. 더스틴 니퍼트 정도를 제외하곤 2~5선발이 너무나도 불안하다. 노경은 유희관 등이 최근 좋지 않다. 크리스 볼스테드 역시 최근 믿음을 사지 못했다.
송 감독이 잘 구축해놓은 필승조도 요즘은 미덥지 않다. 4일 인천 SK전서는 마무리 이용찬이 아웃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하고 무너졌다. 좌우 셋업맨 이현승 정재훈을 보좌하는 롱릴리프 윤명준 오현택도 불안하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이들이 버텨내야 하는데, 그게 원활하지 않아서 대량실점하는 경우가 많다. 6일 목동 넥센전서도 4회까지 0-12로 뒤진 이유.
인상적인 건 이렇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송 감독이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변화는 필연적으로 수습과 정비를 필요로 한다. 성공 보장이 있다면 급격한 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팀이라면 1,2군 엔트리 대거 교체, 마운드 보직 변경 등의 승부수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송 감독은 여전히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 타선은 잔부상 중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교체하거나 체력 안배 차원에서의 교체만 이뤄지고 있다. 마운드 역시 그 틀을 크게 뒤흔들려고 하지 않는다.
송 감독은 “급격하게 변화를 준다고 해서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더 좋지 않아질 수도 있다”라고 했다. 지금 꾸려놓은 시스템이 최상이라는 확신. 마무리훈련부터 스프링캠프, 시범경기까지 치른 뒤 내린 송 감독의 결정. 잠깐 흔들린다고 틀을 바꿔버리면 팀이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송 감독은 “야구는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다. 조금만 버티면 좋아질 시기가 올 것이다”라고 했다. 5연패 중임에도 뚝심이 대단하다.
▲ 변화 몸부림, 그 증거
지금 두산은 분명 위기다. 4위 넥센에 0.5경기 차로 쫓긴다. 삼성과 NC는 달아났다. 두산은 정상을 바라보는 팀. 송 감독이 기민하게 움직인다. 수정 및 변화가 필요하다 싶을 땐 지체없이 움직인다. 비록 그 변화 움직임이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는 있다. 큰 틀에서 보면 두산은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최근에도 조금씩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최근 극강의 활황세에서 조금씩 기복을 보이는 타선에는 적극적 타격이란 주문이 내려졌다. 두산 타선은 5일 인천 SK전서 단 4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SK 에이스 김광현을 6회가 끝나기 전에 내려보낸 수확도 있었다. 김광현은 6이닝만 소화하고 117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는데, 두산 타자들의 끈질긴 파울 커트가 돋보였다.
송 감독은 “김광현은 좋은 공을 갖고 있다. 타자들에게 적극적인 타격을 주문했다”라고 했다. 송 감독은 타자들에겐 이렇다 할 주문을 하는 타입은 아니다. 알아서 워낙 좋은 타격을 하기 때문. 그러나 연패를 끊기 위해선 타자들에게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 승리할 확률을 높여야만 했다. 비록 연패는 끊지 못했으나 변화 그 자체는 의미가 있었다. 적극적 타격을 시도한 두산 타선은 6일 목동 두산전서 10점을 뽑으며 좋은 감각을 완전히 회복했다.
마운드에선 셋업맨 가동이 이른 시점에 투입되는 윤명준이 최근 힘겨워하자 오현택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 역시 작은 변화. 그러나 썩 재미를 보진 못했다. 송 감독은 “김강률이 던지는 걸 빨리 보고 싶다”라고 했다. 필승조 활용 가능성을 테스트해보고 싶다는 것. 그러나 김강률은 6일 목동 넥센전서 1⅔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송 감독이 어떤 대안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하다.
좀처럼 변화를 주지 않던 선발진에서도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송 감독이 6일과 7일 니퍼트와 볼스테드의 로테이션을 맞바꾼 것. 결국 니퍼트가 7일에 등판하면서 자연스럽게 13일 대구 삼성전서 나설 수 있게 됐다. 송 감독은 “삼성을 크게 의식하는 건 아니지만 니퍼트가 삼성에 강했다”라고 했다. 송 감독 역시 치밀하게 로테이션을 운영하고 순위다툼에 신경을 쓴다는 의미.
야구는 결과론이다. 변화를 주든, 주지 않든 이겨야 살아남는다. 그런데 많이 이기려면 기존 틀에서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변화가 감지되지 않더라도 상황에 따라서 치열하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 있는 행보. 5연패 두산. 시즌 전 지적된 타선 강세, 마운드 약세가 여전하다.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송 감독이 물밑에서 조용히, 그리고 치열하게 수싸움 중이다.
[송일수 감독과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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