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농구가 다쳤다.
KCC 김민구의 음주교통사고 소식이 농구계를 발칵 뒤집었다. 김민구는 7일 새벽 3시경 서울 테헤란로에서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차를 몰고 귀가하다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김민구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060%. 100일 면허정지 수준. 김민구는 음주사고로 머리와 고관절에 크게 부상했다. KCC 관계자는 “머리는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은데 고관절 부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김민구는 현재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19일 남자농구 국가대표 자격으로 진천선수촌에 합류해 합숙훈련을 받고 있었다. 7일 사고는 외박을 나와서 당한 참변. 김민구의 부상은 매우 심각하다. 국가대표팀 복귀는 물 건너갔고 정상적인 선수생활 지속 여부 조차 불투명하다.
▲ 너무나도 안타까운 김민구 재능
특히 고관절 부상이 뼈 아프다. 고관절은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관절이다. 사람의 몸에서 두번째로 큰 관절인데, 부상을 입을 경우 거동 자체가 불편해진다. 의학 전문가들은 사람이 고관절 부상을 입으면 100% 회복은 불가능하고, 최대한 회복하더라도 일반인처럼 정상적인 보행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농구선수에겐 더 치명적이다. 농구는 순간 스피드가 생명. 쉴 새 없이 코트를 뛰어다니는 게 농구선수의 숙명. 인간 김민구의 생명은 건졌지만, 농구선수 김민구의 생명이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 더구나 김민구는 탁월한 스피드를 바탕으로 코트를 휘저으며 해결사 능력을 발휘했었다. 향후 한국농구를 10년 이상 책임질 스타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김민구가 코트에 돌아오더라도 그 재능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비수를 달고 과감하게 3점슛을 던지는 그 해결사 기질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김민구뿐 아니라 한국남자농구의 손실이다. 현 시점에선 기적이 필요하다.
▲ 농구인들, 음주사고 쉽게 보면 안 된다
김민구를 옹호할 상황은 아니다. 음주운전은 죄가 과중하다. 절대로 쉽게 봐선 안 된다. 만약 김민구가 신호등 대신 사람을 들이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앗아갈 뻔했다. 김민구에게 KCC와 농구계 차원의 징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김민구 재기를 위해 주변 사람들이 많이 노력해야겠지만, 그와 별개로 김민구는 자신의 죄를 달게 받아야 한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농구계의 음주운전 안일주의다. 농구인들은 대체로 술을 즐긴다. 타 종목과 비교했을 때 술이 센 사람이 많다. 점점 술을 줄이는 현대인들과는 달리 농구계 회식은 여전히 대체로 화려하다. 한번 술을 마시면 끝장을 보는 농구인들이 많다. 술과 관련된 농구인들의 비화는 너무나도 많아서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수준.
문제는 술을 먹고 운전대를 직접 잡는 것이다. 자신의 주량을 과신하다 보니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는 케이스가 간혹 발생한다. 물론 대부분은 대리운전을 불러 안전하게 귀가한다. 하지만, 극소수 사례라고 해도 김민구처럼 사고로 이어지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농구계가 김민구 음주사고를 계기로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 국가대표 운영 시스템 재점검 필요하다
유재학 감독은 대학리그 참가를 위해 진천선수촌에서 경기장을 만 하루만에 오가는 대학 선수들의 안전을 걱정한 적이 있다. 훈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린 조치였지만, 한편으로는 선수들 아버지뻘 되는 사람으로서 자식처럼 걱정이 된 것. 실제로 진천선수촌 주변 교통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외박과 외출을 받고 서울을 원활하게 오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김민구 음주사고도 결국 이런 환경 속에서 터졌다. 물론 진천선수촌에 들어오다가 일어난 사건은 아니었지만 대표팀 운영시스템의 종합적인 재점검은 필요하다. 유 감독은 “하루만에 경기장과 선수촌을 오가는 선수들이 사고가 나면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아무 것도 명확하게 정해진 게 없다”라고 아쉬워했다.
김민구 음주사고로 진천선수촌, 대한농구협회도 국가대표 선수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물론 외박 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 큰 성인들에게 외박 때까지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술 먹고 운전하지 마라. 조심해서 다녀라”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선수관리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정할 필요는 있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졌다. 그 주인공이 김민구라서, 나아가 한국농구 전체의 손실이라서 너무나도 뼈 아프다. 김민구도 다쳤고, 한국농구도 다쳤다.
[김민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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