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필승조과 패전처리의 기량 격차가 크다.”
극도의 타고투저 시즌. 다득점 게임이 양산되는 시나리오가 있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은 선발투수의 붕괴에 이은 롱릴리프의 추가 실점. 이럴 경우 뒤진 팀으로선 맥이 풀린다.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더욱 좋지 않은 경기력이 나온다. 결국 수준 높은 경기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선발투수들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
9개구단 선발진을 보면 제대로 5선발을 갖춘 팀도 많지 않다. 타자들의 타격기술 성장으로 원투펀치도 얻어맞는 시대가 도래했다. 대부분 감독이 선발진 운영에 어려움을 표한다. 그렇다고 해서 중간계투가 풍족한 것도 아니다. 자원은 한정됐는데, 시간이 갈수록 타고투저가 심화되는 느낌. 넥센 염경엽 감독은 “각 팀 투수들의 힘이 시즌 초반에 비해 떨어졌다”라고 분석했다.
▲ 송일수의 아쉬움과 현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마운드를 운영하는 게 어렵기만 하다. 최근 6연패 수렁. 믿을만한 투수가 없다. 최후의 보루이자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마저 7일 목동 넥센전서 6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송 감독은 니퍼트가 넥센 타선에 무너지는 걸 보면서도 조기에 강판시킬 수 없었다. 뒤에 나올 투수들의 기량이 더 떨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송 감독은 “한국야구는 1군에서도 투수들의 수준 차가 크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하자 “필승조와 패전처리의 격차가 크다”라고 했다. 현재 각 팀 필승조들도 얻어맞는 경기가 빈번하게 나온다. 경기가 갈린 뒤에 투입되는 패전처리 투수들의 기량은 더 떨어진다. 상식적으로 기량이 좋다면 선발 혹은 필승조에 들어가는 게 정상.
그러나 선발들도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면서 반전 카드의 필요성은 있다. 대부분 팀은 롱릴리프로 돌파구를 연다. 선발투수 못지 않게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으면서도 셋업맨 역할까지 소화 가능한 전천후 투수. 5선발을 갖추기가 버거운 현실 속에서 사치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마운드 구축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작업. 두산이 최근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선발진이 무너진 뒤 윤명준과 오현택이 롱릴리프로서 경기 흐름을 잡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선발 붕괴+롱릴리프 추가 실점이 핸드볼 야구로 연결된다.
▲ 근본 해결책은 선발투수 육성
송 감독은 “일본에선 선발투수들이 1주일에 1번 정도 등판한다”라고 했다. 그만큼 좋은 선발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6선발 체제를 운영하는 팀이 많다. 대부분 안정적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극도의 타고투저 게임이 나오지 않는다. 송 감독은 “일본은 선발투수들이 거의 제 몫을 한다. 선발이 이닝을 길게 끌어가기 때문에 중간계투는 1이닝 정도만 책임지면 된다”라고 했다.
선발투수가 조기에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한국만큼 중간계투의 중요성이 그리 크지 않다. 롱릴리프와 패전처리 투수가 도드라지는 환경이 아니다. 송 감독은 “일본은 중간계투들의 부담이 적다. 한국도 근본적으로 선발투수가 강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이닝이터형 선발투수를 많이 육성해야 한다. 그래야 중간계투 부담도 줄어든다.
송 감독은 “그렇다고 해서 한국과 일본의 투수 관리 시스템이 크게 차이가 나는 건 아니다. 한국도 한국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라고 했다. 송 감독의 말은 한국 역시 좋은 투수를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갖춰졌다는 것. 실제 각 팀들은 좋은 투수를 길러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일본인 트레이닝 코치 영입부터 최근 SK의 경우 외국인투수 전담 팀 디토레 인스트럭터를 영입하기도 했다.
감독은 당장 주어진 자원으로 1군 마운드를 운영해야 한다. 결국 감독 포함 투수 지도자들의 연구와 투수 본인의 의지 및 노력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선발투수와 필승조, 필승조와 패전처리 혹은 롱릴리프의 실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해법은 좋은 선발투수 육성이다. 그게 타고투저를 완화하고 야구의 질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송일수 감독(위), 두산 투수교체(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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