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진지하게 도전 할 때다.
넥센 박병호 홈런쇼. 입이 쩍 벌어진다. 5월에만 홈런 14개를 날려 역대 월간 최다 15홈런에 1개 부족했다. 이럴 경우 다음 달엔 숨을 고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6월 6경기서도 5홈런으로 식지 않는 페이스를 자랑한다. 특히 6~7일 목동 두산전서 연이틀 2홈런을 날렸다.
박병호는 올 시즌 54경기서 25홈런을 때렸다. 2.2경기당 1홈런. 세밀하게 파고들면 7.4타수당(186타수) 1홈런. 경기당 3.4타수를 기록한 박병호는 잔여 74경기서 254~255타수를 기록할 전망. 결국 34홈런을 추가해 59홈런이 가능하다는 결론. 역대 한 시즌 최다홈런을 때렸던 2003년 이승엽(삼성) 56홈런을 넘어선다는 의미. 물론 산술적으로 그렇다. 많은 과제가 있다.
▲ 페이스 메이커가 없다
2003년 이승엽에게는 심정수(당시 현대)라는 좋은 페이스 메이커가 있었다. 심정수는 당시 53홈런을 때렸다. 시즌 내내 이승엽을 바짝 추격하며 긴장감을 유발했다. 이승엽이 56홈런을 때린 배경에 심정수의 자극이 없었다면 거짓말. 2003년 이승엽의 56홈런은 좋은 페이스 메이커가 좋은 기록을 유도한다는 게 증명된 좋은 사례였다.
하지만, 2014년 박병호에게는 이렇다 할 페이스 메이커가 없다. 8일 현재 홈런 2위는 17개를 기록한 강정호(넥센)와 에릭 테임즈(NC). 이들 뒤로 나성범(NC), 최형우(삼성) 등이 추격 중. 3위 이후로는 10개 이상 차이가 난다. 이들이 최대한 박병호와 비슷한 페이스를 보여줘야 박병호에게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선 한계가 보인다.
물론 페이스 메이커 없이 많은 홈런을 때린 사례도 있다. 이승엽이 1999년 54홈런으로 홈런왕에 올랐을 때 2위는 45홈런의 댄 로마이어(한화)였다. 딱히 로마이어가 이승엽에게 긴장감을 조성한 느낌은 없었다. 당시와 올해 1~2위 홈런 개수 차이가 비슷하다. 결국 박병호로선 자신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자극해야 한다. 철저한 몸 관리는 기본적이다.
▲ 그래도 강정호가 있다
투수들이 박병호를 예년보다 크게 경계하는 건 확실해 보인다. 고의사구가 2개뿐이지만, 볼넷을 벌써 45개나 골랐다. 시즌 반환점이 돌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92볼넷의 절반에 육박했다. 물론 투수의 제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박병호 뒤에 박병호만큼 강력한 강정호가 버티고 있다는 걸 무시할 수 없다. 올 시즌 강정호는 타율 0.302 17홈런 46타점으로 매우 빼어난 성적. 투수 입장에서 박병호를 피하다 강정호에게 얻어맞으면 타격이 더 크다.
2003년 이승엽에게도 좋은 후속타자가 있었다. 4번타자 마해영이 38홈런으로 홈런 3위를 차지했다. 당시 마해영은 타율 0.291 12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123타점은 마해영의 커리어 하이 타점. 이승엽 우산효과를 봤다는 의미. 11년 뒤 강정호 역시 박병호 후광효과를 톡톡히 본다. 3,4번 타자가 서로에게 윈-윈. 박병호의 56홈런 경신 도전에는 강정호의 행보가 아주 중요하다. 강정호의 페이스가 떨어질 경우 투수들은 박병호에게 정면승부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 득점권 타율을 높여라
박병호는 25홈런을 기록한 직후 “득점권에서 타율이 너무 낮다”라고 자평했다. 박병호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0.229. 많은 홈런에 비해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수준. 실제 25홈런임에도 타점이 48개. 이대로라면 지난해 117타점을 넘어서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52삼진으로 이미 지난해 96삼진의 절반을 넘어섰다.
투수들이 박병호를 극도로 의식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강정호를 감안하면 마냥 피해가는 승부를 하기도 어렵다. 전략적으로 1경기에 1차례 정도는 피해갈 수 있어도 매 타석 피해갈 순 없다. 박병호가 승부처서 정상적 타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는 의미. 홈런타자에게 삼진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과 타점 등에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경우 자연스럽게 홈런도 늘어날 수 있다. 모두 고도의 응집력이 필수 조건이기 때문.
아직 박병호에겐 변수가 많다. 본격적인 한 여름 더위 초입. 순위다툼도 더 치열해질 전망. 전체적인 홈런 페이스가 떨어질 시기는 반드시 찾아온다. 박병호가 인간인 이상 당연하다. 이때 넥센의 사정, 특히 타선의 전체적인 타격 사이클도 중요하다. 최대한 많은 선수가 좋은 페이스를 유지해야 박병호에 대한 견제가 줄어든다.
박병호는 그 어떤 주변환경 변화 속에서도 최대한 평정심과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11년만의 2003년 이승엽 56홈런 경신 도전. 이젠 꿈 아닌 현실이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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