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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들풀2', 120년 외침이 여전히 와닿는다.
뮤지컬 '들풀2'는 동학농민혁명이 한참이던 1894년 일본과 관군을 맞서싸운 농민군의 최대 격전지였던 '우금치전투'를 배경으로 당시의 부정한 세상, 부조리를 온몸으로 부딪혀 바꿔보고자 했던 농민군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994년 연강홀에서 공연되며 수많은 화제와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들풀2'는 20년이 지난 2014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제작됐다.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대표이자 극작가인 김정숙과 상임연출가 권호성은 주인공들이 아닌 보통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고, 이들을 향한 애정 어린 마음이 여실히 묻어난다.
뮤지컬 '들풀2'는 영웅 중심이 아니다. 물론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수많은 들풀과도 같은 농민들이 모두 영웅이지만 어느 한 인물을 영웅이라는 타이틀에 가둬두지 않았다. 보통 사람, 그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이 들풀임과 동시에 영웅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투쟁은 의미 있다. 1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세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역사가 돌고 도는 것이듯 인간사는 돌고 돈다. 환경이 바뀌고 우리가 놓여진 현실이 일부 달라졌을 뿐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 인간사다.
투쟁의 역사가 끝나면 또 다른 투쟁의 역사가 시작된다. 120년 전 부정한 세상에 투쟁하는 이들이 있었다면 1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부정한 세상에 울부짖고 투쟁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들풀2'는 120년 전 이야기임에도 그들의 외침이 여전히 와닿고, 눈물 짓게 하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 수많은 들풀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상이 어떻든 부정한 세상에 맞서고 부조리를 용납하지 않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이 있기에 역사가 만들어지고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들풀2' 속 다양한 인물들은 더욱 입체적이면서도 가깝다. 자식을 더 좋은 세상에 살게 하기 위해 아내와 자식을 외면하기까지 한 또출이, 늙은 어머니를 홀로 두고 온 달중이 등 쉽게 볼 수 있는 우리의 이웃들이 바꾸고자 하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공감대는 더욱 커진다.
일명 스파이로 동학농민군에 잠입했지만 이내 그들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고 그들과 똑같은 들풀이 되는 관원 이진엽이 변하는 과정도 돋보인다. 또 이진엽을 사랑하는 기생이었지만 남장을 한 채 농민군을 이끌게 된 군자홍의 이야기는 흥미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이들이 변해가고 그러면서까지 바꾸고자 했던 세상에 대한 사연 자체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들풀2'가 더 와닿는 이유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같은 외침을 여전히 전하고 있는 이들의 노력 덕분이다. 김정숙 대표는 "십시일반 다 숟가락 하나씩 얹어 밥 한그릇 만드는 정성으로 준비된 공연이어서 120년 전에 돌아가신 그 분들이 이 무대에서 보시면 헛되이 죽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고, 권호성 연출은 "이런 작품도 필요하다. 상업적이고 지나치게 관객 위주, 입맛에 맞는 작품이 있지만 의미 있는 작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들 역시 '들풀2'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하며 우리가 마주해야 할 세상, 또 깊게 들여봐야 할 이들의 이야기를 강조했다. 이렇듯 제작진과 배우들의 굳은 심지와 꿋꿋한 한걸음 한걸음이 모였기에 관객들은 이 시대 꼭 필요한, 결코 잊어서는 안될 우리의 이야기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게 됐다.
한편 극단 모시는 사람들 창단 25주년 기념작인 뮤지컬 '들풀2'에는 정종훈, 박지아, 안덕용, 조민희를 비롯 25명의 단원들이 참여한다. 또 박영수, 문혜원이 출연하며 김응수, 손병호, 서범석, 최승렬이 녹두장군 전봉준 역으로 특별출연한다.
뮤지컬 '들풀2'는 오는 15일까지 경기 과천시 과천시민회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들풀2' 공연 이미지, 포스터. 사진 = 극단 모시는 사람들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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