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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배우 남규리는 예쁘다. 예쁘다는 것은 버릴 수 없는 사실이다. 남규리가 가수 씨야로 데뷔했을 당시 가창력보다 인형처럼 생긴 외모에 먼저 집중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먼저 보이는 것이 남규리의 얼굴이었으니 말이다.
마이크를 잠시 내려놨다. 그 후 연기자로 다시 시작을 알렸다. 이때도 마찬가지였다. 연기력보다는 예쁜 얼굴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은 남규리를 '예쁜 배우'의 울타리 안에 가뒀다. 처음엔 몰랐을 것이다. 예쁜 얼굴이 대중의 평가를 흐리게 만든다는 것을.
이랬던 남규리가 좀비로 돌아왔다. 제 1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기도 했던 '신촌좀비만화' 중 좀비 에피소드인 '너를 봤어'에서 남규리는 좀비 치료자 시와 역을 맡아 공장 매니저 여율 역을 맡은 박기웅과 기묘한 러브라인을 만들어냈다.
이번엔 예쁠 수가 없었다. 일그러진 얼굴과 흐린 눈동자, 기괴한 동작으로 걸어 다니는 좀비가 예쁠 수는 없었다. 남규리 역시 반은 죽어있는 좀비 메이크업을 하고 알아듣기 힘든 어눌한 말투로 좀비를 표현했다.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선택 일수도 있었다. 남규리는 실제로 좀비 분장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야 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연기하는 것이 만화처럼 필름이 지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분장이 꺼려지지 않았냐고 묻지만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좀비 이야기긴 하지만,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나중에 듣고 보니 나한테 시나리오를 보내지 말라고 했다더라. 하하."
'너를 봤어'에서 시와는 사람이 아니다. 과거를 잊어야 살 수 있는 희망이 생기는 좀비다. 사람이 아닌 좀비를 연기했을 때 연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것은 남규리 역시 알고 있었다. 상대에 따라 느끼는 지점이 다를 테니 말이다.
"연기적인 부분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부분은 일단 내려놓기로 했다. 시나리오와 캐릭터 안에서만 생각을 하고 촬영을 했다. 좀비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에 대한 기준도 없었다. 연기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런데 VIP 시사회가 끝나고 많은 감독님들이 감정을 호소하는 눈빛 같은 것이 예쁘다고 해 주시더라. 칭찬이라는 생각에 기뻤다."
연기로 칭찬을 받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좀비 연기에 대한 기준도 없었고, 시와는 지금까지 만들어졌던 좀비와는 또 달랐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연기를 할 순 없었다. 남규리가 본 시와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좀비였다.
"시와가 좀비이지만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감정을 가지고 있는 좀비니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눈빛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흥미로웠다. 또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좀비의 움직임은 최소한으로 사용했다. 몸의 떨림을 많이 사용하면 몰입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감정적인 몰입이 떨어지면 안됐다. 그런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남규리는 지난 2008년 영화 '고사' 이후 6년째 연기자로 활동 중이다. 씨야로 많은 인기를 누렸고, 새로운 분야인 연기에 도전했다. 어느덧 가수 남규리보다 배우 남규리가 어울리게 됐다.
"가수와 배우 중 어떤 것이 더 좋냐고 물어본다. 일단 즐거움은 가수가 크다. 소통이 바로 되고 피드백이 바로 온다. 하지만 연기는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캐릭터마다 다르고, 똑같은 감정이 없다. 창조의 고통도 있지만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성취감은 굉장하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남규리는 예쁜 배우다. 남규리는 처음에는 '연기가 잘 보이는 외모가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의 냉혹한 평가는 남규리를 속상하게 만들기도 했다.
"예쁘다는 말은 좋지만, 너무 외모에만 집중이 되니 서운할 때도 있다. 속상하다. 하지만 내가 깨야 하는 부분이다. 연기가 잘 보이는 외모가 있다는 말을 믿게 됐다. 서운하지만 내가 더 노력하면 언젠가는 연기를 먼저 봐 줄 것이라 믿는다."
[배우 남규리.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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