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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총체적 난국이란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월드컵 개막을 불과 3일 앞둔 팀이라곤 믿기 힘든 경기력이었다. 이게 진짜 실력이라면 2014브라질월드컵은 ‘끝’이다.
홍명보호가 10일 오전 8시 미국 마이애미서 열린 가나를 상대로 치른 최종 평가전서 0-4 참패했다. 곳곳에서 허점이 발생했고 기대했던 투혼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 선수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지쳐보였다.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는 가나전을 앞두고 “80~90%정도 컨디션이 올라왔다”고 했다. 큰일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8일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가 걱정이다. 최악의 경기였다. 전반 3분 기성용의 무리한 태클은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켜 조단 아예유의 해트트릭을 만들었고 곽태휘, 김창수의 과감한(?) 선발 출전은 0-4 대패의 원인이 됐다. 홍명보 감독은 “전반에 2골을 수비실수로 내주면서 밸런스가 깨졌다”고 했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가나를 이기기 어려웠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전술적인 부분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다. 전술이 전부는 아니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약한 팀이 강한 팀을 이기기 위해선 필승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홍명보호는, 적어도 지금까진 아무런 전략이 없어 보인다. 본선을 위해 꽁꽁 숨겨둔 것일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홍명보 감독은 마치 팀으로서의 움직임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에 의존하는 듯하다. 축구게임으로 치면, 화살표가 붉게 하늘로 치켜든 상태다. 이건 로또를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홍명보 감독의 기본 포메이션은 4-2-3-1이다. 그러나 실제 경기장 안에서의 활용은 그것과 다르다. 4-2-3-1이라면, 박주영이 전방에 서고 그 뒤를 구자철이 받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튀니지, 가나전에서 구자철은 투톱처럼 박주영과 나란히 섰다. 위치만을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라면 활동 반경이 넓어야 한다. 빌드업을 할 때는 후방까지 내려와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하고 상대 진영에서 볼을 소유했을 때는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구자철은 주로 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있다. 어떨 때는 박주영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압박을 위한 전진이 아니다. 기본적인 활동범위가 그렇다.
문제는 더 있다. 구자철은 포워드가 아니다. 처진 공격수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는 가능하지만 전방에서 등을 지거나 거친 몸싸움을 통해 볼을 쟁취하는 유형과는 거리가 멀다. 구자철이 태극마크를 달고 가장 많은 골을 터트렸던 2011년 아시안게임을 떠올리면 쉽다. 당시 구자철은 중원 싸움에 가담하면서 당시 전방 원톱(지동원)이 수비를 유인했을 때 빈 공간을 파고 들어 득점을 터트렸다. 헌데 지금은 그냥 전방에만 있다.
구자철의 전진은 중원에서도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가나처럼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를 사용하는 팀의 경우, 구자철이 전방으로 너무 많이 올라가면 순간적으로 한국은 2대3의 수적 열세에 놓이게 된다. 상대가 볼을 가로챘을 때 한국 진영에 많은 공간이 생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상대가 볼을 줄 곳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중원에 미드필더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구자철은 수비에 가담하는 속도가 느렸다. 이 또한 한국이 튀니지, 가나의 역습에 취약했던 이유 중 하나다. 가나전 해설을 맡은 KBS 이영표 해설위원도 “2선 공격수들의 수비가담이 느리다”고 지적했다.
홍명보 감독은 구자철에게 보다 확실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지금의 구자철은 포워드(FW)와 미드필더(MF) 사이에서 길을 잃은 듯한 모습이다. 덧붙여 구자철의 몸 상태도 문제다. 구자철은 올 시즌 마인츠서 제대로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잦은 부상으로 그라운드보다 벤치를 자주 지켰다. 지난 런던올림픽과 비교해도 구자철은 컨디션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이제 월드컵 개막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러시아전은 8일 뒤에 열린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마이데일리DB]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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