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이대로는 정말 어렵다. 10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 12일 휴식 후 반전을 노렸지만 오히려 올 시즌 최악투로 만신창이가 됐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케일럽 클레이가 이번에는 시즌 최악투로 무너졌다. 살아날 기미가 전혀 안 보이는 게 더 큰 문제다.
클레이는 올 시즌 10경기에서 3승 4패 평균자책점 8.33(40이닝 37자책)을 기록 중이다. 세부 기록을 살펴봐도 그야말로 심각하다. 탈삼진-볼넷(20-25) 비율은 제구형 투수라는 평가를 무색케 한다. 피안타율은 3할 6푼 7리,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2.17에 달한다. 홈런도 8개나 얻어맞았고, 퀄리티스타트는 단 한 차례다. 피안타율은 좌타자(0.395)와 우타자(0.341)를 가리지 않고 높았다.
가장 큰 문제는 전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 시즌 개막전인 3월 30일 사직 롯데전서 5⅔이닝 5피안타(1홈런) 2볼넷 2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리를 따냈으나, 이후에는 첫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한 지난달 22일 넥센전(6이닝 2실점 승리투수) 외에 인상적인 경기가 없었다. 10경기 중 절반인 5경기에서 4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했고, 최근 2경기 성적은 1패 평균자책점 31.90(3⅔이닝 13자책)이다. 3⅔이닝을 소화하며 안타는 15개나 얻어맞았다.
전날(10일) KIA 타이거즈전서는 1⅓이닝 7피안타(1홈런) 1사구 6실점으로 만신창이가 됐고, 결국 시즌 최소이닝 교체의 수모를 겪었다. 무려 12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올랐으나 전혀 위력적이지 못했다. 팀은 16-15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하며 팬들을 열광케 했으나 클레이의 부진투까지 상쇄하진 못했다.
이날 클레이는 공이 전체적으로 높게 몰린 탓에 대량 실점했다. 2회말 강한울과 이대형의 3루타, 김주찬, 신종길의 안타 모두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몰린 공을 공략당한 결과. KIA 타자들은 클레이의 공을 직구, 변화구 가리지 않고 편안하게 밀어치고 당겨쳤다. 배팅볼이 따로 없었다. 1회말 신종길에 동점 홈런을 맞은 공도 몸쪽 높은 코스에 들어간 체인지업이었다.
클레이는 200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4순위로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은 유망주. 비록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었지만 한화는 그의 장래성을 봤다. 1라운드 지명 선수였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클레이의 마이너리그 7시즌 통산 147경기 성적은 26승 33패 평균자책점 4.19였고, 지난해에는 마이너리그서 27경기 중 26경기에 선발 등판, 11승 5패 평균자책점 2.96(158⅓이닝 52자책), 피안타율 2할 2푼 5리로 좋은 성적을 남겼다. 한 야구 관계자는 "직구와 커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구종을 보유하고 있다. 찰리 쉬렉(NC 다이노스)과 비슷한 유형의 투수"라고 평가했었다. 앤드류 앨버스와 원투펀치를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개막전 승리로 첫 단추를 잘 끼웠으나 이후에는 퀄리티스타트 한 차례를 제외하곤 보여준 게 없다. 그는 지난 1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가 아니다. 맞춰잡는 데 능하다. 2스트라이크 이후 타자의 배트 중심에 맞지 않게끔 던지는 게 목적이다. 야수들이 잡기 쉬운 타구를 유도하려 한다"고 했다. 그런데 클레이의 공은 대부분 상대 타자 배트 중심에 맞아 나가고 있다.
각오도 대단했다. 당시 그는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고, 준비 잘해서 등판 당일 최고의 힘을 쏟아붓는 게 목표다. 전 경기 퀄리티스타트를 하겠다는 각오로 던지면 팀이 승리할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퀄리티스타트와 6이닝 투구는 단 한 차례뿐이고, 조기 강판이 절반이다. 물론 모든 게 뜻대로 될 순 없겠지만 10경기 3승 4패 평균자책점 8.33은 선발로서 낙제점이다. 외국인 투수의 성적이라곤 믿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한화는 일단 클레이에게 한 차례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 한화 구단은 지난달 4일 클레이가 가벼운 어깨 통증을 호소하자 아예 1군에서 제외하고 휴식을 줬다. 통증이 심하지 않았지만 구위를 끌어올린 뒤 한 번 더 믿어보겠다는 뜻이었다. 당시 클레이의 성적은 6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6.75, 피안타율 3할 4푼으로 좋지 않았다.
복귀 후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분위기를 바꾸는 듯했으나 최근 2경기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투구 내용이 워낙 안 좋았다. 본인은 스스로를 '슬로 스타터'라고 했으나 어느새 6월이다. 지난 2012년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배스도 "날이 따뜻해지면 150km를 던질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으나 2경기 평균자책점 48.60의 처참한 성적만 남기고 퇴출됐다. 프로는 성적으로 증명해야 하다 보니 도움이 안 되는 선수를 계속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한화는 최근 좌완 유창식이 또 다시 팔꿈치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선발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은 6.02로 리그 9개팀 중 7위고, 선발승도 9승뿐이다. 아이러니한 건 클레이가 팀 내 최다승 투수라는 점이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 지금의 투구 내용으로는 더 이상 끌고 가기 어렵다. 강력한 반전이 일어난다면 또 모르지만 더 기다려주긴 어렵다. 결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한화 이글스 케일럽 클레이.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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