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민구를 어떻게 봐야할까.
지난 7일 새벽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김민구. 농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김민구는 9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고관절과 손목 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현재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의식도 회복했고,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농구관계자들의 병문안도 이어지고 있다.
김민구의 음주사고 및 수술을 놓고 농구관계자들과 팬들이 다양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음주운전 위험성을 지적하며 강하게 질타를 보내는 시선부터 한국농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의 사고 그 자체를 안타까워하는 시선까지. 과연 지금 김민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 음주운전은 범죄
5월 19일 남자농구대표팀에 소집돼 진천선수촌서 훈련을 소화했던 김민구. 6일 저녁 외박을 받아 서울로 올라왔고, 지인들과 술을 마셨다.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다. 경기력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라면 성인에게 마냥 금주를 강요할 순 없다. 문제는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사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600%. 100일 면허정지. 더구나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이 부분에선 김민구가 할 말이 없다. 음주운전은 죄가 과중하다. 만약 신호등이 아니라 사람을 들이받았다면 또 다른 생명을 앗아갈 뻔했다. 어떻게든 김민구가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굳건하다. KCC 관계자는 10일 전화통화서 “아직 조서를 쓰지 않았다. 경찰에서 연락이 오면 성실히 조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구단 차원에서의 징계, 국가대표 차원에서의 징계도 뒤따를 전망이다.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 선수재기 불가능?
사고 직후 일각에선 “김민구의 선수생명이 사실상 끝났다”라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팀 유재학 감독은 “담당 주치의에게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아주 심각하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거기에 희망을 건다”라고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KCC 관계자는 “머리와 손목 등 다른 부위의 부상은 그리 심하지 않다. 고관절이 문제이긴 한데, 수술이 잘 됐다. 2~3일 이후 휠체어를 타고 본격적으로 재활에 들어간다”라고 했다.
김민구가 농구선수 아닌 인간으로서 정상적인 보행을 하는 데는 약 6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CC 관계자는 “더 이상 수술은 필요 없다고 한다. 조심스럽게 재활을 하면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핵심은 농구선수로서의 재기 여부. KCC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걸어서 다닐 수 있다면 이후엔 농구선수에 필요한 재활에 들어갈 것이다”라며 재기 불가능 설을 일축했다.
김민구는 한국 남자농구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그의 재능은 탁월하다. 엄청난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속공전개 및 돌파력이 대단하다. 해결사 기질도 충만하다. KCC 허재 감독도 “승부처에서 수비수를 달고 3점슛을 던지는 강심장은 누가 가르쳐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 김민구는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소속팀 KCC서 그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이런 그의 농구인생이 이대로 멈춘다면, 농구계로선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다만, 정황상 2014-2015시즌 복귀는 쉽지 않을 듯하다. 사실상 6~7개월 정도 남은 2014년엔 인간 김민구의 회복에 전력을 쏟아야 할 시기. 이후 선수로서의 재활에 들어간다면 다음 시즌 복귀는 쉽지 않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어렵다. 결국 선수로서의 재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그 시기를 예측하는 것 역시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기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재활에 임해야 한다. 그게 농구 팬들에 대한 도리다.
▲ 쾌유를 빈다, 자숙도 필요하다
유재학 감독은 “대표팀이 중요한 게 아니다. 선수 미래가 걸린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농구 관계자는 “민구의 쾌유를 빌어줄 때”라면서도 “죄값은 반드시 치러야 한다. 절대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몸을 회복하면 나중에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농구관계자의 견해다.
김민구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는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를 확인해줬다. 팬들은 그의 쾌유를 빌면서도 은근슬쩍 코트에 돌아오는 것에는 분명히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한편으로 현 시점에서만 보면 그의 쾌유를 빌어주는 게 옳다는 의견도 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농구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김민구는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한다.
몸 상태부터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김민구가 당장 농구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는 앞으로 농구선수로서 보여줘야 할 게 너무나도 많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선수 재기 희망도 어렴풋이 보인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서 재활에 임해야 한다. 진심으로 김민구의 쾌유를 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잘못에 대한 징계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 김민구는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통감했다. 재기와는 별개로 진정한 참회와 자숙이 필요하다. 프로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김민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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